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은솔 기자 choies@hgupress.com
▲사진 최은솔 기자 choies@hgupress.com

 

한동대와 청소용역업체 세영 CMS가 맺은 계약이 지난 6월 30일부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생활관 청소노동자 14명은 출근이 정지된 상태다. 신성만 학생처장은 7월 2일 공지를 통해 “20-1학기에 약 13억에 달하는 환불이 진행되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라며 “현재의 한동대 RC/생활관 재정상태를 감안한다면 환경미화원 14명의 인건비를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라 밝혔다. 학교 당국은 17일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 공지를 통해 ‘하계방학과 2학기 청소는 직원, 간사 및 근로학생을 선발하여 직접 청소를 담당할 예정’이며 ‘개교 초에 실시한 근로의무(work duty)를 활성화하여 생활관 청소를 할 예정이며 생활관 청소가 미비할 시에는 전문 청소업체를 불러 월 1~2회 청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청소노동자를 포함한 노조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문 앞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교 당국은 20-1학기 기숙사생 입주 취소 및 환불로 발생한 생활관 적자로 대표되는 재정적 어려움이 현재의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핵심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한동대는 6월 30일까지 생활관 청소업무가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도 생활관 노동자 14명의 인건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해왔으나, 이후 2년 재계약 시 발생할 약 9억 원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 처장은 “기존 교직원 월급도 예비비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2학기에 (기숙사 입주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데 2년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올 하계 방학에는 생활관 간사와 교직원들이 직접 생활관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청소노동자와 노조 측은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희 생활관청소반장은 “우리는 전원 다 같이 복귀해서 같이 (학교 측의 어려움에 대한) 고통분담도 하고 일도 원래대로 다 같이 하는 것을 원한다”라며 “전원해고 외에 다른 방식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북공공운수노조 송무근 지부장은 “용역회사직원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모는 것은 상식의 선에서 해석될 수 없는 문제다”라며 “코로나가 한동대에만 적용되지 않음에도 최근 대학 청소용역이 해고된 사례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송 지부장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이렇게 어려운 만큼 청소용역 노동자도 당연히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동참할 의향이 있다”라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함께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인원감축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계약 만료에 대한 통보방식과 내용에 대한 학교와 노동자 간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학교 당국은 청소노동자 측에 계약 기간 만료에 대한 사전 공지를 해왔고, 인원 감축을 포함한 개선안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생활관운영팀 이종만 팀장은 “지난 3월 4일, 10일 간담회를 통해 생활관 청소노동자 14명 전원에게 5월 29일까지 용역업체 계약 연장과 관련한 개선안을 요청했다”라며 “5월 29일까지 개선안이 제출되지 않을 시 6월 30일부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세영CMS 권기대 이사 역시 “5월부터 주기적으로 (청소 노동자에게 직접) 6월 30일부로 자동 계약만료가 된다는 점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청소노동자 측은 세영CMS측에서 전달한 계약만료 소식 외에,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종희 반장은 “학교 측에서 생활관 노동자 14명에게 공개적으로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달한 적 없다”라며 “용역 업체로부터 계약만료를 전달받은 것도 종료를 5일 앞둔 6월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생활관 청소 노동자 권영순 씨는 “학교 측에서는 개별적으로 나에게 찾아와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 직고용을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이게 공식적인 방식의 통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작년에 체결한 학교 측과 청소노동자 사이의 합의서 내용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2019년 12월 2일 한동대와 한동대미화분회 간 맺은 ‘세영CMS 청소근로자 관련 협정서’ 내용에 따르면, 인원 감축은 ‘2개년 이상의 재정 적자로 인해 대학 전체 차원의 인력 내지 인건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 당국은 “20-1학기 생활관 축소 운영상황에서도 감원 없이 임금도 보장하여 협정서를 존중했다”라며 “해당 협정서 내용은 용역 재계약과는 관계가 없고, 협정서는 본 용역계약이 종료됨과 동시에 효력이 만료되었다”라고 보고 있다. 반면, 청소 노동자 측은 합의의 주체가 노조와 학교이기 때문에 계약이 끝났어도 협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송 지부장은 “주체는 노조와 학교였다. 업체와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문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은 비겁하다”라며 “학교가 스스로 한 약속도 잘 지키지 않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사진 '들꽃'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사진 '들꽃'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정영숙 미화분회장은 “민망할 정도로 밝게 인사하고, 음료수를 사다 주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자부심 갖고 한동대를 청소하게 된다”라며 “방학 중에도 공부하는 학생들 있을 텐데, (확성기를 통한 시위를)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학교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로 기존의 용역계약 유지는 어려운 상태이며, 생활관 학생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청소상태 개선이 포괄되는 해결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와 청소노동자 간 어려운 갈등 상황에 봉착한 만큼, 학교의 구성원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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