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육거리 꿈틀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모인 이들이 있다.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한숲농아인교회에서는 고요함 속에서 그들만의 경배와 찬양이 울려 퍼진다. 교회의 목회는 농아인1인 안후락 목사가 맡고 있다.

 

안후락 목사와 김소향 사모는 농아인 교회뿐만 아니라 아동센터, 문화센터, 수화식당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안 목사와 김 사모는 아동센터를 시작으로 문화센터와 식당까지 하나하나 지경을 넓혀왔다. 처음에는 작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선한 영향력이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이후로 움직임은 점점 커져갔다.

 

▲한숲농아인교회, 한숲농아인 문화센터, 수화식당 ‘한숲 맛 이야기’ 입구 표지판 모습 - 사진 김수아 PD
▲한숲농아인교회, 한숲농아인 문화센터, 수화식당 ‘한숲 맛 이야기’ 입구 표지판 모습 - 사진 김수아 PD

 

한숲 농아인교회의 안후락 목사는 원래 포항제일교회 농아교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농아인들도 스스로 자립해서 교회를 세워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교회의 허락을 받고 농아인 교회를 개척하였다. 포항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진 농아인 교회였다. 농아인들은 누군가의 의견에 따라갔던 이전 교회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책임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개척 4년차에 접어든 한숲 농아인 교회는 코로나 이전에 농아인 40명, 비농아인 20명 정도의 성도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40명 정도의 성도들이 있는 상황이다. 한숲 농아인교회의 모든 예배는 수화로 드려진다. 말씀은 농아인인 안후락 목사가 수화를 통해 전하고 글자로 박자를 따라가며 찬양이 드려진다. 찬양의 박자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도 기쁨으로 여호와를 송축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또 다른 곳, 한동대학교 수화 동아리 소울은 현재 한숲 농아인 교회에 주일마다 출석하며 섬기고 있다. 소울은 긴 시간동안 선배와 후배들을 연대하여 계속해서 섬김을 이어나가고 있다. 소울은 농아인 한글 교육과 통역을 하고 있다. 한숲 농아인 교회의 목사님은 다양한 방향에서 늘 소울 동아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숲 농아인 교회 안후락 담임 목사님을 찾아가 한숲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화로 인터뷰 하는 안후락 목사와 통역하는 김소향 사모의 모습 - 사진 김수아 PD
▲수화로 인터뷰 하는 안후락 목사와 통역하는 김소향 사모의 모습 - 사진 김수아 PD

 

Q. 어떤 비전을 가지고 목회를 하고 계신가요?

 

A. 일터교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회하면서 레스토랑 한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 하실텐데요. 일터교회를 지향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농아인들의 삶이 어렵기 때문에 농아인들의 삶을 케어하면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Q. 소리없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를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기 원하시나요?

 

A. 소리가 없다는 것은 농아인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리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농아인의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목회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A. 농아인 권사, 농아인 안수집사가 세워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너무 감사하고 참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농아인이 스스로 교회의 주체가 되어 농아인 권사로서 다른 농아인을 품는 모습을 보는게 또 하나의 큰 감동이고 고마운 일인 것 같아요. 교회의 목적을 알고 교회의 어떤 섬김을 아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농아인의 교회가 시작되는구나를 느꼈던 것이 가장 행복했고 기억에 남네요.

 

Q. 기독교 농아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한숲 농아인교회가 개척함으로써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A. 농아인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개척하기 전만해도 기초수급자가 85%였어요. 그래서 소망이 없다고 해야 되나요? 그러니까 뭐 교회에서 만나는 분들은 다들 어려움만 토로하고 또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까 삶의 방향이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나쁜 문화가 많았어요. 뭐 예를 들어서 도박이라던가 술 먹는 문화가 좀 대세였다면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본인이 급여를 받고 생활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에 많은 변화가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교회 개척한 게 훨씬 나았다고 생각이 들어요.

