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까닭에 ‘우리’라는 말이 새삼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자.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존재한다. 가깝고도 먼 그들, 아니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내가 만약 000이라면?”이라는 질문은 한동 공동체 속 다양한 ‘우리’들을 조명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도전이다.

 

 

거대한 체구에 애처로운 눈망울, 하마를 닮은 외관을 가진 슈퍼돼지 옥자를 기억하는가?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영화로 개봉 당시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옥자>는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재조명되어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옥자>육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생명과 자본주의에 관한 심도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영화는 다국적기업 미란도가 실시하는 슈퍼돼지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영화는 두시간의 상영시간동안 대량 축산시스템, 동물실험, 유전자조작, 대기업의 권력과 횡포 등 다양한 윤리적 이슈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생각거리들을 던진다.

 

여느 봉준호 감독의 작품처럼 <옥자> 또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그러나 상이한 영화평과는 별개로 <옥자>관객들은 한결같은 영화후유증을 호소한다. 영화 속 바닥이 피로 흥건한 도살장 장면은 많은 관객에게 불편한 여운을 남겼고 관객들은 고기, 특히 돼지고기를 먹을 때 특유의 찝찝함을 느끼거나 심할 경우 한동안 육류 섭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코로나가 불러온 나비효과 : 채식

 

공장식 축산업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영화 <옥자>는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대량도살 시스템의 민낯을 고발한다. 이로 인해 영화가 개봉한 후 한동안 축산시스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채식주의가 화두 되기도 했다. 그러나 채식에 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급증한 시기는 <옥자>영화 개봉으로부터 3년이 지난 최근이다.

작년 말 발생한 코로나 사태는 식탁 위의 음식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바이러스의 범유행적 여파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각성하게 했다. 더불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며 채식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었다. 기존에는 채식이 젊은 층의 트렌드로만 여겨졌다면 지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다.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여파로 채식에 대한 관심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는 채식주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게 우리는 채식주의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야채와 과일만 먹는 자연인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채식주의자들에 대해 만연해 있는 선입관이다. 채식주의는 식물성 식품이 주가 된 식습관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로 허용하는 식품군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진다.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범주의 채식주의자들이 존재한다.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은 먹지 않는 락토(Lacto) 달걀은 먹지만 유제품을 먹지 않는 오보(Ovo) 달걀과 유제품은 섭취하는 락토오보(Lacto-Ovo) 달걀과 유제품 그리고 어패류까지 허용하는 페스코(Pesco) 경우에 따라 육류나 해산물 등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등이 있다.

▲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한 개인이 채식주의로 전향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과거에는 단순히 체질상 육류가 맞지 않아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동물권과 생태계 보존을 고려하는 윤리적 이유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강조되며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채식주의가 앞으로도 꾸준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채식인구는 올해 20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한국채식연합은 2018년도 국내 채식인구가 전체 인구의 3~4%100~15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200815만 명이었던 채식인구와 대비하여 보았을 때 10년 사이에 사이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던 채식인구는 최근 코로나라는 변수를 만나 한 단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식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채식식품 시장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는 품목을 막론하고 앞다투어 채식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추세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연 대체육 상품이다.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Beyond Meat)와 독점계약을 맺은 동원F&B지난 8월부터 전국 이마트 21개점에서 운영하는 채식주의존에 입점하여 대체육 패티와 소시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푸드의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크리스피 너겟을 비롯한 대체육 냉동식품 시리즈를 선보이며 대체육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제로미트’ 제품 또한 전국 이마트 21개 점포에 자리잡은 채식주의존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비건라면 채황을 출시하며 채식시장의 선두 역할을 했던 오뚜기는 지난 8월 채식 볶음밥과 만두를 출시했다.

배달업계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배달 어플로 잘 알려진 배달의 민족은 채식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일부지역에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육식이 장악했다고 여겨졌던 배달식품 산업에 채식이 들어선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채식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채식시장도 커지고 앞으로도 다양한 비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사시간, 선택지 없는 채식주의자

 

