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팀모임이 있는 수요일이다. 같은 방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잠시 방에서 휴식을 취한 뒤 생활관에 있던 팀 사람들과 함께 팀모임 장소로 향한다. 오늘은 야외에서 팀 체육대회를 하기로 했는데,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편을 나눠 짝피구, 짝축구, 단체 줄넘기 등을 하다 보니 어색했던 팀원과도 자연스레 친해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과 다 같이 기념촬영을 하고 팀모임을 마쳤다. 다음 주에는 어떤 팀모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2

팀모임 시간이 다가온다. 생활관 침대에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지만 이것도 학점이 걸린 수업이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저번 주에는 유명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따라 하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서먹한 구성원들과 함께 연기하느라 진땀을 뺐다. 팀장이 어린 시절 사진을 보내달라고 공지를 한 것을 보니 오늘은 아마도 각자의 어린 시절 사진을 맞추는 게임을 할 모양이다. 이번 시간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 풀어질 수 있을까? 괜히 혼자 나서기는 조금 부끄러운데 그냥 뒤에서 조용히 있다가 올까? 팀모임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팀제도란 무엇인가

한동대에는 담임 교수제(이하 팀제도)라는 독특한 교육 제도가 있다. 팀제도는 한 명의 담임 교수 아래 30여 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1년간 함께 생활관에 거주하며, 공동체 리더십 훈련(이하 팀모임)을 수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나의 팀은 각기 다른 성별, 학년, 학부의 학생으로 구성된다. 한동대는 설립 초기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팀제도를 도입했다. 한동대의 모든 학생은 졸업 전까지 매년 특정 팀에 소속되며 공동체 리더십 훈련이라는 필수교양과목을 총 6학기 동안 이수해야 한다. 팀원은 수요일마다 각 팀에 배정된 강의실에 모여 팀모임을 진행하며, 팀모임은 크게 공통 프로그램과 자율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공통 프로그램은 ▲팀 MT ▲교수특강 ▲연합강의 ▲근로의무(워크듀티) 등과 같이 각 팀이 1년 동안 필수로 수행해야 하는 활동을 포함하고, 자율 프로그램은 팀 임원들이 진행하거나 팀 가족들이 매주 돌아가며 준비하는 활동을 뜻한다.

팀모임이 가야 할 곳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다수 학생은 팀모임의 목적이 공동체 의식 함양이라고 답했으며, 현재 팀모임이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팀모임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복수응답가능)’라는 질문에 ‘공동체 의식의 함양’이라 답한 학생이 89%(496명)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 ‘타전공 학생과의 교류’가 42.5%(237명), ‘인성 교육’이 29.1%(162명), ‘잘 모르겠다’가 10.1%(56명)로 그 뒤를 이었다. 학생지원팀이 제작한 ‘팀장 가이드북’에 따르면 팀모임의 목적은 학생이 성별, 학년, 학부를 초월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신앙적인 인격과 사회적 관계를 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 팀 모임 시간에 학생들이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장민용 사진기자 jangmy@hgupress.com

대부분 학생은 현재 팀모임이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 결과 ‘팀모임이 목적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부합한다’라고 답한 학생이 15.8%(88명), ‘다소 부합한다’라고 답한 학생이 39.3%(219명)로 긍정적인 답변을 한 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학생들은 팀모임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다. 만족하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친목도모도 되고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됐고, 리더의 역할을 연습할 수 있는 장이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보통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26%(145명)로 ‘다소 부합한다’ 다음으로 많은 학생이 선택했다. 반면, 현재 팀모임이 목적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다’거나(13.6%, 76명), ‘매우 부합하지 않는다’(4.7%, 26명)고 대답한 비율은 18.3%(102명)이었다. 부정적인 답변을 선택한 학생은 팀모임에 대한 만족도도 대체로 낮았으며, 만족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한 학생은 “팀모임의 모임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고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17-1학기 김원중 전 평의회 의장은 “팀모임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이 부족하다. 팀장 워크숍 시간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나 논의가 없다”라며 “팀모임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보니 팀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도 부족하게 되고, 했던 프로그램들만 관습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팀에서 수행하는 근로의무는 과거의 근로의무와 다른 모습이다. 본래 근로의무의 목적은 학교의 교육환경이 부족했던 개교 당시 학생이 직접 학교의 환경을 가꾸는 것이었다. 이에 과거 근로의무는 수요일에 전교생이 다 함께 학교 대청소를 하거나, 교탁이나 벤치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직접 공터에 닭을 키워 팀원들과 함께 회식하는 식으로 이뤄졌다(본지 7호 1면, 9호 12면 참조). 현재 학생지원팀이 지정한 근로의무 항목에는 ▲학교 건물 청소 ▲산책로 정비 ▲화장실 꾸미기 ▲생활관 청소 ▲해변 청소 등이 있다. 토레이 칼리지(Torrey College) 헤드마스터(headmaster) 김주일 교수는 “옛날 워크듀티를 할 때는 직접 기른 걸 먹기도 했다. 한동처럼 도시지역이 멀고 숨어있는 곳은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오늘날은 한동도 시가지에 둘러싸이고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따라서 워크듀티나 이런 것들이 재정비돼야 하는데 막연하게 옛날 틀 그대로 가지고 오니까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 학교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재정비를 할 때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천편일률적 팀 자율 프로그램

