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학생자치는 멈췄다. 제20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투표율 미달 외에도 단일후보 선거캠프의 선거 세칙 위반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운영 미숙으로 실패했으며, 제18대 자치회 선거는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됐다. 총학생회와 자치회 모두 임시로 구성됐다. 하지만 학생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한동대만의 문제가 아닌국내 대학가의 만연한 문제다. 한동대 임시총학생회의 상황과 2015학년도 국내 대학들의 총학생회장단 선거현상을 분석해 한국대학의 학생정치를 알아봤다. 그리고 임시로 총학생회 역할을 수행한 임시총학생회장단을 만나 그동안 느낀 학생정치에 대해 물었다.

올해 구성된 임시총학생회는 지난 2004년 제9대 총학생회장단의 당선 무효 이후 10년만의 일이며 임시자치회는 2011년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된 지 4년만이다. 임시총학의 임기가 끝나고 정식총학이 구성된다 하더라도 짧은 시일 내 총학의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또한, 일정한 준비기간 없이 시작된 임시자치기구는 준비의 미비와 운영인원 부족으로 방학기간의 학생민원을 처리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임시 총학, 현상 유지만
정식 총학 없이 학생 복지 개선 없어
정식총학이 구성된다 하더라도 학기 초 총학의 1학기 예산안이 준비되지 않아 이후 전반기 운영에 큰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총학이 예산안을 계획하고 전학대회를 통해 의결해 한 학기를 운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통 총학생회 집행부를 비롯한 학생 자치기구는 개강 전 전학대회에서 전반기 예산안을 의결한다. 하지만 임시총학은 1~3월 총학생회 예산안만 준비할 수 있었다. 총학생회 이수진 회장 직무대행(이하 이 회장)은 “그 이외의 것은 정식총학이 들어와서 그분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월권을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정식총학은 당선 이후, 그 동안 준비했던 사업들의 예산안을 작성하며 등심위를 통해 학교와 예산 협상에 들어간다. 지난해 제19대 총학생회 ‘한바탕’의 경우 등심위에서 본부에 버스 운영, 학생회관 2층 공간사업, 상습 침수구역 개선 등 학생복지와 관련해 예산안 편성 요구를 했으며, 실제 학교는 학생 위원의 요구는 상당부분 반영했다. 반면 임시총학생회장 및 임시자치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한 2015학년도 등심위 결과는 등록금 동결과 학생 경비 현상 유지뿐이었다.

임시자치기구, 방학 합숙기간∙학기초 운영에 제약 많아
지난해 12월 16일 평의회 선거를 통해 이 회장과 총학생회 강민 부회장 직무대행이 선출됐다. 이후 12월 23일 열린 제10차 전학대회에서 직무대행 승인을 받아 임시회장단이 구성되고 이들은 동계방학 시작 후 일주일 미만의 준비기간을 거쳐 총학을 이끌게 됐다. 일반적으로 총학생회장단은 6개월에서 1년 가량 준비해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입후보한다. 이때 선거 본부는 총학 운영을 위한 정책 및 사업을 준비하게 되지만, 임시총학생회는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운영하게 됐다. 방학기간 임시총학의 업무는 정식총학의 업무량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임시총학의 방학기간 합숙 인원은 7명으로 한바탕의 동계방학기간 합숙 인원인 30명에 절반도 못 미친다. 한바탕의 합숙 때는 기본적인 민원 업무 외에도 개강 후 진행할 사업의 구체적 계획을 준비했다. 한바탕의 여론수렴국장을 맡고 현재 학부협력회 의장을 맡은 김기찬 경영경제대표는 “캠프기간 사업을 구상하게 되고 방학기간 그 구상된 사업을 준비하는 건데 지금 (임시)총학의 여력으로서는 방학기간 해야 할 일에 급급할 수밖에 없겠네요”라고 말했다.
임시총학은 임시라는 단서가 붙어있을 뿐 실제로는 총학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업무량에 비하면 적은 인원으로 기본적인업무를 실행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이번달 25일총학생회장단 선거가 끝나면 임시총학의 임기는 끝나게 된다. 이 회장은 “지금 가장 큰 목표는 최대한 다음 총학이 일을 빠르게 진행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시자치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도 기존의자치회에서 하던 사업인 택배사업과 기숙사 입주 업무 등을 모두 인수인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또한, RC공동체 임원단 워크샵, 새내기섬김이 워크샵 등을 진행하며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제17대 자치회 ‘이음 지음’ 전항록 회장은 “3월까지 자치회가 해야 할 일은 1년동안 자치회가 해야 할 일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17대 자치회 이음지음의 방학 기간 합숙 인원이 15명인 것을 감안하면 9명으로 운영되는 임시자치회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임시자치회 정범진 직무대행은 “임시라는 미명하에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사업 마저 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무관심한 학생들, 그들만의 리그가 된 선거
무관심 속에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는 한동대학교 뿐만이 아니다. 본지는 전국 189개 대학교 중 연락이 닿은 84개 대학을 조사했다. 그 결과, 84개 대학교 중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한 일곱 학교를 제외한 77개 대학교 중 투표율이 50% 미만인 학교는 17개 대학이었다. 각 대학교 별로 정한 선거시행세칙에서 유효투표율 50%에 미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된 학교는 여섯 개 대학이었다. 이 중 서울대학교는 본투표와 연장투표를 거쳐 7일동안 투표했지만 최종투표율이 46.9%로 유효투표율 50%을 넘기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그나마 50%를 간신히 넘어 재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학교는 13개 대학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대부분 51% 이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대학들은 유효투표율을 50% 미만으로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서강대학교는 이미 유효투표율을 재적인원의 3분 1로 낮췄고 고려대학교와 배재대학교 등 총 11개 대학이 투표율 50% 미만이어도 개표를 인정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없어 곤란을 겪는 학교의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자체를 치르지 못한 학교는 일곱 개 대학이다. 한 예로 한국외대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총학생회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다.