시장은 채식열풍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격동을 겪는 시장과 달리 캠퍼스 내의 채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 대학 중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대학은 서울대, 동국대, 삼육대로 전국을 통틀어 세 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현존하는 국내 대학이 대략 이백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다. 더군다나 동국대나 삼육대는 사실상 육식이 금기시된 종교 재단으로 설립되었다. 두 학교의 채식식단 제공이 특수한 경우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대학의 채식식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한동대는 어디까지 왔을까? 한동대의 지리적 특성상 주변에 식당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편의 시설이 없어 대부분의 식사를 캠퍼스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국내 대다수의 캠퍼스와 마찬가지로 한동대 또한 아직까지 채식주의에 대한 직접적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한동대 내 식사를 제공하는 편의시설로 ▲학생식당 ▲맘스키친 ▲빨간너구리 ▲인브리즈 ▲그레이스 더 테이블 ▲팜스발리 ▲버거킹 등이 입점해있다. 이 중 학생식당과 맘스키친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일 달라지는 메뉴를 제공하기 때문에 식사시간마다 많은 학생들이 애용한다. 20년도 2학기 기준 학생식당은 단품식단을 제공하는 믹스 라이스(Mix Rice) 코너와 프라이 프라이(Fry Fry) 코너, 그리고 정식을 제공하는 코리안 테이블(Korean Table)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식당과 맘스키친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식단에는 육류나 어패류와 같은 동물성 식품이 함유된다. 이번 학기가 시작한 9월 3일부터 9월 30일까지 평일을 기준으로 한 달간 학생식당의 메뉴를 분석해본 결과, 믹스라이스 코너는 9월 한 달간 평일을 기준으로 총 38가지 메뉴를 제공했다. 그 중 육류나 어패류와 같은 동물성 식품이 명시되지 않은 메뉴는 7가지로 약 18%에 불과했다. 프라이 프라이 코너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48가지의 메뉴를 제공하였고, 그 중 동물성식품이 명시되지 않은 메뉴라고는 9월 17일 제공된 ‘오븐철판김치볶음밥’ 한 가지에 불과했다. 맘스키친의 중식과 석식 메뉴를 분석한 결과 맘스키친이 9월 한 달간 제공한 133개의 메뉴 중 동물성 식품이 포함되지 않은 메뉴는 13개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1식 3찬을 제공하는 코리안 테이블의 경우 채식주의자들이 섭취 가능한 반찬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그러나 메인 반찬이 육식 위주이기 때문에 이를 배제할 경우 충분한 영양을 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식단 분석 결과는 교내 채식주의자들이 섭취가능한 음식이 굉장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채식주의자들이 체감하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저조할 수 있다. 메뉴명에 직접적으로 동물성식품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제로도 동물성식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리과정 중에 고기로 육수를 내거나 젓갈을 사용하는 등 대다수의 음식에 동물성 식품이 들어간다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실질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비율은 앞서 산출한 값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기숙사 내에서도 먹는 문제로 고충은 여전

 

캠퍼스 내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캠퍼스 내 식당메뉴에 국한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들은 기숙사 내에서 식사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식료품을 보관하는 과정부터 순탄하지 않다. 기숙사 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 면적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이조차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기 때문에 신청에서 밀린 학우들은 냉장고 사용이 금지된다. 야채와 과일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채식주의자들에게 냉장고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큰 치명타로 작용한다.

또한 국제관과 창조관, 갈대상자관을 제외한 여섯 개의 기숙사 건물은 취사장이 없다. 설령 취사장이 있는 국제관, 창조관 그리고 갈대상자관에 입주했더라도 취사장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몰리는 시간에 취사장을 이용할 경우 싱크대와 인덕션을 사용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일도 빈번하며 학생들이 냄비를 제외한 주방도구를 개별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창조관의 경우 국제개발협력대학원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게 제한을 두어서 학부생은 사용하지 못한다.

 

달걀과 유제품류까지 섭취하는 락토-오보 채식을 실천 중인 최미교 학우(국제어문 17)는 “기숙사에서 채식주의자로 살며 굉장히 제한된 식생활을 했다”라며 “냉장고를 사용할 때도 서너 명씩 통 하나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기숙사에 취사공간이 없으니 원물 그대로를 섭취하는 일이 잦았다”라고구마 한 박스를 사다 놓고 전자레인지 용기에 넣어 익혀 먹거나 과일, 쌈채소, 견과류, 구운계란을 주로 먹었다”라고 토로했다.

 

한동대 학생 중 기숙사 거주 비율은 80% 정도로 타대학에 비하여 높은 비율을 보인다. 기숙사거주 채식주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외국인이자 채식주의자로 사는 그들

 