대부분의 팀은 비슷한 자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팀에서 수행하는 자율 프로그램에는 ▲팀 CC ▲영화·드라마 패러디 ▲어린 시절 사진 맞추기 ▲팀원들과 1:1 대화 등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 ‘저번 학기 팀에서 수행했던 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팀CC’(88.5%, 493명), ‘영화·드라마 패러디’(18.6%, 214명), ‘어린 시절 사진 맞추기’(47.2%, 263명), ‘팀원들과의 1:1 대화’(40.4%, 225명)로 답했다. 그 외에도 ‘교내 숨겨진 장소 사진 찍어서 맞추기’(34.1%, 190명), ‘난센스 또는 스피드 퀴즈’(32.1%, 179명), ‘롤링페이퍼’(51.9%, 289명)가 비교적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팀모임에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만족도를 ‘1’로 평가한 한 학생은 ‘시간 맞춰서 노는 게 다일 거면 의미 있는 무언가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제공해줘야 할 것 같다. 학생자치로 가다 보니 점점 산으로 가고 유치원 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라고 답했다. 한 학생은 팀모임에 대한 만족도를 ‘3’이라고 답한 뒤 ‘의미는 있지만, 항상 반복되는 활동과 낮은 참여율에 의해 목적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비슷한 내용의 팀 자율 프로그램이 반복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인 팀모임을 기획한 팀도 있다. 17-1학기 이처경 교수 팀은 독특한 팀모임을 진행했다. 저번 학기 이 교수 팀이 기획했던 ‘소그룹 중심 팀모임’은 다섯 명의 소그룹장이 각자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ion) ▲캐드(CAD) ▲헬스 ▲어쿠스틱 기타 ▲그림을 맡아 소그룹에 속한 팀원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 교수 팀은 격주로 전체 팀모임과 소그룹 팀모임을 진행했다. 당시 부팀장을 맡았던 박도연(상담사회 15) 씨는 “평소 혼자 하기 부담스러운 취미활동도 함께 하니까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됐다”라며 “쉽게 접하지 못했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돼 그저 시간을 때우는 팀모임이 아닌 더욱 알차고 배울 점이 많은 팀모임이었다”라고 말했다. 17-2학기 이국운 교수 팀도 새로운 팀모임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학기 팀장을 맡은 김예람(ICT창업 16) 씨는 ‘일상에서 나눔을 즐기는 박카스 17’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 세 단계의 ▲셀프 나눔 ▲프렌즈 나눔 ▲HGU 나눔으로 구성된다. 셀프 나눔은 ‘셀프 선물’, ‘셀프 칭찬’ 등의 방법으로 개인이 자신과의 약속을 정해 실천하는 것이다. 프렌즈 나눔은 ‘룸메이트에게 웃음 나눔’, ‘모닝콜 나눔’, ‘간식 나눔’ 등과 같이 팀 안에서 이뤄지는 나눔 미션이다. 마지막으로 HGU 나눔은 팀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공동 미션으로 기적의 프로젝트나 근로의무의 형태로 수행된다. 김 씨는 “우리가 뻔한 팀모임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던 팀 CC, 중간고사 파이팅, 팀특송, 워크듀티와 같은 뻔한 워딩과 부담을 없애고 일주일 단위로 개인 또는 공동체가 해나갈 부담 없는 미션을 제공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저희 팀이 좋은 사례가 되어 한동대학교 팀모임에 활용할 플랫폼으로 자리잡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팀장에게 과중된 업무, 어떻게 덜 수 있을까

