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는 최저가낙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낙찰되기 위해 용역업체는 계약 시 이윤을 최소화한다. 용역업체는 낮은 이윤을 보전하기 위해 청소 근로자의 임금을 가로챈다. 결국 학교는 청소 근로자의 임금을 최소화 하는 것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학내 구성원에게로 돌아간다. 일러스트 채윤희
 
청소 근로자 간접고용의 실태
 
지난 197호 ‘한동, 한동 닦았더니 어느새 20년’의 주인공이었던 최현숙씨는 95년 개교 때부터 20년간 한동대에서 일해왔다. 20년을 일했지만, 월급은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그녀는 1년마다 용역회사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서 근무하는 청소 근로자는 모두 용역업체에 소속돼있다. 일하는 곳은 학교지만 임금을 지급하고, 업무에 관한 관리, 감독, 지시를 내리는 곳은 용역업체다. 간접고용의 구조 속에서 청소 근로자들은 용역업체의 착취와 학교의 무관심에 신음하고 있다.
 
청소 근로자, 임금 착취와 저임금 시달려
학교와 용역업체 ㈜케이비경비시스템(이하 케이비) 간의 계약서에 명시된 생활관 청소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9시간이다. 계약서에 따라 학교는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만큼의 임금을 케이비에 지불한다. 하지만 청소 근로자들은 7시간으로 계산된 임금만을 받고 있다. 케이비가 임의로 1시간의 휴식 시간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1시간만큼의 임금을 중간에서 착복하려는 케이비의 ‘꼼수’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 근로자는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들에게는 지급되는 식대를 받지 못해 매일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는 것도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1년간 80% 이상 근속으로 근무했을 시 보장되는 연차 유급휴가 또한 받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최저가낙찰제
저임금, 임금 착취, 미흡한 복지혜택 등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최저가낙찰제’다. 간접고용 도급계약은 학교에서 먼저 필요한 과업을 제시하고 용역업체가 과업의 완성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학교는 산출된 총 금액을 용역업체에 지불하고 용역업체는 청소 근로자의 인사, 관리, 감독을 책임진다.
이때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바로 ‘최저가낙찰제’다. 최저가낙찰제란 학교가 미리 산출한 예상 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을 제한하고, 입찰한 업체 중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에 일을 맡기는 방식이다. 최저가낙찰의 원칙 아래, 용역업체들은 1~2년의 주기로 계약이 끝날 때마다 경쟁적으로 입찰한다. 이에 따라 용역회사는 이윤이 남지 않더라도 낙찰에 성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단가를 낮춘다. 대학 용역실적이 다른 청소용역 입찰에 유리한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영세한 용역업체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다. 일례로 현재 한동대 생활관 청소를 맡은 케이비는 회사 이윤을 0%로 책정해 학교와 계약을 맺었다.
최저가낙찰을 통해 학교는 2011년 생활관 청소 용역 입찰 때 2천7백만 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금액은 학교에서 미리 책정한 청소 용역 예산의 약 10%에 달한다. 그러나 줄어든 비용은 고스란히 청소 근로자에 대한 착취로 이어졌다. 무리하게 낮은 단가에 계약을 한 용역업체는 이윤을 내기 위해 청소 근로자의 임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용역업체의 대표이사는 “어느 학교든 최저가낙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곳은 별로 없다”며 “요즘은 아파트 청소하는 곳도 *적격심사낙찰제에 따라 여러 기준을 놓고 점수를 매겨용역업체를 판단한 후 도급을 내주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간접고용의 기형적 구조가 낳는 부작용 심각해
근로자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소속된 용역업체는 계속 변경되는 기형적인 구조는 고용불안, 퇴직금 착복 등 심각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 지난 2010년 1년간 생활관 청소를 맡은 용역업체 ㈜삼정기업(이하 삼정)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삼정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약 1개월 후 박숙남 씨 외 4명을 아무런 이유 없이 곧바로 해고했다. 평소와 같이 근무하던 청소 근로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 박숙남씨는 “평소같이 일하다가 2시쯤 불러 아무 이유 없이 오늘부터 일 그만하고 나가라고 했다”며 “회사 측에서 고용보험을 받으려면 권고사직서를 쓰라고 했고, 우리는 그거라도 받으려고 권고사직서를 썼다”고 말했다. 학교는 당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삼정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삼정은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직원을 해고할 일체 권한이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정은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주는 근로자가 1년 이상 계속 근로할 경우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삼정은 이 법을 이용해 학교와의 계약기간을 11개월로 맞췄다. 11개월 후 업체는 케이비로 변경됐고, 1년을 채우지 않았기에 삼정과 케이비 어느 쪽에도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었다. 결국, 청소 근로자들은 학교에서 1년간 근속으로 일했지만, 법정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적격심사낙찰제-사용자가 산출한 예상 비용에 가장 가깝게 입찰한 업체 중 재무구조, 기업 건전성 등을 면밀히 평가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
 
