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취재를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울로 향했다. ‘소녀상 지킴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걸까? 추운 날씨와 쾌쾌한 매연 속의 농성장, 반가운 얼굴로 농성장에 도착한 기자를 맞아주는 지킴이들의 얼굴에서는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취재를 가기 전 이들을 기사로 접했을 때 나는 ‘이들은 무언가 특별한, 사회정신이 투철한 사람일거야’라는 기대를 언뜻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이들과 같이 농성함으로써 나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과거의 사실은 그 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의 의미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라는 것의 의미는 고립한 현재에 있어서가 아니라 과거와의 관계를 통해서 분명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1910~1945년의 36년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지배 아래 보낸 시기이다. 선조들의 고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은 일제강점기라는 오랜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슬픈 자화상을 남겼다. 이들과의 대화를 멈추려는 것은 ‘저는 역사에 무임승차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소녀상 지킴이 원다정 씨는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만 하고, 그러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위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가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때 만이 함께 변화시킬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임승차(無賃乘車)「명사」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무임승차’의 의미이다. 택시에 무임승차시 벌금으로 무임승차 요금의 5배가 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혹시 당신은 지금 역사에 무임승차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역사에 무임승차하려는 당신에 대한 벌금은 단순한 돈 몇 푼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당신에게 지불할 무언가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당신의 편안함에 대한 비용은, 당신의 후손들이 지불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또 다른 역사의 피해자를 만들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 속의 한 과정이 결코 아니다. 당신의 무관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역사와 미래를 잇고 있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 혹시 흘러가는 역사에 무임승차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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