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배고파서 내려왔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의 대사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뜻대로 되지 않는 시험과 편의점 도시락으로부터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간 혜원의 모습을 담았다. 시골집에서 직접 키운 농작물로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만들어 먹는 혜원의 일상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위로를 준다. 시험과 가공식품에 질려버린 주인공 혜원은 언뜻 한동인과 닮아 있다. 돈도 시간도 부족한 한동대 학생들은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 밥이 아닌 것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은 혜원처럼 일상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강한 음식으로 자신을 채웠던 혜원처럼 한동에서 먹는 것으로 삶에서 오는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출처: imbc 연예 기획(http://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227577)
출처: imbc 연예 기획(http://enews.imbc.com/News/RetrieveNewsInfo/227577)

 

 

아무래도 기숙사에 살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확실히 부실하죠. 학교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니까 질리기도 하고… 배달음식은 아무래도 비용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삼시 세끼 뭘 먹을지 결정하는 것도 일이에요.” (안 든든한 한동인, 19)

 

건강하게 먹고 싶어요. 직접 식재료도 사고 요리도 해보고 싶은데 사 먹는게 빠르고 편해요. 매 끼니를 신경 써서 챙겨 먹기엔 한동이 너무 바빠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요, 18)

 

 

 

한동에서 끼니 챙기기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한동에서 하루에 세번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한동대 학생들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학교 내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한동대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편의 시설은 학생식당, 맘스키친, 빨간 너구리, 인브리즈, 그레이스 더 테이블, 버거킹, 팜스발리 등이 있다. 이 중 학생들이 주로 찾는 학생식당은 메뉴 축소와 일부 메뉴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학기 총학생회는 학생식당과 한동 라운지를 대상으로 <신세계 푸드 여론조사 & 학생식당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식당의 맛은 10점 만점에 5.9점, 음식 양은 5.3점으로 중간 점수를 간신히 넘었다. 음식의 종류 수에 대한 평가는 4.7점으로, 중간 이하의 점수가 매겨졌다. 한편 한동 라운지는 음식의 맛과 양이 각각 7.4점과 7.1점으로 학생식당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가격 면에서는 5.3점으로 학생식당에 비해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임을 보여준다. 음식 종류 수도 5.3점으로 한정적인 메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보여준다.

 

 

 

식사를 제공하는 편의시설이 한정적인 것 외에도 학교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한동대는 재학생 기숙사 거주 비율이 80% 안팎으로, 타대학에 비해 기숙사 거주 비율이 월등히 높다.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는 만큼 기숙사 내에서 식사를 해결해는 인원이 많다. 하지만 기숙사 내 취사도구와 전열 기구 반입이 금지되어 공용 부엌이 있는 국제관과 갈대상자관을 제외하면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없는 사정이다. 또한 기숙사에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의 면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개인 식료품을 보관하는 것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제때 냉장고 통을 신청하지 못해 학기동안 냉장고를 사용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식당과 한동 라운지의 중식 운영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이다. 오후 2시 15분에 수업을 마치는 학생들은 학생식당과 한동 라운지 모두 이용할 수 없다. 또한 7교시 수요 채플을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도 석식 운영시간이 종료되어 학생식당과 한동 라운지 모두 이용할 수 없다. 주말에는 든든한동과 일부 메뉴 한가지만 운영해 식사를 해결할 곳은 더욱 줄어든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나오면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보통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레토르트 식품을 먹어요. 건강이 걱정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코로나로 인해서 협소한 학생식당 구조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학교 내에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면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배달음식을 시키는 데 드는 비용과 학교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그 마저도 어려울 때가 많다.

 

 

한동에서, 나를 위한 음식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규칙적인 식사를 제때 섭취하는 것은 중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실천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만큼 우리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특히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아침을 거를 시 혈당치 저하로 이어져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아침을 거르는 것은 과식으로 이어져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식사가 계속되면 소화기 관련질환 발병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한동에서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선 의식적으로 식단을 챙겨야 한다.  

 

비타민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한동에서 식사 이외에도 과일과 채소를 의식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현재 학생식당에서 애플인더트리 앞 TOGO ZONE에서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어 채소 섭취가 가능하며, TOGO ZONE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 22시까지 확장 운영 중이다. 이번 학기부터 한동 라운지에서도 오전시간 동안 샐러드를 판매 중이며 주 1회 비건 샐러드도 판매하고 있다. 한동 라운지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번 학기부터 샐러드 테이크 아웃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추가로 인브리즈에서도 다양한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자치회에서는 학생들의 과일 섭취를 위해 정기 과일 컵 사업을 시작했다. 1차 3-6주차, 2차 7-10주차, 3차 11-14주차로 나누어 과일 컵 신청을 받고 있다.  수박, 바나나, 파인애플, 포도, 자몽, 토마토 등 다양한 과일이 들어있어 편리하게 과일 섭취를 할 수 있다. 또한 매주 화요일, 금요일 아침마다 방문 앞까지 과일을 배달해주어 120명 이상의 많은 학생들이 신청했다. 자치회에서 실시한 과일 컵 정기구독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2점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일 컵 구독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숙사 방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와 과일의 품질이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과일 컵 1개 실제 용량
과일 컵 1개 실제 용량

 

이제는 진짜 든든 한동

학교에서 건강한 식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조ㅇㅇ(GE,19)씨를 만나보았다.

