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인은 어디에 서 있는가?

그동안 국보법 폐지 논란이 정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의되어 오던 것과는 달리 이제 국보법 폐지 논란은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충돌하는 대결의 장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종교계는 국보법 폐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면서 갈등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교회는 민심잡기의 도구인가

지난 9월 13일,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그 후 14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는 열린우리당 당사를 방문, 국보법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17일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방문한 자리에서 길자연 회장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여야대표들이 종교지도자 방문을 통한 ‘민심 끌어안기’ 경쟁, 즉 ‘세 불리기’를 하는 동안, 각 개신교 교단들은 이에 화답하듯 일제히 국보법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하나님의성회,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그리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는 모두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보법 폐지 반대를 밝힌 기감, 예장통합, 기하성은 국보법 폐지에 긍정적인 KNCC의 회원교단이다. 앞의 교단들과는 반대로 KNCC 회원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국보법은 완전하게 폐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거리로 나선 개신교회

지난 4일, 한기총이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비상구국기도회’는 보수 교회가 국보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넘어 행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10만명의 인파가 참석한 이 기도회는, 보수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 바로 전에 진행되었다. 국민대회와 함께 개최된 이 기도회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는 평가를 받았다(조선일보).

이런 보수교회의 행보는 소수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그들의 입장이 한국교회의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 교단의 국보법 폐지 반대 성명서에 대한 목회자들의 반발(뉴스앤조이), 구국기도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냉대(한겨레) 등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고있는 비판의 목소리들은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반면 대표적 진보교회인 향린교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시민모임과 함께 지난 6월부터 국회 앞에서 국보법 철폐 1인 시위를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종로 5가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국보법 폐지를 위한 기독인 평화 걷기를 진행했던 반전평화기독연대,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등 진보적 기독 시민단체들은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한 달 동안 2차 평화 걷기를 진행한다. 한편 오는 15일에는 ‘민족의 화해와 국가보안법 폐지 기독교 운동본부’가 출범한다.

이렇듯 국보법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진보 기독인들의 시민운동은 보수교단들의 일회성 집회에 비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동인은 어디에 서 있는가

정계와 사회, 그리고 교회까지도 국보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인들은 어디에 서 있는가.

한동신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404명 대상)에 따르면 88% 이상이 국보법 폐지 논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보법 개폐 여부에 대해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6.4%, ‘일부 조항 수정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응답이 31.9%로 큰 의견 차를 나타냈다. 이에 대한 기타 응답도 25%나 나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한동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보법 논란에 대한 교회의 입장에 대해서는 62.9%가 ‘보수에 가깝다’는 응답을 하고 있어, 한동인들에게 교회가 보수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대학생으로서 한동인들은 국보법 폐지 논란을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가져야 한다. 사회 문제에 관련한 시민 운동에 직접 참가할 수도 있고, 사회 현안에 대한 깊은 토론을 통한 적극적 관심과 자기 성숙을 이룰 수도 있다.

이번주 목요일(14일) 오후 7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주최로 서울에서 ‘국가보안법, 완전폐지냐, 대체입법이냐’는 주제로 제2회 기독청년포럼이 열린다. 장소는 서울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 4층 1연수실이다(문의 : 김대호 간사 011-9833-7578). 이 토론회를 통해 국보법 폐지 논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자기 발전을 이루는 좋은 참여의 장으로 삼아보자.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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