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구성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학생 사회’,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적극적 의사소통의 중요성

 

한동대학교 이사회가 장순흥 총장의 중임안을 부결함에 따라 7년 만에 새로운 총장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즉, 한동대는 모든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소통을 통한 합의의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당국의 교육적, 정책적 방향성 설정의 최종 권한이 있는 총장의 선임은 이재훈 이사장이 중임 안 부결 당시 했던 말처럼 “제2의 창학”을 이뤄나가는 과정과 같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합의가 가능한 소통의 장의 존재 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한동대 공동체 구성원 중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 사회의 경우는 특히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어디에서 듣고,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한동의 목소리, 그 중에서도 학생들의 갈 곳 없는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동체는 구성원들 간의 끊임없는 소통, 합의, 그리고 결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한동대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1995년 한동대의 시작은 어느 한 개인의 결단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 중소기업 회장과 어느 공학자의 결단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후원자들, 각지 교수들의 다짐, 입학을 결정한 학생들, 교직원들의 귀한 노동, 그리고 학부모들의 기도까지 일련의 합의와 결단의 과정을 거친 후에 한동대는 스스로의 원칙을 세우게 됐다. 이렇듯 공동체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왔다. 그러니 결코 어느 한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한동이 정말 “공동체”라면 구성원들 각자가 스스로의 역할과 본분을 다하고, 공동체의 앞날을 위해 서로 소통하며 원칙을 세워 나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한동대의 학생이라면 마땅히 학교의 모든 운영에 관한 사안에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학생사회’라고 통용되는 본교의 학생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말은 사실 학생회칙 상 ‘총학생회’로 분류된다. 학생회칙 제7조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학생자치활동에 관한 중요 사항 ▲학생권익과 밀접한 사항 ▲본교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의 수립 및 진행에 있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권한을 지닌 모든 학생 구성원들을 통칭하는 말이 총학생회이다. 이에 따르면 총학생회구성원 모두는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총학생회 집행부를 구성해 학생대표를 선출하여 학교 당국에 각종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일 테다. 또한, 학생 개인이 직접 학교 당국을 향해 의견을 개진하는 대자보 등과 같은 직접적인 표현수단도 있다. 총장 선임은“학교 운영”의 초석과 같은 일로 학생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이 마땅히 표현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즉 학생들 모두는 총장 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기회는 총학생회 집행부가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러스트 : 이지혜 디자이너
일러스트 : 이지혜 디자이너

학생 사회 구성원의 소통법1 – 총학생회 집행부

학생들은 총학생회 집행부를 통해 각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실제로 학생들이 집행부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어떻게, 얼마나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없다. 우선 키퍼가 선거운동 당시 개선을 약속한 총학생회 홈페이지가 제 몫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26대 총학생회 KEEPER(이하 ‘키퍼’)는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사회의 각종 민원 및 청원을 받고 있다. 다만, 민원게시판의 경우 현재까지 네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고, 청원게시판의 경우 한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다. 총학생회 집행부 키퍼가 발족한 후 4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과 총장 중임 안 부결과 같은 굵직한 학내 사안이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게시판의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송우 학생회장(이하 ‘신 회장’)에 의하면 제19대 총학생회 ‘한바탕’의 임기 시절부터 지난 학기까지 시행된 학생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한동 아고라’ 사업을 2학기에 실시 예정이라고 한다.

 

키퍼는 2월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 일반공지를 통해 “총학생회 ‘KEEPER’는 이 모든 과정(총장 인선) 가운데 철저히 준비하여 학생 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목소리가 전달되어 민주적으로 모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집행부라면 해당 사안에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셈이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추후 재학생 설문을 통해 학생 사회가 바라는 총장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학생 대표로서 4월 12일 구성될 총장후보발굴위원회에 포함되어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신 회장은 추후 상황에 대해서는 학교 당국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학생 사회 구성원의 소통법2 – 대자보

 

사진 : 이세빈 CD
사진 : 이세빈 CD

 