팀의 대부분의 업무가 팀장에게 집중돼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학기 동안 팀을 이끌어 가는 팀장은 행정적인 일부터 매주 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까지 여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지원팀에서 제작한 ‘팀장 가이드북’에 따르면 팀장의 역할은 크게 ▲리더 역할 ▲중간 역할 ▲실무 담당으로 나뉜다. 팀장은 팀 내에 일어나는 일들을 총괄하고, 팀원들과 담임 교수 사이를 중재하며, 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실무적인 일도 수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지원팀에 프로젝트 결과와 공동체 리더십 훈련 일지를 제출하고 평의회 의원으로서 평의회에 참석하는 것도 팀장의 업무에 해당한다. 김 전 평의회 의장은 팀장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대부분 팀장들이 팀모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팀원들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다른 팀원이 팀모임 시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소극적으로 임할 때 지적하기도 애매하다”라며 “평의회 의원으로서 정기총회에 참석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뿐만 아니라 팀장은 교내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팀 카카오톡 방에 올려야 하고, 학기 중에 학생지원팀 통해 배부되는 자료 같은 것도 수령하고 반납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업무들을 16주 내내 계속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팀에서는 팀장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팀원이 하나 이상 직책을 맡아 업무를 세분화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17-2학기 김창욱 교수 팀은 현재 ▲회계 ▲서기 ▲말씀 ▲일기예보 ▲꿀벌(정보 전달 담당) ▲추억팀(사진 촬영) ▲바람잡이 팀 ▲비비큐(BBQ) ▲생일 축하 위원회 ▲특송 ▲팀 파이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팀장을 맡고 있는 고은성(전산전자 13) 씨는 “팀모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팀모임에 필요한 활동을 세분화해 모든 팀원들에게 역할을 배분하게 됐다. 이로 인해 팀 내 리더십들 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라며 “고학번 팀원들의 참여도도 높아졌고 팀 내 분위기도 활발해졌다”라고 말했다.

팀모임에 불어온 변화, 이제 어디로 갈까

팀모임은 지금까지 두 번의 큰 변화를 꾀했다. 첫 번째 변화는 2004년 팀모임이 ‘공동체 리더십 훈련’으로 바뀌면서 1학점이 부여되는 교양필수과목이 된 것이었다. 당시 본지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 따르면 팀모임 의무화와 학점 부여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 중 39%가 ‘예전보다 소속감도 덜 느끼고 분위기도 안 좋아졌으며 학점이 부여되어 여러 문제가 생겼다’라고 답했다. 기타의견에는 학점 부여가 자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많았다(본지 82호 1면 참조).
두 번째 변화는 2014년 이뤄진 RC 전면화로부터 비롯됐다. RC 전면화의 목표는 각 RC에 있는 RC 학생회를 통해 자발적인 생활 공동체 문화를 창조하고 독립적인 생활규범과 전통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당시 토레이 칼리지 헤드 마스터를 맡았던 조준모 교수는 한동대의 교육 목적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RC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RC로 인해 한동대가 가지고 있는 팀 제도 또한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본지 197호 4면 참조).
팀모임이 진행된지 20년이 지난만큼 팀모임의 목적을 다시 짚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총학생회 김기찬 회장은 “팀이라는 공동체는 한동에서 가장 비자발적인 공동체다. 때문에 모든 구성원의 헌신이 조금씩 필요하다”라며 “팀모임 첫 시간에 우리가 팀모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팀모임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팀 안에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면 공동체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질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조원철 학생처장은 “팀 모임인 공동체리더십에서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는 공동체성, 제자화 그리고 리더십 훈련이다. 따라서 팀 내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체육이나 오락프로그램조차도 이러한 목표를 설정하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팀 담임교수는 팀장과 더불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공동체리더십 훈련을 통한 인성교육에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지는 재학생 3,524명을 대상으로 2017년 공동체 리더십 훈련(팀모임)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기간은 9월 15일부터 22일까지였으며, 총 응답자는 557명으로 약 15.8%의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조사 방법은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URL 페이지 주소를 전달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학기별 응답자 수는 ▲1~2학기 130명 ▲3~4학기 124명 ▲5~6학기 151명 ▲7~8학기 120명 ▲9학기 이상 32명이었다.

▲ 그래픽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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