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인 문제와 오, 남용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
그 이름의 존폐 여부를 놓고 각계에서 엇갈린 입장


국가 보안법(이하 국보법).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 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현재 우리 나라는 지난 8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9월 5일 노 대통령의 헌재와 상반된 국보법 폐지 발언과 관련, 그 존폐 여부를 놓고 여야를 비롯해 각 언론사와 종교계까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현행의 국보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보강하자는 주장과, 폐지는 시기상조이며 법의 문제시되는 내용만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나라를 들썩이고 있는 국가보안법, 그 문제와 쟁점을 간단하게나마 짚어본다.

국보법, 무엇이 문제인가

국보법은 정치적 불안감이 고조되어 있는 남한의 당시 상황에서 좌익활동과 반 정부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해방 이후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되었다. 하지만 일제 시대의 치안유지법을 기초로 한다는 점과 공산주의자 소탕을 위해 '한시적'으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우선 태생적인 한계를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전에도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실제로 폐지안에 대한 표결도 이뤄졌었지만 6·25전쟁 이라는 극한 상황 덕분에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국보법은 개정 절차상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수 차례 드러냈다. △1958년 무술경관을 동원하여 야당 의원들을 지하실에 감금 시키고 3차 개정 안을 통과시킨 2.4 파동 △1980년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하여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제 6차 개정안이 가결된 사건 △1991년 제7차 개정 안을 야당 의원들이 심의·표결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불과 35초 만에 통과시킨 일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보법이 대한민국 정권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을 '반국가단체'로 간주, 처벌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힘있는 자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른 이 '국보법의 칼'은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인권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어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았다. 또한 그들은 한술 더 떠 1961년 반공법을 추가로 제정하여 누구든지 반국가단체와 비슷한 주장을 하기만 해도 고무(찬양죄로 붙잡아가기까지 했다.

이는 심각한 확대 해석의 폐해이며 우리 역사의 치부가 아닐 수 없다. UN의 보고에 의하면 국보법 제정 이후 처음 1년에만 약 12만명의 민간인과 9천명의 군인이 구속, 처벌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120여개의 정당과 사회 기관들은 법 제정이 있은 지 약 2달 만에 해체되었다. 이 자료들은 지금까지 국보법이 야기시킨 피해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밖에도 수많은 반인륜적 사건들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몇 개의 예를 들어보면 △1958년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보수 세력을 위협했다는 죄'로 이듬해 사형을 당한 사건 △3차 개정부터 생긴 '인심혹란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1959년 폐간 조치된 경향신문 사건 △1960년 대남간첩인 매부의 자택 방문을 수사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며 불고지죄(不告知罪, 4차 개정 때 생김)를 적용, 연세대 오화섭 교수를 체포한 사건 △1974년 유신체제를 반대했던 대학 학생운동 지도부의 대거 구속, 고문했던 사건(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이다.

논란의 요지는 무엇인가

위에서도 언급했듯 여야 및 다수 국민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을 개정하자는 앞의 주장은 열린우리당(이하 열우당)의 당론이고 후자는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열우당은 국보법이 결과적으로 독재체제를 유지 하는데 악용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폐지론을, 한나라당은 아직 우리 나라가 공산주의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존치론을 펼치고 있다.

물론 형법 보완과 국보법 수정이라는 양측의 대안이 현실화된다면 어느 정당의 의견이 채택되든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은 국보법의 비루한 과거사와 '국보법'의 존재 자체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존치론자들은 현재 국보법의 피해자가 거의 없을 뿐더러 폐지는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각자의 의견을 좀처럼 굽히지 않는다. 이 밖에도 개혁 정당인 열우당과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적 특성상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박근혜 대표와 박정희 전대통령을 연관 지어서 존폐론의 근거를 설명하기도 한다.

국보법, 그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과거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 그리고 각자의 이권을 챙기기 위한 목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우리는 어느 쪽의 의견에 동조해야 할까. 여야의 건설적인 토론과 신중한 선택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포스트 386세대인 우리들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냉철하게 접근해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인수 기자 ultra1945@yahoo.co.kr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