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며, 유대감을 공유하며 운명이나 생활, 목적 따위를 같이하려고 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급증은 공동체의 약화를 야기했고 이에 대해 곳곳 에서 염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에서는 공동체 약화의 책임을 단순히 ‘코로나 때문에’라는 푸념으로 덮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나 공동체를 지키고자 한다면 이 러한 푸념으로 덮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인 학생들은 코로나 의 영향과 더불어 공동체의 변화를 야기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집중해 공동체를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동대학교(이하 ‘한동’)가 추구하는 ‘공동체’는 무엇이고 개인주의가 심화되어가는 시대 앞에서 어떻게 우리의 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까?

한동의 상징: 공동체 훈련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한동의 인성 교육 중 공동체를 이루며 섬김의 리더십을 함양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제도들은 ▲RC ▲팀제도 ▲공동체리더십훈련이다. 한동은 지난 2004년부터 공동체리더십훈련을 필수교양과목으로 학점을 부여하도록 하였고, 2014년에는 RC를 전면화하여 독립적인 공동체의 확립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들은 모든 학생이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공동체로, 각 팀의 구성원들은 학생들의 성별, 학년, 학부와 관계없이 배정되어 1년간 함께하게 된다. 서로 다른 개개인들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불편함과 어색함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팀모임의 목적인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위해’라는 문구 너머 팀모임을 하는 목적과 방향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나아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개개인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 공동체는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과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

공동체 안에서의 배움

『공동체는 어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제’가 원형이죠. 결국, 공동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전혀 다른 사람, 다른 개인들이 모이는 거잖아요. 다른 개인들이 모여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배우고 교제하고 성장하는 것. 현대 사회에 와서는 어떤 목적 지향적인 활동을 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경우가 대부분이 되었지만, 이는 교제가 없이 그 외형만 남아 있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김재효 학생처장(이하 ‘김 처장’)은 특별한 목적이나 이해관계없이 묶인 생활공동체 안에서의 교제함이 인성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생활공동체가 목적성 없이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한 제도처럼 보일 수 있으나, “타인을 통해서 나와 다른 주장과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누구인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에서 공동체훈련은 “어떤 교과목을 통해서도 얻어낼 수 없는 배움이다”고 김 처장은 말했다.

▲사진 김하윤 PD kimhy@hgupress.com
▲사진 김하윤 PD kimhy@hgupress.com

『우리 학교는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많이 하니까 70% 이상이 RC라고 하는 생활 공동체 기숙사에 살면서 나랑 맞지 않는 사람과 부대끼고 의무적으로 살아내야 하는데 그 안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음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배워가는 거죠. 기숙사에서 살지 않았으면 그렇게 얽히지 않아도 되고, 적절한 거리를 두고 사귀는게 편하잖아요. 하지만 나랑 안 맞는 사람과도 함께 사는법을 배우고, 싸우지않고, 싸워도 감정 상하지 않게 싸우는 방법도 배워나갈 수 있는 배움이 어디에 있겠어요.』

공동체훈련의 목적은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도구의 역할도 한다. 타인에게 나를 비추어 봄으로써 가장된 내가 아닌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김 처장은 “대학이 진리를 찾기 위한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한 진리는 “보편적이고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어떤 질서”가 아닌 성경에서 얘기하고 있는 “예수님의 인격”을 지칭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관계 속에서 절대 타자인 하나님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는 것 또한 공동체훈련의 목적일 것이다.

사랑, 봉사, 겸손의 실천

김 처장은 사랑, 봉사, 겸손을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공동체리더십훈련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모여 즐겁게 놀고 교제하는 현재의 팀모임과는 달리 과거에는 근로의 형태로 학교의 환경을 가꾸는 일이나 이웃을 돕기 위한 “10만 원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들도 진행되었다. 팀모임의 취지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을 돕기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로서 원래는 공동체리더십훈련이 존재했다고 한다. 비록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지만 매주 가족이 팀을 위해 게임을 준비하는 것 또한 이웃을 위하는 일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지247호참조)

『지금의 공동체리더십훈련은 교수님들만의 작품이 아니에요. 여러분 선배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 아이디어, 노력으로 만들어진 열매들이에요. 계속 이어온 거거든요. 서로 알아가고 교제하는 법, 남을 위해 수고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법, 재미있게 즐기는 법, 나를 알아가는 법 이런 것들을 계속 만들게 될 겁니다. 앞으로 학생 공동체에서 어떻게 그걸 만들어낼지 교수로서는 기대가 되고요.』

김 처장은 이번 학기부터 공동체리더십훈련, 한동인성교육, RC, 채플 등 전반적으로 연결된 프로그램들을 진단하고 어떻게 발전시키면 좋을지에 대해 연구하는 TFT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한동 학생들이 여러 모임에 참여하며 느끼게 되는 피로등을 줄이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 안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을 정해 활동이 과하지 않게 밸런스를 맞추는 지혜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화되는 공동체성

팬데믹 이전에도 본교의 공동체 훈련에 대해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친목 도모 시간으로 전락하였다는 지적들이 존재했다. 점점 약화되고 있는 한동의 공동체성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세대교체와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만남의 빈도가 줄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약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것만이 그 원인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1 세대교체

공동체 약화 문제에 있어 세대가 교체되는 현상은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현재 한동의 구성원들은 소위 “MZ 세대”라 불리고 있는 세대로 1980~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와 1990~2000년대 출생한 Z세대를 의미한다.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MZ세대에게 정보 산업시대의 다양한 미디어는 일상 속의 편리함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기존의 전통적인 문화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동 학생들이 채플 시간에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성경 을 읽고 있는 모습 또한 이러한 변화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인해 온라인에서의 소통 방식이 활성화되면서 타인과 항상 연결되어 있을 수 있게 되었으나, 반대로 개인화는 더욱 심화되었고 개인이 필요하고 알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는 이전에 비해 집단의 행복보다 개인의 행복을 더욱 추구하고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오늘의 사회이론가들> 등 의 저자이자 농식품사회학과 사회변동론을 연구하고 계신 고려대 사회학과 김철규 교수(이 하 ‘김 교수’)를 만나보았다.

