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진실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진리에 대한 추구를 활자 속에 녹여내 서로 치고받고 소통했던 지난날의 철학가와 종교인들은 땅에 발을 딛고 섰지만, 눈만큼은 하늘을 향했던 사람들이었다. 참 멋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필자는 정말 평범한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다. 지난 12년간 필자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외웠고, 근, 현대의 철학가들을 이름으로만 만났다. 말하자면 철학적 사유를 즐기거나, 과거의 그들과 대화를 진중하게 나눠본 적은 솔직히 없다는 말이다. 부끄럽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와 닿지 않는 먼 이야기다.
왜 이런 소리를 초장에서부터 주저리주저리 써놓았느냐 하면, 사실 우리가 저 위의 거창하고 위대한 철학가나 종교인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당신은 어느 순간 그 힘겨운 발걸음을 멈추고 스스로 물을 것이고, 나아가 어떤 삶이 인간다운 삶일지 고민할 것이다. 철학의 역사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철학의 씨앗을 품고 있다. 그 씨앗이 행복으로, 혹은 신앙으로 발아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는 것이다. 답답해서 답을 찾고 싶으면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어쩌다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나 요즘 힘들다고 친구한테 칭얼대며 운이라도 띄우기 마련이다.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답이 나오기도 하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더 빨리 소통하는 창이 정말 많이 열린 세상에 살고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영상으로 소통하는 여러 작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해주고 싶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제작자가 꾸며내는 극영화보다 현실과 더 끈끈하게 엉켜있는 다큐멘터리 장르적 특성상 제작자 맘대로 이야기를 지어낼 수가 없다. 우리 삶의 이야기를, 그 삶에 숨겨진 그 진실을 끄집어내는 것이 제작자의 역할인 것이다. 아, 얼마나 매력적인가! 거짓되기 힘든 장르다. 진실을 추구하는 인류의 고민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기 인간극장이나 동물의 왕국에 익숙한 당신의 머릿속 ‘다큐멘터리=지루함’이라는 등식에 작대기를 그어줄 좋은 작품들이 있다.
마이클 무어의 작품들은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실과 제작자의 위트가 맛깔나게 버무려진 괜찮은 다큐멘터리 입문 작품이다. <화씨 9/11>이나 <식코> 같은 작품들은 미국의 문제를 신랄하게 꼬집으면서도 재미가 있어 좋다. 특이하게 그의 작품에서 그는 제작자이면서 동시에 촬영 대상자이다. 혼자 주인공도 하고 감독도 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한다. 그를 찍는 카메라를 따라 가다 보면 내가 알지 못한 채 당했던 뒤통수가 아리기도 하고, 몰랐던 진실의 실체에 놀랍기도 하다.
미국 이야기라 모르겠다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 회의를 느끼고 있는 당신, EBS가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찍어놓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무려 6부작을 달리는 이 작품은 당신과 함께 대학생의 삶에 대해서 논하려 자리를 마련했다. 자신이 대학에서 보내고 있는 삶과 영상 속 대학생들의 삶을 비교해보면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제작자와의 소통의 결과를 바로 당신의 삶에 적용하고 싶다면, 그리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면 <일용할 양식>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작자가 보여주는 진실은 당신에게 적잖은 충격과 영향을 줄 것이고, 나아가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신이 약한 편이라면 보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필자는 보고 나서 3주간 강제로 채식을 했다. 공부도 하고 사람도 되고 살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가장 진실하고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는 지금 내 바로 옆에서 찍히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가 지나쳤던 진실이 한 장의 낙엽과 한 자락의 바람에 흐르고 있고, 당신의 귓가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당신이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서 진실한 사랑의 가치가 우러나온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서 서로 소외되고 외롭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에 다가간다면 우리는 철없고 단순하고 무기력한 죽은 청년이 아니라 진실을 찾는 철학자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대를 하루하루 생각 없이 살아간다고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헛소리를 귓등에도 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과거의 위인들과 같이 내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아갈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는 한 대학생으로서, 당신의 삶에 다큐멘터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혹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시네마 베리테로 오라. 당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


시네마 베리테
김도해(언론정보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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