Q: 학교에서 건강하게 먹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A: “방학 때 본가에서 건강하게 먹는 습관을 들여봤더니 체력적으로 도움이 됐고, 피부도 좋아졌어요. 또 건강하게 먹으면 수면의 질도 달라진다는 걸 체감했죠. 그래서 학기 중에도 건강하게 먹어보자 결심을 한 것 같아요. 학기 중에는 계속 살이 찌고, 밀가루 음식이나 튀김류를 많이 먹다 보니까 소화가 안돼서 더부룩한 적이 많았는데, 이러한 불편함이 학업이나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이 없지 않다는 걸 알게 됐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중이에요.”

 

Q: 학교에서 건강하고 맛있게 먹었던 경험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A: 이번 학기부터 한동 라운지에서 데일리 샐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샐러드에 올라가는 토핑이 매일마다 달라져서 채소를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마켓컬리라는 앱을 이용하고 있어요. 음식을 배달해주는 앱인데 샛별배송(새벽배송)으로 유명해요. 위치상 학교는 다음날 오긴 하지만, 편의점 샐러드보다 마켓컬리에서 주문하는 것이 더 저렴해서 잘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돈가스나 튀김 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는 꼭 채소를 같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식당에서 먹게 되면, 메뉴에 나오는 샐러드는 다 먹고 있어요. 그리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려면 양을 줄이는 것도 건강하게 먹는 방법 중 하나예요. 특히 밥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도 크게 배고프지 않으면서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 건강하게 먹는 것 이외에도 따로 신경 쓰는 부분도 있나요?

: 영양제도 꾸준히 먹고 있어요. 필리라는 브랜드에서 영양제 정기구독을 하고 있는데, 저한테 필요한 비타민을 추천해줘서 좋아요. 그리고 마켓컬리에서 냉장 신선식품 위주로 시켜서 샐러드, 닭가슴살 등등 건강하게 먹고 있어요. 운동은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에 가는 게 좀 어려워진 이후로 방에서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고 따라하고 있어요.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서 매일 1L이상은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숙면이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기 때문에 잠 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지면 275호 기고를 위해 기사를 작성하며 “나도 학교에서 나를 위한 한끼를 먹어보자”라는 생각에 일종의 챌린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하룻동안 건강한 끼니를 챙기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9월 23일에 시작했다.

첫번째 목표는 아침 챙겨 먹기였다. 원래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사과 한 개와 시리얼이었고 기숙사에서 해결했다. 사과는 편의점에서 낱개 포장된 것을 구매했고, 우유와 시리얼은 양덕 하나로 마트에서 미리 구매해 놓았다. 준비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식사였지만 적당히 배도 부르고 잠도 깨워주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사과가 아삭아삭했고 시원한 우유랑 바삭한 시리얼이 맛있었다.

 

밥과 잠의 싸움에서 매번 잠이 이기는 바람에 한동에서 아침 식사를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만큼 낯선 시간이었지만, 아침을 먹으면서 하루 계획을 세울 수 있어 내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을 거르고 수업에 가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을 잃기 십상이었는데, 이날은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로 아침 식사는 꾸준히 하고 있다. 나를 위한 아침을 챙기는 것이 몸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위한 일임을 알았다. 운동 선수들이 경기 전에 동그랗게 원을 그려 파이팅을 외치는 것처럼 아침 식사는 오늘 나의 하루를 위한 파이팅을 외치는 시간이 된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져 점심 식사도 기숙사 안에서 해결했다. 집에서 가져온 급식 판 같은 그릇에 밥과 반찬을 덜어 먹었다. 설거지가 귀찮아 마련한 그릇인데 아주 유용하다. 김치 볶음과 메추리알 장조림은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본가에서 보내주는 반찬은 언제나 소중하다. 자반 김과 소세지는 양덕 마트에서 미리 사 놓았다. 결론적으로 내가 한 건 소시지 굽기, 포도 씻기와 전자레인지에 밥 데우기 정도였다. 갈대상자관에 거주하고 있어 소시지를 굽는 게 가능했지만, 다른 기숙사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고르고 깔끔하게 담아 먹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고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적당히 먹을 만큼 덜어 먹고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아 뒤처리도 수월했다. 사실 설거지가 조금 귀찮았지만 이정도 수고는 감수할 만한 식사였다. 편의점의 즉석 식품보다 훨씬 맛있었고 대충 때우는 밥이 아닌 밥은 하루를 소중히 보낸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점심에 채소 섭취가 부족했던 것 같아 저녁 식사는 인브리즈에서 샐러드가 가득 들어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습관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같이 시켰지만 건강한 식사에 카페인이 포함되면 안 될 것 같아 사진만 촬영하고 냉장고에 보관했다. 사실 저녁으로 먹기에 양이 조금 부족할 것 같았지만 아침과 점심 식사를 잘 챙겨 먹어 그런지 샌드위치 두개로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 과제 때문에 계속 앉아있었는데도 채소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지 더부룩한 느낌도 없었고 잠이 들 때까지 속이 편했다.  

 

 

챌린지 이전에는 매 끼니마다 방 문고리에 맛있는 식사를 걸어주었으면 싶었는데 직접 메뉴를 고민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나름 재밌었다. 물론 이렇게 챙겨 먹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밥을 챙길 때 부지런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겨우 2주 성공한 챌린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변화를 체감했고 당당히 권할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밥에 진심인’ 한동인이 돼서 매번 든든하도록 하자. 아직 종강은 머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드실 건가요?

 

황지영 기자 hwangjy@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