당신이 000이라면?”이라는 질문은 한 동 공동체 속 다양한 “우리”들을 조명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도전이다. 한 동의 다양성 회복을 위한 외침이다. 한동은 공동체라는 믿음 아래 던지는 질문이다.”

북한의 실태와 처참한 인권의 진상을 똑똑히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이탈주민' 이다. 한동대학교에도 북한 이탈 주민 학우들이 있다. 이들은 한동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 교육 선도대학’인 한동대학교에서의 삶은 어떨까?”

 

한동대학교는 통일부가 주관하는 ‘2019년 통일 교육 선도대학 사업’에 2월 28일 선정됐고 그에 따라 통일교과목 개설, 통일 공모전 개최 등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대학을 표명하고 있다. 나아가 2018년에는 평양과기대와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DMZ 통일 센터 조성 MOU를 체결하는 등 지속해서 통일 한국 사업을 펼쳐왔다. 이처럼 한동대는 '통일'에 관심을 두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가 된 지 4년이 됐다. 북한이탈주민 수는 꾸준히 늘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해마다 1000~2000여 명 수준을 유지했고, 2021년 현재 3만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7년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관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률 및 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한동대에도 북한이탈주민 학우들이 있다. 이들은 한동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 교육 선도대학’인 한동대에서의 삶은 어떨지. 이들의 고충은 뭔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한동대에 재학 중인 김의진(가명) 씨를 만났다.

 

일러스트 이지혜 디자이너 leewisdom@hgupress.com
일러스트 이지혜 디자이너 leewisdom@hgupress.com

 

1. 어떻게 한동대를 오게 됐을까?

 

Q. 한동대학교를 선택하신 이유,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의진(가명): “한동대학교의 표어 및 표방하는 가치가 너무 멋졌어요. 또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섬기는 학우님들도 너무 본받고 싶었어요. 저는 하나님을 믿고 나서 성격 및 삶이 바뀌었거든요. 하나님 믿는 사람들 보니까 섬기는 마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주저 없이 한동대학교 입학을 선택했어요. 이 안에서 믿음을 키워나가고 싶고, 하나님의 뜻 아래 교육을 받고, 공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동대학교에선 통일 관련 활동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2. 적응-한동대 적응기

 

Q. 지난 2020년도에 첫 학기를 온라인으로 맞이하셨는데, 수업 적응은 어떠셨나요?

 

김의진(가명): “학우 여러분도 그러셨듯이, 저 또한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첫 학기를 맞이하니 수업 적응이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온라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공지사항 확인이 어려웠어요. 공지사항을 몇 개월 지나서 알게 되고, 과제 제출 못 한 경험도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2학기 때부터 나아지긴 했는데 수업 자체가 어렵다기보단, 기초가 부족하다 보니 이전의 내용을 같이 배울 때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과목별로 더 많은 스터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많은 전공과목의 스터디들이 존재하지만 교양과목들에도 추가적인 스터디가 개설되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수업을 같이 듣는 스터디 보단, 선배한테 배울 수 있는 스터디가 있으면 좋겠어요.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스터디가 좋은 것 같아요.”

 

Q. 언어 문제, 문화 차이로 인한 적응 문제는 없으셨는지?

 

김의진(가명): “언어적응은 한동대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도 좀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언어사용 미숙으로 인해 부딪히는 문제점, 특히 외래어를 알아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지금도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그리고 컴퓨터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컴퓨터 수업을 들을 때나 사용할 때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렇지만 계속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문화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오히려 저 같은 경우엔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빠른 편이에요. 전 북한에 있을 때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 경험이 있고, 그에 따라서 많은 지역의 문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문화적응은 쉽게 됐던 것 같아요.”

 

Q. 한동대에서는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학우 대상으로 기본적인 도움과정을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잘 활용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또 어떤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계시는가요?