입후보자가 한 캠프 밖에 없어 찬반투표를 하는 경우도 대학가에선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84개 대학교 중 단독후보로 선거를 치른 학교는 44개 대학으로 세 팀이 입후보해 경선을 치른 학교는 전북대학교, 군산대학교 등 두 학교뿐이다. 한국선거학회의 학회장을 맡았던 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김욱 교수는 “학생회도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 없이 단독후보로만 나온다면 책임감도 떨어지고 나태해지는 등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 학생정치에 참여했던 인물만 출마해, 단독후보로 선거에 당선까지 되는 상황에 대해 ‘회전문 권력’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삼육대학교 제55대 총학생회 이준현 회장은 직전년도인 제54회 부 총학생회장을 맡았고 제54대 총학생회 강다운 회장 역시 직전년도인 제53대 총학생회에서 행정기획부장을 맡았다. 2년 연속 총학생회 임원 출신 후보가 출마한 셈이다. 순천대학교도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작년 총학생회장이 중선관위원장을 맡아 선거가 일시 파행했다. 결국, 기존의 선관위는 해체되고 새로운 선관위가 꾸려졌다. 순천대학보사 전솔 편집장은 “일차적으로 회칙에 문제가 있지만, 단독후보로만 출마하는 현실이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취업난 속 관심 없는 사회문제
심해지는 개인주의 
‘끼리끼리 문화’ 지적되기도
왜 학내정치는 학생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파편화되는 대학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현 대학가는 학생을 이끌 의제나 조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욱 교수는 “투표는 개인적인 행동이지만 투표를 통해 돌아오는 혜택은 전체에게 가는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굳이 투표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투표를 하려면 충분한 자극이나 개인적인 혜택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 조직적인 형태의 공동체이다”라고 말했다. 
의제나 조직이 부족하다 보니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선심성 공약이 눈길을 끈다. 현 대학가의 총학생회 공약은 등록금과 학내 복지혜택확충, 취업난 극복 등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2014년 연세대 총학생회에 출마한 ‘하우연세’는 강의 ‘족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이 일었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마민호 교수는 “지금은 청년들이 마음을 빼앗기고 관심을 가질만한 아젠다를 발굴하지 않는다”라며 “최소한 사회전반의 문제에 대한 아젠다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취업을 앞둔 20대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고용률은 소폭 상승한 2012년을 제외하고 과거 2006년 43.2%에서 2013년 38.7%로 지속적인 감소 추이를 기록했다. 이는 실업난이 극심했던 1998년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학생들은 일부러 재수강을 해 학점을 세탁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는 등 청춘을 보낸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졸업까지 유예해 학교에 남아있는다. 
불안한 고용환경 탓에 취업이 됐다 해도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점점 더 심화된 취업난은 결국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마민호 교수는 “사회가 여전히 대학생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과 문제에 참여하는 것보다 너의 문제에 집중하여 취업과 스펙, 실력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가치관 변화도 학생의 참여가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앙대학교 박희봉 교수와 경복대학교 이희창 교수가 쓴 「대학생 정치 이데올로기 분석: 한∙중∙일 비교」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은 기성세대보다 탈물질가치 수준은 높은 반면, 집단가치 수준은 현저히 낮고 연고주의는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의 가치관은 다양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끼리끼리 문화’가 지배적임을 설명한다.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박희봉 교수는 “대학생들의 탈물질가치 수준이 높은 것은 인정하지만, 가치가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가치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적으로 빠지고 있다”라며 “기존의 이데올로기에는 집착하지 않지만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고 봤을 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욱 교수 또한 “자신의 즐거움이나 개인적 만족을 위해서 정치에 참여하는 형태로 정치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생 의견에 힘 실려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학생정치와 친해질 수 있을까? 단순히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탓할 순 없어 보인다. 박희봉 교수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변화를 주는 것. 즉 학내 문제점, 학내 비민주주의, 학내 구조 등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하며 “다양한 사회에 맞는 가치들이 만들어져 다양한 가치관으로 다양한 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욱 교수는 학내 정치에 학생회와 학생들이 참여할만한 폭이 좁은 현실을 지적하며 학생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길 주문했다. 김욱 교수는 “학생회가 학교의 중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면 학생회가 의미를 가지게 되고 학생들이 더 많은 참여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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