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는 이 ‘순간’의 인상은, 사랑도, 가슴도, 정열도, 섹스도 없는 이 불확실하고 몽상적인 세상이랍니다. 바로 내 안에 있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세상이랍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당신에게는 꿈이고, 내가 이것을 결코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는 진정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청명한 하늘과 넘실거리는 곡식의 아름다움 속에 감상에 잠겨 버지니아 울프를 노래하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 어딘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이름… 많은 작품들이 버지니아의 슬픈 인생에 대하여 거론하고 있다. 우리가 다만 아는 것은 그녀가 극단적이고 격렬한 페미니스트였다는 것과 사회적 흐름에 반기를 든 모더니스트였다는 것이다.

신경쇠약이라는 고통을 마음 여린 버지니아에게 부여했던 불우했던 성장기, 어머니의 죽음부터 시작되었다. 어머니를 잃으면서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슬픔을 느꼈고 그것은 그녀에게 충분한 쇼크였다.

훗날 이어진 의붓 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면서 분열된 심리들을 전반적인 삶에 비추어 본다면 그녀가 자살하기까지 느낀 본원적 고독함과 시린 아픔들을 공감하게 된다. 그녀는 평생 두통을 지니고 살았고 그 안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허덕였다.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외모와 거침없는 성격, 시대에 맞서려는 여성으로서 강한 이미지, 버지니아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녀의 문학 작품들에 나타나 있다. 충분한 이성을 가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인 버지니아만의 지적인 매력에 빠져 버린 수많은 남자들이 줄을 섰지만 안타깝게도 남성 혐오증에 빠진 그녀를 뒤흔들지는 못했었다. 극도로 민감하고 예민한 그녀 앞에 나타난 레너드 울프는 버지니아와 결혼하고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었다. “나는 병과 더 이상 싸울 수 없어요. 나 없이도 당신은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내 인생의 모든 행운에 대해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녀의 마지막 유서에 적힌 글에는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해 준 그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에 대한 연민이 묻어난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함이 그녀를 감싸고 그것들이 점점 그녀를 조여오기 시작했고 이에 그녀는 주머니에 돌을 넣은 채 강에 뛰어들기 까지 매일 떠오르는 태양을 두려워했다.

여자도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다고 얘기한 버지니아.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가지고 싶었던 남성 천국 시대를 거스르는 그녀. 오히려 그녀에겐 정신적 혼란이 놀라울 정도로 작품에 영향을 끼쳤고 천재적인 글들을 남기게 했다. 그녀의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 받는 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인 인간 내면의 아픔을 송두리째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지혜 기자 ppolory11@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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