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란 이탈리아어로 우편배달부라는 뜻이다. 영화는 순박한 집배원이 20세기 최고의 낭만 시인 가운데 한사람에게 편지를 배달해 주면서 자신의 순수한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1952년 본국에서 추방당한 후 나폴리 근처에서 살게 되면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 역은 ‘시네마 천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필립 누와레가, 그리고 우편배달부 마리오 로뽈로 역은 이탈리아 국민배우인 마씨모 뜨로이지가 열연했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찾아온다. 전 세계에서 네루다에게로 날아 들어오는 편지에 고민하던 우체국장은 네루다 한 사람을 위해 마리오 로뽈로를 우편배달부로 고용한다. 시가 무엇인지, 은유가 무엇인지 몰랐던 마리오는 수많은 여자들에게서 팬레터를 받는 네루다의 모습을 동경하며 그와 가까이 지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단순한 우편배달부와 수취인의 관계로 시작된 둘의 관계는 마리오가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사랑에 빠졌어요”
“그건 곧 나아”
“낫기 싫어요. 계속 빠져 있을래요”

이를 계기로 네루다는 마리오의 친구가 되어주고 둘은 시적교감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 후 마리오는 베아트리체의 사랑을 얻어 결혼하게 되고, 네루다는 고국 칠레로 돌아가게 된다.

네루다가 칠레로 돌아간 뒤, 마리오는 여전히 네루다의 삶을 동경한다. 시를 쓰고,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네루다의 비서로부터 그의 물건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받고, 그는 네루다의 집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녹음기를 발견한 그는, 시인을 존경하는 우체국장과 함께 섬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네루다가 다시 찾아오고, 미망인이 되어버린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남긴 녹음기를 전해준다. 그 안에는 마리오의 인사와 섬의 아름다운 소리들이 들어있었다. 네루다는 홀로 바닷길을 걸으며 죽은 마리오를 떠올린다.

끝까지 네루다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사람... 그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발견했던 사람...세속적인 이기에 물들었던 노시인은 마리오와의 우정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 속 마리오가 ‘네루다를 위한 시’를 읽기 위해 열정적으로 군중을 파헤치고 가다가 죽음을 당한 것처럼, 심장병 투병 중에서도 마리오 역을 열연한 마씨모 뜨로이지도 촬영 후 열두 시간만에 세상을 떠났다.

올해로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본지 10년을 맞는다. 또한 파블로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서 영화의 원작 소설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민음사 펴냄)’와 새로 발간되기도 했다. 영화를 깊게 느껴보고 싶다면 원작 소설과 네루다의 시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 속 음악들과 함께 네루다의 시도 함께 읊어주는 ‘일 포스티노 OST’ 역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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