 

김의진(가명):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동대학교에선 한동교육개발원을 통해서 북한이탈주민 튜터링 프로그램과 학습 상담 서비스를 시행하고, 한동대 평화통일연구소 주관으로 디딤돌 사업을 진행했다고 알고 있어요. 특히 북한이탈주민 학우를 대상으로 영어나 전산, 교과목 진로 지도를 실시하는 제도는 저 포함 정말 많은 북한이탈주민 학우들이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잘 활용하고 있어요.”

 

3. 인식-“탈북자? 새터민?” 무엇이 맞을까? 그리고 우리의 인식은?

 

Q. 탈북자를 지칭하는 말로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등 여러 용어가 있는데.

 

김의진(가명): “초기에는 귀순자란 용어를 쓰다가 1990년대 이후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탈북자라는 용어가 정착됐어요. 2000년대 중반 탈북자라는 말의 어감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뜻에서 ‘새로운 터전에 온 사람’이란 의미로 새터민이란 용어가 쓰였는데, 탈북자들이 거부감을 보여 사라졌어요. 법률적 공식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에요.”

 

Q. 아직 우리 사회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통일부 산하 하나재단의 2018년 실태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 또는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0명 중 2명꼴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북한이탈주민을 동정의 대상, 그리고 북한보다 나은 한국의 상황을 가시화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느끼시나요?

 

김의진(가명): “한동대학교에 다니면서 극심한 차별, 편견을 경험해본 적은 없어요. 워낙 한동대 학우분들이 좋으시고 다들 잘 대해주셔요. 그런데 아직 사회에서는 조금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북한에 대한 시선이요. 우리가 이제는 북한을 동정하고 먹여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마냥 동정 어린 시선만으로 보는 것 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자유를 못 누리고, 복음이 전달되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만일 동정의 시선으로만 다가가면 일방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 제 친구 룸메이트분이 북한에 라면 있냐? 아이스크림 있냐? 이렇게 물어보시면서 북한은 가난하다고 하신 적이 있대요.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더라고요. 사실 북한은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북한에도 라면, 아이스크림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북한 상황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북한을 대할 때도 동정의 시선, 무엇인가를 베풀어주어야 한다는 태도로 다가가면 되게 기분 나빠하는 것을 볼 수 있거든요. 북한을 우리와 동등한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 복음전달 현황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는 그런 통일 교육이 시행되었으면 좋겠어요.”

 

4.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재정적 어려움

 

Q.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나요?

 

김의진(가명): “3만2천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려워요. 각자 탈북 동기나 배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가장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재정적 어려움이에요. 한국은 장학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어요. 한국 정부에 감사하죠.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 행복해요. 북한이탈주민 학생에겐 정착지원금을 주는데 앞으로 살아가고 학업을 하는 데에 기초 자금이 돼요. 그런데 사실 장학금을 못 받으면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워요. 학생들 같은 경우는 장학재단에 지원 신청을 하는데 당연히 스스로가 도전해서 장학금을 받아야 해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위험 부담이 커요.”

 

Q. 위험 부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김의진(가명): “절박한 마음으로 지원을 못 하면 장학금을 못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모든 장학단체가 학점을 많이 봐요. 학점이 낮으면 지원 못 하는 사람도 너무 많죠. 한국에 오고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은 공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강의를 들으면 이전에 배운 내용을 학습하는 데에 더 어려움을 겪죠. 물론 장학재단도 일정 인원을 선발해야 하고, 지원을 해줄 만한 자격을 봐야 하니 이해해요. 모두가 다 받을 순 없죠. 그래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어떤 점이 개선되면 좋겠나요?

