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지난 10일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핵실험 이외에 다른 출구가 없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금융제재 해제 등 미국이 실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의 핵실험은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남대서 가진 강연에서 “북한 핵실험은 미국대북정책의 실패”라며 미국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말 북이 핵실험을 하기까지 미국의 책임이 컸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때마다 핵 발언, 지난 해엔 핵무기 보유선언까지
애초부터 핵은 독재유지 수단, 폐기의사 없어
미국책임론, 북핵문제 본질 흐트려


93년에도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선언 후 한반도 정세는 급변했다. 94년 미국은 북한과 직접 마주앉고 양자협상을 벌였다. 경수로 제공 등 북한에게 많은 양보를 한 후에야 제네바합의서가 나왔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북은 때마다 핵개발 발언을 했고, 결국 지난 해 북의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북의 핵 발언은 단순히 빈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국제사회는 늘 북에게 양보하며 핵 폐기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은 계속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북의 사정상 인력, 자원 등을 최우선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투입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의 핵개발이 핵실험으로 이어진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핵실험 예고를 하면서 미국의 책임론까지 제기한 것은 핵실험 이후 그 책임공방을 미국에 넘기려는 교묘한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북의 이러한 핵무기 집착을 전문가들은 김정일 정권 체제의 유지 목적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핵무기가 단순히 협상용 카드가 아닌 독재 유지차원의 목적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먼저,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만큼의 독재 연장 수단을 찾기 전까지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북한은 핵무기 포기를 논의할 대화의지가 없다라는 것이다. 대화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그것은 협상용일 뿐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협상에 미국이 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은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을 없애는 것이 문제의 본질로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황장엽씨는 97년 남한으로 오기까지 국제비서 등을 지낸 김정일의 최 측근 인물이었다. 그는 왜 김정일 체제 자체를 문제시하는 걸까. 우리는 북한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의 김정일은 추악한 인권유린과 개인숭배정책을 비롯해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등 자신의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적발된 위조달러발행, 마약 밀매 등의 국제범죄도 김정일의 지시라고 밝혀졌다. 이러한 김정일이 자신의 독재세계를 침해 당할 수 있는 외부에 대한 개방이나 공조를 일절 거부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하다. 이러니 김대중 정권 이후 북한의 개방정책을 이끌어 내려던 햇볕정책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또한 최근 북한의 위조지폐발행 사건 등을 겪으면서 북한의 모든 말썽이 김정일에게 있다는 점을 확신한 듯 하다. 최근 변화한 미국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정권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미국은 김정일의 돈줄을 죄는 금융제재와 그의 치부인 인권유린 실태 알리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인권유린, 개인숭배 마찬가지로
핵무기도 김정일 독재가 원인
미국과 유엔의 북한제재 공조해야


개인숭배, 인권유린, 위조지폐발행, 마약 밀매 그리고 핵무기 등 이렇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북의 문제들은 모두 김정일의 헛된 독재야욕에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이러한 김정일 정권을 연명시키기 위해 햇볕정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미국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정일 독재 밑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북한 동포들이다. 더 이상 남남(南南)갈등으로 대북정책에서 혼선을 빚고 있을 여유가 없다. 북한의 주민들은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남성일 사회문화부 부장 nsild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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