총학생회 집행부를 거치지 않고 학생 개인의 의견을 직접 학교 당국에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대자보 또한 그 활력을 잃은 상황이다. 대자보는 1980년대 대학가에서 독재정권에 대항하며 널리 쓰이게 된 매체로 언론의 자율성이 탄압받던 시대에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소통 창구였다. 대자보는 최근에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규탄 및 학내 사안, 혹은 학교 당국의 결정에 대한 반대, 지지 등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대자보를 붙이는 전용 게시판이 따로 있어 학생 사회 구성원 누구든 간단한 절차만 밟으면 대자보를 게시할 수 있다. 한동대 또한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제22대 총학생회 ‘기대’(이하 ‘기대’)는 학교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 게시판 대여 사업을 펼친 바 있다. 1996년부터 2017년 1학기까지 총 31번 대자보가 붙었고, 특히 장순흥 총장의 인선 과정이 있던 2013년에는 총 네 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그중 세 장은 총장 인선 관련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본지 기사 ‘말하는 벽, 대자보 이야기’ 참고) 다만, 2018년 1학기부터 학교 당국은 학생간행물발간규정(이하 ‘간행물규정’) 제14조 제1항에 의거 학생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대자보를 철거하고, 미승인 대자보 부착 학생에게 학칙위반 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과도기적 반발로 2018년 3월만 해도 총 네 장의 대자보가 부착됐고, 모두 간행물규정 16조에 따라 철거됐으며, 학생 세 명에게 학칙위반통지서가 발송됐다. 결국, 학생 사회 구성원의 대자보를 통한 표현의 자유 실현은 학교 당국의 사적 자치 실현으로 인해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제한되고 있던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어쩌면 학교 당국과 학생사회의 민주적 의사소통이 필요한 지금, 학생사회 누군가의 의견은 발 디딜 곳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현행 간행물규정이 대자보를 대하는 태도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학생 사회 구성원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018년 3월 이후 학생들은 대자보를 부착하기가 비교적 어려워졌다. 학생처의 승인을 받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승인되지 않는 경우 부착 자체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학교 당국의 방침에는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결함이 있어 보인다. 우선 2018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처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현행 간행물규정의 의의는 한동대의 기독교적 정체성을 해칠 수 있는 일련의 게시물의 부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학교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학생 사회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법무법인 ‘태림’ 이동훈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립대학은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의해 학교 당국의 룰(Rule)을 만드는 데 그 자율권이 넓게 인정”되며,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해 한동대 법인과 계약 당사자의 위치에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한 순간 그 룰을 지키겠다는 동의를 한 것이라 봐야 한다.”라며 현행 간행물규정에는 헌법상 검열의 소지가 없으며, 법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인해 현행 간행물 규정은 법적으로 정당성을 갖게 된다. 다만, 간행물규정이 법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해서 학생 사회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고 있다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는 ‘적법하게 제한’되고 있을 뿐이다.

사진 : 이세빈 CD
사진 : 이세빈 CD

대안 제시

집행부를 통한 학생 사회의 학교 당국과의 의사소통은 결국 ‘플랫폼의 마련’과 ‘저조한 참여’로 라는 모순으로 귀결됐는데, 집행부의 찾아가는 소통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총학생회 집행부의 핵심 소통 사업은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한 학생 사회 민원 및 청원 수렴이다. 다만, 그 활용 빈도에 대한 아쉬움이 있음을 위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민원 및 청원 창구를 중앙집중형으로 구성하여 퍼져 있는 의견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저희가 계획하는 개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해당 사업의 개편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참여가 저조한 상황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최근 집행부 차원의 적극적인 학생 사회 권익 대변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키퍼는 2월 8일 히즈넷 공지를 통해 EAP 수강 분반 축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생 총 779명의 입장이 대변되어 상존 이슈였던 EAP 수강 분반 부족은 계절학기 추가 수용으로 이어졌고, 언어교육원으로부터 EAP 분반 개설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확인받았다. 학점 제한 문제 건과 관련해서는 언어교육원장과 대안을 검토할 것을 합의했다. EAP의 전공화 건과 관련해서는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일반적인 수업 개설을 목표로 언어교육원과 교무처, 총학생회가 논의 중이라 밝혔다. 해당 사안이 고무적인 이유는 집행부 차원에서 직접 소통이 필요한 사안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집행부가 학생 사회의 상존 이슈에 대해 직접 의견을 묻고, 학교 당국과 소통하는 일은 학생 사회 구성원의 저조한 참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대자보 규제에 대한 대안 마련은 아직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우선 신 회장은 현행 학교의 대자보 규제 건에 대해 “대자보가 학생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동대학교 학생 전체의 대표로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적 표현이나 차별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라며 추후 학생 대표자들과 더 자세히 논의해 볼 예정이라 밝혔다. 다만 여기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대자보의 대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는 해 볼만 하다.  에브리타임에는 현재 자유게시판에만 하루평균 1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대자보의 부착 주기, 총학생회 민원/청원 게시판 등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수치이다. 이처럼 에브리타임 이용률이 높은 이유에는 익명성, 편의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에브리타임 게시물을 통해 일단 ‘의사가 전해졌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에브리타임이 효과적인 학생 사회 의견 수렴의 창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수의 학생이 에브리타임을 이용하고 있지만, 특정 누군가가 ‘익명’을 활용하여 마치 다수의 의견인 듯 여론을 편향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효용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신 회장은 앞으로 키퍼 측에서 진행하는 공식적 의견 수렴은 모두 총학생회 민원게시판을 통해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하는 소통과 합의, 그리고 단결

새로운 한동 공동체의 구성은 모두의 권한이어야 하며, 특정 누군가의 권한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의 상호 간 소통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특정 원칙에 대한 단결이 있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한동대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학생 사회의 학교 운영에 대한 참여가 저조하고, 학생들의 학교 당국을 향한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사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에는 필히 개입돼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총장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어떤 절차로 선출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가? 총장 선임과 관련한 쟁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닐 테다. 또 한 번 분명해지는 건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학생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기필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동대는 공동체의 구성에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공평하게 수용할 것이며,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동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것이 아닌 모두가 만들어나가는 학교가 될지, 몇몇 권한 있는 자들의 결정으로 쉽게 변모하는 학교가 될지, 끊임없이 지켜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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