김의진(가명): “지원자의 포부와 발전 가능성을 보며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개인 심층 면접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 및 학점 등 기존 정형화된 틀보단 개인을 좀 더 세세히 알아보고 장학금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요. 대부분 장학재단이 학점 위주로 장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학점이 높을수록 장학생 선발 확률이 높아져요. 저도 학점 때문에 떨어진 적 있었는데 그렇게 떨어지게 되면 어려움이 또 생겨요. 장학금을 못 받으면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져 계속 악순환이 반복돼요. 그리고 성적 때문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본질을 봐주는 장학재단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Q. 본인의 비전 및 한동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의진(가명): “제 비전은 통일이에요. 저는 한동대학교 학우분들께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여러 가지 상황 및 이슈들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고 통일이 일어났을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동대학교는 통일 교육 선도대학이니 통일과 북한에 관련한 전문적인 북한과 통일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 됬으면 해요. 그러므로 한동대학교 내에 있는 북한과 통일에 관련된 학회나 동아리들이 더 활성화되고 통일 관련 수업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우님들의 관심이에요. 우리는 크리스천으로서 통일과 회복에 관심을 가지고 더욱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중심에 한동대학교 학생들, 구성원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 이지혜 leewisdom@hgupress.com
일러스트 이지혜 leewisdom@hgupress.com

 

5. 한동대학교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동대에서는 통일과평화 연구소 (소장 송인호 교수) 및 통일한국센터 (센터장 박영춘 교수)가 있고, 통일입문융합수업, 심화수업 및 북한인권 및 개발 등의 수업이 열리고 있으며, 조만간 통일관련 전공이 개설될 예정이다. 특히 통일과평화연구소에서 미국의 시라큐스대학 (Syracuse) 장애전문 버튼브랫 연구소 (Burton Blatt Institutue)와 국제공동연구 과제를 3년간 질적연구를 진행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비추어 본 북한장애인인권’ 연구 저서를 국내 최초로 발간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제법센터 (소장 원재천교수)는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레검토 (UPR) 절차에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여 북한의 인권개선과 개발에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여성, 장애, 아동, 종교자유, NPT, 대북 재제, 개발협력 분야 등 다양한 연구결과가 국내외 저명 학술지와 보고서에 발표 되고 통일법 교과서 (송인호 저)가 발간되는 등 한동대에서는 활발한 다 학제적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평양과기대 설립 부총장인 정진호 교수는 남북한 경제교류를 돕는 유라시아 원이스트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한동대에서는 북한이탈주민 학우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교육 및 학습 적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한동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학생 학습지원 프로그램은 북한이탈주민대상 재학생의 신청을 받아 학습요구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토대로 학생들의 학업적 필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실시하고 있다. 특히 튜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탈주민 학우가 현재 겪고 있는 학업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 학교생활 및 학업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며 더 나아가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기법을 배우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방학 중 학습캠프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동교육개발원에서 지원하는 학습 상담 프로그램에서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은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학습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학기 초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튜터를 모집하여 튜터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북한이탈주민학생의 영어 과목 성적평가 유형 변경 신청 제도(p/f 실시)도 시행하고 있다. 교무팀에 따르면 성적 평가 유형 및 처리에 관한 세칙 제7조에 근거하여 영어 과목(100% 영어 진행, 언어교육원 영어 교과과정 과목 제외) 수강 시 학생은 교수에게 P/F 평가 유형을 신청할 수 있으며 허가 받을 수 있다.

 

공동체, 그리고 공존

 

한동 공동체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학생들의 삶을 비춰 보았다. 그들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동에 잘 적응 중이었고, 재정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했다. 또한, 통일을 준비하는 한동대학교에서 한동인들이 북한을 그저 일방적으로 동정하는 것보다는 통일을 위한 동등한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를 원하고 있다.

 

한동 캠퍼스에 공존하는 모두는 동역자이고, 공동체다. 지금도 한동 어딘가를 거닐고 있을 북한이탈주민학생은 분명히 우리와 다른 경험을 해왔겠지만, 분명히 또 다른 ‘우리’이다. 때로는 통일의 사명을 함께 감당하는 동역자이며, 때로는 자잘한 일상을 함께 보내는 친구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관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존’ 그 가치를 지키기를 노력하는 한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