▲사진 김철규 교수 제공
▲사진 김철규 교수 제공

"외부적으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또는 세계적인 단위로 봐도 개인주의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인 여러 흐름, IMF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건 들 속에서 개인을 개별화시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고 그 핵심에는 시장주의가 있습니다. 개인들이 전통적인 사회관계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한 개인으로서 홀로 서 있기를 강요하는 큰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김재효 학생처장은 “세대 간에 중시하는 가치의 차이는 있지만, 한동 학생들의 마음 밭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처장은 학생들이 민폐를 안 끼치기 위해 충돌을 피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예전보다는 늘어났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한다. 

『남에게 피해를 안끼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충돌하지 않고 사는 게 되게 현명한 방법처럼 보이는데 전에 말했던 교제는 안 이루어지죠. 충돌이 일어났을 때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세대가 바뀌었지만 공통된 가치라든지 상대를 배우고 나를 알아가고 이런 것들에 대한 니즈가 없어진 건 아닐 거니까. 이를 위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걸 존중할 수 있어야 해요.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이 꺼려지는 문화를 만드는 게 오히려 공동체성을 약화하는 거라고 생각이 돼요.』

#2 코로나19

코로나19 사태는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급속도로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 생활의 핵심 활동들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20, 21학번 학생들은 기존에 공동체 경험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한동은 공동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숙사 및 도서관, 대면 수업, 팀 참여 등을 통해 공동체를 가능한 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021학번들을 보고서에 쓸 때 코로나 세대라는 말을 썼습니다. 특히 1, 2학년 때 같은 경우가 학생 때 상대적으로 취업과 같은 것들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응원전▲축제▲동아리와 같은 여러 자율활동을 통해서 공동체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관계 맺기의 기술을 배우는 기간인데, 지금 21학번의 경우는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일부 동아리 같은 경우도 후배들이 제대로 공급이 안 되거나 굉장히 제한적인 대면 및 비대면을 병행하며 공동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완전히 해체되었죠."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공동체성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공동체가 약화되는 요인으로 언급된 세대의 교체와 코로나19 사태는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항하기보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공동체가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구체적인 예가 동아리인데 후배 충원이 안 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관계 맺음을 하다 보니 소위 말해 관계의 두께가 약화되거나 관계의 폭도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쳤고, 사회학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 3년의 독특한 경험이 어떻게 대학을 바꾸는지, 2~3년 뒤 활성화된다면 후배들 없이 윗세대가 취약한 동아리가 대학 전체의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 교수가 설명한 ‘윗세대가 취약한 동아리’는 여러 공동체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시에 불과하다. 공동체의 분열은 사회 여러 곳에서 직접 느끼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혼밥’과 ‘혼술’과 같은 ‘혼자가 편해’라는 마음을 대변하는 유행은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 개인이 집단의 의지를 따르기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국에서 일반적(코로나 전에)으로 공동체가 강하다고 많이 얘기하잖아요. 그 공동체가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공동체, 혈연이나 지연이나 학연을 기반으로 한 가족주의적인 공동체라 해서 때로는 공동체가 개인을 억압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동체 외부에 있는 구성원들을 배제하기도 하는 나쁜 기능들을 수행했다고 생각해요. 서구에서의 공동체, 현대 사회적인 공동체라 하는 것은 개인화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거든요. 개인들이 전통적인 굴레, 전통적인 가족 관계나 신분제를 벗어나 주체로서 바로 선 개인들이 여러가지 관심사나 공동체적 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 이념형이긴 하지만 현대사회의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공동체를 벗어나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현대사회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김 교수는 “공동체 지향적 개인”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공동체 형성에 있어 공동체는 공공적 가치와 민주적인 관계가 있어야 하고 개인들은 자발성을 가지고 참여함으로써 친밀성을 확인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겠죠. 나의 자발성에 의한 주체적이고 적극적 참여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합해서 행위를 한 것이라면 이를 ‘공동체 지향적 개인’이라 해도 괜찮겠다 생각합니다.”

개인주의 vs 집단주의

개인과 공동체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처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한 현실을 이해하는 과정에 큰 제한을 두게 된다. 김 교수는 “공동체주의와 집단주의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단 속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한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사회에서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답은 극단적인 이분법 넘어 공동체 지향적인 개인주의에 있지 않을까.

한동 공동체의 주체는 학생이다

김 교수는 “공동체가 잘 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개인들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르지만 다른 것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쉽게 이해되지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며 구성원들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다. 한동 공동체의 주체는 학생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한동의 변화는 무엇인지 학생들의 고민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김 처장은 앞으로의 한동 공동체에서 학생이 주체가 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교수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학생의 의견이 계속 나오는 거. 그만큼 자기 공동체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실 교수들은 퍼실리테이터거든요,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렇게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오히려 학생 공동체에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정예원 기자 jungy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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