 

Q. 농아인 교회의 2021 목표, 기도제목이 궁금합니다.

 

A. 농아인들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의 크리스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교회 안에 머물러 있고 교회 안에서 잘하자는 게 꿈이었다면 이제는 교회 밖에서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의 향기를 뿜어냈으면 좋겠어요. 또 교회뿐만 아니라 수화식당을 통해서 농아인들의 삶이 많이 변화되는 것, 그 변화가 삶의 간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세 번째로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일터교회가 또 다른 교회의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농아인들이나 기타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스스로 식당을 운영한다거나 일터를 함께하는 교회가 많이 생겨서 농아인들의 삶이 유지되고, 또 다른 농아인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세워져갔으면 하는게 꿈이에요. 그게 기도제목이기도 하고요.

 

Q. 수화식당에 근무하시는 농아인 분들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사모님: 농아인들 다 스토리가 많아요. 지금 매니저로 있는 남자 분은 시각장애도 있고 또 청각, 언어 삼중장애가 있어요. 지금은 시야가 거의 안보여요. 처음에 이 친구가 식당일 할 때는 ‘예전에 엘리베이터 공사하는 일만 했기 때문에 난 식당하고 절대 안맞아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시력이 제일 나쁜데도 불구하고 모든 음식의 데코를 이 친구가 다 맡고 있어요. 참 놀라운 일이죠. 반전이에요. 자기도 놀래요. 그런데 가장 예쁘게 만들어요.

 

또 안에 있는 여자분은 어릴 때부터 자존감이 많이 낮아서 사람을 보면 두려워해요. 무서워하고 도망가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서빙을 해요.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전혀 부담스럽거나 무서워하지 않아요.

 

식당에 주방 일 하시는 권사님은 생애 처음으로 직장 생활해요. 지금까지 그냥 재봉으로 조금씩 이천원삼천원 버는 게 자신의 삶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충분한 급여를 받고 하는 모습도 자기 인생에 처음 급여를 받는데 너무 행복하대요.

 

농아인의 삶은 굉장히 어려워요. 경제적인 삶이 많이 어려운 편에 있어요. 나라에서 주는 제도권에 의지하며 생활을 하고 나라의 지원이 없으면 삶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또한, 농아인들에게는 한글이 모국어가 아니에요. 한글은 제 2외국어에요. 농아인들의 모국어는 수화라서 한글을 되게 어려워하세요. 농아인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가 없어요.

 

우리나라 장애인 중 농아인은 두 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아인들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고 그들의 삶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놓여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많은 농아인들은 국가의 지원만으로 삶을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Q. 농아인들이 말씀하시는 삶에서 달라진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예전에는 좀 사람들보면 낯가림이라고 해야 하나요? 나는 할 수 없다라는 느낌? 나는 못해요라는 모습이 지배적이었다면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피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예전 같으면 ‘통역이 필요해’ 이 말조차 하기 어려웠던 농아인이었다면 이제 그렇지 않고 통역사를 불러서 ‘나 좀 통역해줘’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또 예전 같으면 병원가면 무서워서 통역사를 꼭 데려갔는데 이제 안 그러거든요. 자기 스스로 글 적어서 가서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변화가 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게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고 스스로 하는 걸 보면서 좀 달라졌다라는 걸 많이 느껴요.

 

Q: 마지막으로 한동대학교 학생으로서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한동대학교 모토가 ‘세상을 변화시키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자기의 삶을 충실하게 살다 보면 그것이 예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의 현장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희 식당과 교회도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 역할에 노력하고 크리스천답게 사려고 노력했을 때 그것이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큰 울림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한동대학생들도 자신의 삶을 크리스천답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꿈입니다.

 

안후락 목사님을 통해 들은 한숲 농아인 교회 농아인들은 진리 안에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웃과 함께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삶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에는 예수그리스도의 향기가 난다. 

▲ 수화하는 안후락 목사의 손 모습 - 사진 김수아 PD
▲ 수화하는 안후락 목사의 손 모습 - 사진 김수아 PD

 

한숲 농아인 교회는 소리가 없어도 아름다운 곳, 소리가 없어서 아름다운 곳이다. 소리가 없었기에 고요함 속에서 사람과 집중하고 싶은 무엇인가에 온전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소리를 통하지 않고 하는 소통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그들의 감정과 표정이 온전히 들리는 시간이었다. 수화가 예쁜 언어라는 것은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말에서 감정이 느껴지듯 수화에서도 감정이 다 느껴졌다. 소리 없는 아름다움은 고요하고 잔잔한 행복함이었다.

 

*1농아인: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