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에서 가장 짧은 계절인 가을입니다. 이번 학기도 이제 절반을 넘어 벌써 두 자리가 되었습니다. 올 한해도 한동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우리는 올해를 많은 발전을 이룬 해로 기억할 것입니다. 도서관도 증축됐고 식당도 넓어졌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로운 생활관도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보이게 되겠지요. 이제 제법 다채로운 기업이 참여하는 캠퍼스 리쿠르팅도 열리고 누리사업에 선정되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다른 학교들은 한동대의 영어 수업을 벤치마킹하고 한동대 졸업생들은 밖에 나가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고, 한동은 이렇게 계속 발전해 나가겠지요. 저도 한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동이 지금보다 더 세상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하나님의 대학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아름다운 일들만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는 생활관의 학생 자율에 대한 문제로 한참 고민했고 학생 단체 간의 대립과 충돌도 경험했습니다. 뜨겁게 학교를 달구었던 성추행 사건이나 종종 터져 나오는 명예제도를 망각한 커닝, 도난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런 한동의 상처를 보면서 많은 한동인들은 마음에 동일한 상처를 입습니다. 세상과 다르다는 한동에도 존재하는 세상과 똑같은 더러움에 절망하고 한동에 실망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현실 극복 방법을 시도합니다.
사랑을 내세운 덮음, 시니컬한 냉소, 그리고 극단적으로 한동을 떠나는 행동은 모두 현실의 한동과 자신의 이상 속의 한동 사이에 있는 괴리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방법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큰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한동의 학우들이 가장 즐기는 현실 극복 방법은 무관심입니다. 넓게는 학교의 전반적 행정에서 좁게는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숙사나 학부의 문제까지 모든 문제를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한동대의 학생단체 투표율은 겨우 미달을 면할 수 있는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추행 등 큰 사건이 일어났었지만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응했던 기억은 한동대생들에게 아마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왜 학생단체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지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지내고 있을뿐더러 심지어는 그런 일이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집과 같은 기숙사에 관련된 일인데도 말입니다.
물론 한동대생들은 바쁩니다. 늘 과제가 있고 늘 퀴즈가 있고 많은 모임이 있습니다. 내게 맡겨진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쁩니다. 거기다 소소한 여가시간을 빼면 그 외의 일에 목을 들이밀 시간은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이런 생활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한동대를 다니는 사람으로 한동대인의 생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무관심에 의한 반응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불편이 되어서 돌아오게 됩니다. 만약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도 변화가 일어나고 제도와 행정이 점점 편리해져 간다면 그것은 그만큼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성과를 다만 앉아서 수혜하면서 즐거워한다면 어머니가 깎아주시는 과일을 먹으며 공부에만 열중했던 고등학생 때보다 발전한 것이 없는 일상일 것입니다. 대학생은 대학생으로서 보여야 할 행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8살이 되면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20살이 되면 성인식도 치룹니다. 사회에서는 대학생 한명 한명을 성인으로 인정하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아직도 책임은 지지 않고 혜택만 받는 미성숙한 모습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동대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꿀 사람들은 더더욱 세상의 구조와 아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동은 한동인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세상입니다. 한동을 바꾸는 것은 총장님도, 똑똑한 학생회도 아닙니다. 불합리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넘겨버리지 않고 끝까지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 학부 회의에 잠시라도 참석해주는 모습, 그리고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로 얼마 후에 있을 학생회장 선거에 바른 평가를 통한 바른 투표를 하는 것, 이런 일들이 한동을 바꾸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려 하는 시도의 밑거름이 됩니다.
자기개발의 노력뿐만 아니라 자기변화의 열기가 한동에 가득하기를 소원합니다. 날씨는 추워지고 있지만 한동은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신우 (경영경제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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