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새로운 여론환경의 필요

현대사회에서 여론은 특정 입장이나 의견을 표명하는 집단들을 중심으로, 이들에 동조하는 사회구성원들이 ‘특정 집단의 의견’에 합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개인이 개별적인 의견을 내는 것에서부터 여론이 시작된다고 알고 있으나, 현대와 같이 사회의 각 영역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 개인이 모든 영역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은 이미 확고한 입장이 정립되어 있는 어느 집단의 의견에 동조함으로써 특정 입장을 취하고(여론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힘을 얻은 해당 집단의 의견은 여론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우리가 정당을 지지하거나, 시민단체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여론형성과정의 한 예이다.
한동공동체를 하나의 사회라고 생각하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위의 여론형성과정을 비교해보자.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동의 여론환경은 사회의 그것과 다르다. 일단 공동체의 규모가 작고, 이로 인해 공동체가 관여하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다. 반면 온라인 인프라가 매우 잘 갖춰져 있어 자유로운 정보교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동 구성원들은 개별 입장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출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특정 집단과 의견’이 없어도 될 만큼, 한동공동체는 단순하고,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 점에서 현재 한동의 여론환경이 매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바깥 사회에서는 각기 어느 입장을 대표하는 집단의 의견이, 이에 합류하는 개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여론으로 발전되는 것과 달리, 한동공동체에는 개별적인 의견은 많으나, 이것들을 여론으로 발전시키는 여론형성의 장은 별로 없다. (여기서, 개별 입장으로써의 ‘의견’과, 그러한 의견들이 모여 발전된 ‘여론’을 구분해야 한다.)
특정 집단의 의견을 기반으로 발전한 여론은 나름의 입장과 주장을 가지고 또 다른 여론과 대립한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여론과 여론은 수정?통합되고, 다시 상위 개념의 여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99호 <맑은 눈>에서 말하고자 했던 점이 이것이다. 횡수를 중심으로 모인 의견들은 ‘횡수여론’으로 발전하지만, 이를 넘어 ‘학생대표여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급의 다른 여론과 대립과정을 겪어야 대표성을 지닌 여론으로 거듭날 수 있다.
얼마 전, 선거문화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표명하는 ‘한동 유권자 운동’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필자는 횡수와 같이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포괄하는 여론보다는, 이렇게 특정 분야에서 특화된 목적성을 가진 의견을 내는 단체들이 나타나, 이를 중심으로 뭉치는 개인 의견들의 힘을 통해 이들이 여론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기존의 학부나 학회, 동아리와 기독교 단체들도 충분히 자신들의 의견을 일반 학우들에게 소구하여, 이들의 호응을 얻어내 여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특화된 여론들이 차차 등장하여, 서로 간에 조정 과정을 거쳐 여론이 수정?통합 된다면, 머지않아 학생 전체를 대표하는 최상위 개념의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한동신문은 이러한 바람직한 ‘한동학생여론’의 형성을 위해서, 중소규모의 여론을 만드는 단체를 후원하고, 이들의 여론을 신문지면에 담아 여론 사이에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스스로 특정 여론을 주도하여 호응을 얻어내기보다, 다른 여론들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역할에 전념하겠다. 여론으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단체의 의견은 모두 환영한다. 기꺼이 지면을 내주겠다.


전경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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