이찬석 기자 leecs@hgupress.com
 
간접고용만이 대학의 살길인가
대학의 현실과 이상, 직접고용 통해 두 마리 토끼 노린다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으로 나뉜다. 또한,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존재한다. 우선 직접고용의 경우, 업무에 대한 근로자의 충성도가 높으며 일의 효율성 또한 높다. 그러나 직접고용이 근로자의 안정적인 복지혜택을 보장해줌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고용주인 학교 측에 재정적인 압박과 책임감이 가중된다. 또한, 정년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간접고용은 고용주가 단기간 동안 필요한 인원을 고용할 수 있으며, 계약 또는 근로 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정년이 훨씬 높아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그러나 간접 고용된 근로자는 최소한의 인권과 복지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부분 근로자는 1,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대부분 대학은 비용절감과 책임회피를 위해 학내 근로자들을 간접 고용한다. 반면에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대학도 있다. 부산대와 서울시립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대학은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그들의 복지와 쾌적한 근무환경을 보장해줌과 동시에 재정적 효율성 또한 높이고 있다.
 
부산대, 국내 최초로 직접고용 실천해
부산대는 2009년 1월 1일부터 학내 청소근로자와 주차장관리 근로자 150여 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이는 국내 대학 중 첫 직접고용 전환의 사례다.
부산대는 2004년,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 만료로 경비, 청소근로자 92명을 동시 계약 해지해 대량 해고 사태로 논란이 됐다. 연말마다 업체 교체를 앞두고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던 근로자들은 마침내 2007년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는 실권이 없는 용역업체가 아닌 학교를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고, 이것이 부산대 직접고용 전환의 발단이 됐다.
이후 노조가 학교를 상태로 투쟁을 벌였고,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빚어져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에 부산대는 2009년, 용역업체 위탁을 포기하고 학내 청소근로자와 주차장관리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전환을 결정했다.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고용불안이 해소됐다. 그러자 학내 근로자들의 근무에 대한 만족도는 저절로 높아졌다. 또한, 현재 청소근로자들은 만 72세까지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임금 또한 소폭 상승했으며, 근로자는 적정 시급을 보장받게 됐다. 직접고용 전환에 따라 부산대 측은 간접고용에 따른 낭비 요소가 많음을 인식했다. 일반적으로 간접고용 시, 용역업체의 부가가치세 10%, 이윤 5%, 업체 자체 관리비 5% 등 20% 정도의 낭비 요소가 발생한다. 그러나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같은 인건비로 10~20%의 임금인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첫해, 부산대 학내 청소근로자의 임금은 남녀 평균 11만 원 올랐다. 현재 부산대 청소근로자들은 주 5일제로 근무하며 평균 115~135만 원을 받는다. 최저임금을 겨우 겉도는 수준인 타 대학의 근로자들이 받는 한 달 임금 90여만 원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또한, 학교 본부와 노조는 매년 임금 협상과 함께 2년마다 근로 조건을 협상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직접고용 전환으로 억대 비용 절감
서울시립대의 경우, 서울시가 2012년에 발표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이 근로자 직접고용의 계기가 됐다. 이 대책에 따라 학내 청소 근로자 64명 전원은 2013년 3월 1일, 준공무직으로 직접 고용됐고 이후 2015년 1월 1일, 공무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설관리직 근로자들 또한 올해 2월 1일부터 직접 고용됐다. 경비근로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직접고용 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순차적으로 학내 근로자 전부를 직접고용 및 공무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면 예산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는 직접고용을 통해 연간 4억 5천여만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계약 때 지출된 부가가치세 10%와 용역업체의 일반이윤분 등을 제외하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용역업체가 계약서에 명시된 간접노무비(▲4대 보험 ▲국민연금 ▲복리후생비 등)에서 부당하게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내 근로자들의 기본급은 130만 4천여 원으로 추가 수당인 ▲직무급 ▲식대 ▲교통비 ▲휴일 근무수당까지 합해 총 150여만 원을 받는다. 현재 서울시립대는 결원이 생길 경우, 서류심사와 면접이 포함된 공개채용을 통해 근로자들을 고용한다. 기존 근로자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준공무직으로 전환됐으며 내년부터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바뀔 예정이다.
직접고용이 적용됐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정년이다. 현재 서울시립대 청소 근로자들은 고용보장 요구와 함께 촉탁직(비정규직), 계약직과 관계없이 정년 70세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 중이다.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청소나 경비와 같은 고령자가 몰리는 업무에 한해서는 정년 이후 준공무직으로 고용형태를 바꿔 65세까지만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 내 주요 사립대 용역 청소노동자들의 통상정년 70세에 비하면 5년이나 이르다.
 
조희락 기자 johr@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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