외국에서 온 국제학생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와 언어 탓에 그들은 한국인 채식주의자들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하여 교환학생 과정을 밟고 있는 세 명의 국제학생은 인터뷰를 통해 캠퍼스 내 외국인으로 채식식단 유지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세 명의 교환학생은 모두 채식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독일에서 왔다. 독일은 인구의 10% 가량인 800만명이 채식주의자로 이들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갖춰진 채식선두국가로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식단의 성분표시 기재가 필수이며 대형 마트의 경우에는 채식 관련 제품을 파는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또한 학교나 회사, 군대처럼 단체 급식을 해야하는 경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별도의 식단을 제공해준다. 10년 동안 채식을 유지해온 루벤 크루거(Ruben Krüger) 씨는 기존 다니던 대학에서는 비건 메뉴가 항상 제공되었다라며 한동대 식당은 육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메뉴선택의 옵션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언어장벽 또한 외국학생들이 채식을 실천하는데 하나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외국학생들의 경우 한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아 메뉴판만 보고 어떤 음식인지 단박에 파악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확인이 필요하지만 의사소통의 한계로 식단에 육류가 첨가되었는지 일일이 물어볼 수 없다. 엄격한 비건 채식을 포함한 채식 생활을 10년 동안 지속해온 카롤라 스네슬레이지(Karola Snethlage) 씨는 채식을 실천하는데 언어장벽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매번 식당에 가서 학생들의 식판을 직접 보고 확인한 후에야 식사를 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락토-오보 채식을 5년 동안 유지해온 로산나 패케(Rosannah Pettke) 씨는 막상 식당에 갔는데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식단의 옵션이 다양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품성분이 자세히 기재된 자료라도 배부된다면 캠퍼스 내의 외국인 채식주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변현승 기자 byeonhs@hgupress.com | 채식주의 교환학생-왼쪽부터 카롤라, 루벤, 로산나
▲사진 변현승 기자 byeonhs@hgupress.com | 채식주의 교환학생-왼쪽부터 카롤라, 루벤, 로산나

채식주의자에게 교내 채식식단 도입이 절실하다. 그러나 학생식단은 아직까지 채식메뉴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식단이 메뉴로 선정되기 위해 요구되는 수요에 비해 채식식단이 비인기 메뉴인 까닭이다.

학생식당 심연하 영양사는 메뉴를 선정할 때 단가와 선호도, 영양을 고려해야 하는데 채식식단은 학생들의 수요가 높지 않다”라식자재를 미리 계약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물량이 나가지 않으면 굉장히 곤란해진다”라고 했다. 또한 심 영양사는 코너별 메뉴는 단품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별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라지금 상황에서 채식식단 도입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먹는 문제를 넘어 공존으로

 

길 잃은 교내 채식식단의 방향성을 구하고자 GLS학부 소속 손화철 교수를 만나보았다. 그가 강의하는 ‘철학개론’의 주교재는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이다. 《동물 해방》은 육식을 포함하여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비도덕적이라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어울러 손 교수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가급적 육류 섭취를 피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손 교수는 “공장식 사육은 동물들의 필요치 않은 고통을 야기시킨다”라며 “그렇게 잔혹한 방식으로 동물을 키우고 죽이는 행위는 결코 성경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교내 채식과 관련해서 손 교수는 “학생식당에 채식식단을 한 가지정도 들이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럼에도 채식식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채식주의자가 적어서라기보다 그것을 요구한 적이 없어서이다." 라고 한동대 구성원들의 수동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 십년 이상 학생식당에 식단 관련하여 정식으로 건의하거나 대책을 제안했다는 소식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라며 “학생회나 자치회 등의 학생기구에서 소수의 학생들을 배려하는 복지대책을 마련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우리학교가 앞으로 계속 국제화되어갈 것이라며 채식식단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global)해지려면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공존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해주어야한다”라며 “어떤 문화의 학생이 오더라도 식사로 고통받지 않도록 음식에 대한 기본적 인프라가 갖춰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 손화철 교수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 손화철 교수

 

교내 채식주의자들에게 배고픔 못지않은 큰 고통은 공동체로부터의 소외일 것이다. 대부분의 식사를 홀로 해결해야 하는 그들은 한동대 내 함께 밥을 먹는 문화인 ‘밥고’는 고사하고 학생식당에 가기도 쉽지 않다. 식사시간마다 찾아오는 소외감은 그들이 오롯이 감당해야할 무게로 남는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방이 불편해 할까봐 쉽게 내색조차 하지 못한다. 식탁공동체가 강조되는 한동대에서 같은 밥상에 앉기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모순되어 보인다. 굳이 채식인구가 급증한다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현존하는 교내 채식주의자들의 고충에 귀 기울인다면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한동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진정한 공존은 단순히 상대방의 신념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존은 실제적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변화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름 속에서 최대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작은 변화부터 실천해야한다.

이는 단순 채식주의자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류가 되지 못하는 다양한 이들에게도 충분히 적용되는 내용이다. 한동대 내에서 공존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지속적 관심과 작은 실천들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노력할 때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있는 한동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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