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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기대주는 나다
심호용 기자  |  simh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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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3  15: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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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여성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희생하는게 많다. 자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사회의 눈초리를 피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 둘씩 내려놓는다. 하지만 <기대주>의 명자 씨는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
 

   
사진 김선경 감독 제공


명자 씨, 시선을 넘어서다

영화는 수영 시합을 하는 중년 여성 명자와 중학생 소녀 지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무리 수영대회’의 팀원을 뽑는 과정에서, 명자와 지규는 공동 1등을 달성하게 되고, 추후에 명자와 지규만 재경기를 치르기로 한다. 명자는 대회의 출전을 만류하는 친구에게 “내가 어린애 이기겠다고 그러는 것 같아?” 라며 자신이 하고싶어 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명자는 시합을 준비하며, 지규의 연습을 돕던 한 청년에게 양보를 해 달라는 말을 듣는다. 명자는 “내일 시합이에요. 걱정 마세요. 잘 하는 사람은 할 거니까” 라며 지규에게 대표의 자리를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 재경기 전날, 명자 씨는 자신을 위한 잔칫상을 차린다. 명자는 자신이 차린 잔칫상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식사를 마친 후, 집에서 혼자 다이빙 연습, 팔 돌리기 등 수영 연습을 진행한다.

재경기 당일, 명자는 수영 대회 코치에게 한번만 양보해 주면 어떠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명자는 지규에게 “양보해주랴?”라고 물어보지만, 지규는 고개를 젓는다. 코치가 출발 휘슬을 불기 전, 지규가 먼저 물에 빠지는 실수를 한다. 명자는 그런 지규를 한참 바라보다 코치에게 잠시 쉬었다 하자는 말을 전한다. 명자와 지규는 탈의실에서 서로를 등지고 앉는다. 그 때에 명자는 흐느껴 우는 지규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명자와 지규는 다시 경기에 임한다. 57초 44의 기록으로 지규가 이기게 되고, 명자는 말없이 수영장을 떠난다.

 

하고싶으면 해보자
김선경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방향성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선택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영화 속 명자 씨가 그러했듯이, 꼭 그 이야기를 필수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적당한 선 안에서 있다면 언제든지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 명자 씨가 재경기에서 지고 난 후에, 짬뽕 한 그릇을 시켜 먹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고싶은 것들이 많지만 주저했을 때 왜 안했지 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 실패하고 짬뽕 한 그릇을 먹어도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어엿한 영화감독이 되고 싶고, 그 길이 힘든 것도 알아요. 하지만, 힘들어도 그냥 해요. 누군가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제가 하고싶은 일이니까요.”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우리 사이에 심겨진 편견에 대해 조명한다. 김 감독은 “우리 모두가 편견이라고 하지만 고치기 싫어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편견을 신경쓰고 해결해야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김 감독은 “명자 씨를 향해 지규에게 양보하라는 시선들이 모두 편견에 쌓인 시선이다”라며 “명자 씨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그 편견을 깨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기대주는 나 자신입니다 - <기대주> 김선경 감독 인터뷰

김선경 감독은 (서울노인영화제, 경산여성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출전해 대상 2회, 동상 1회, 관객상 2회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영화 <기대주>의 김 감독을 만나봤다.
 

   
사진 김선경 감독 제공


Q <기대주>를 기획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선경 감독(이하 김 감독): 17살때 학교를 중퇴하고 새벽 수영반을 다녔어요. 새벽 수영반의 연령대가 주로 중, 장년층이었어요. 그 작은 사회 속에서 그분들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분들을 관찰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그분들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고 느꼈어요. 저는 나이가 들면 어떤 욕심이나 자기가 하고싶은 것에 대해 욕망이 사라지고 온화해 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가 보니까 정말 다르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권력싸움도 있는것을 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걸 알게 됐죠. 그러면서 ‘내가 나이가 들어서 내가 하고싶은 것을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생기더라구요. 사회에서 나이가 많으니 하지 말라는 것들을 보면, 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을 응원하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하고싶은 것들 당당히 이야기하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영화를 보면 중년 여성인 명자 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특별히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김 감독: 일단은 제가 여성이다보니 남성보다 여성의 마음에 대해 쓰는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나마 좀 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이 있었어요. 원래는 노년의 여성을 작품에 주인공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촬영하는데 배우분들을 만나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연령대를 낮춰서 활동하시는 분들 중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연령대를 낮췄죠. 그리고 명자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삶의 중점에 중년 여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포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쉬웠어요. 저는 자기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는 중년 여성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합에 이기기 위해 오로지 자기를 위해 잔치상을 차려서 먹고, 경기가 끝나고 짬뽕 한 그릇을 시켜먹는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서 중년 여성을 잡았죠.

 

Q 경기 도중에 실수를 한 지규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마음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 감독: 그 부분이 저와 배우분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부분이에요. 그 감정이 마지막 시합까지 연결이 되는데, 저는 명자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의 것을 고수하기를 바랬어요. 다 필요없고 자기가 이기겠다고, 승리를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배우분과 어른과 아이의 차이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른은 살아온 세월이 있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배우분께서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그 공감 능력 없이 욕심만 부리는 것은 주인공으로서의 존엄성을 잃는 것 같다고 배우분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다른 사람들 없이, 탈의실에서 오로지 둘만 있을 때, 지규는 정말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있고, 명자는 어른으로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거죠. 저는 시합을 내려놓는 마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분께서는 시합 장면을 찍으면서 져주는 마음으로 찍었다고 하시더라구요.

 

Q <기대주>에서 말하고자 하는 기대주는 누구인가요?

김 감독: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각자의 인생이 있고,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인정만을 기대하고 기다리는게 아니라 내가 나를 인정하고 기대해주는 삶을 살고자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어요. ‘명자가 기대주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합에 참여한 청년들 역시 기대주예요. 그곳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각자 인생에 기대주인거죠. ‘기대주가 지규인 줄 알았지? 사실 명자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에 솔직한, 적어도 나 만큼은 나를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어릴 때는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받고 사랑을 받지만 커가면서 그게 줄어드는 느낌이예요. 사실 자기 삶에는 자기가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기대주인거죠.

 

Q <기대주>를 통해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김 감독: 해주고 싶은 이야기 보다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쯤은 내가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잖아요. 만약 이 영화를 봤다면, 그리고 제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과거의 제 경험과 미래에 대한 이상향을 두고 현재의 제가 찍었어요. 미래에 명자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찍은 영화니까. 제가 느끼기엔, 저도 그렇고 많은 청년들이 지금 많이 힘든데,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잖아요. 거기에 저는 명자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정말 알고, 거기에 욕심부리는 순간도 있는 거니까. 주변에 정해진 무언가에 맞춰 나가는게 필요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서 힘들 수 있지만, 나에게 집중을 조금만 더 한다면 그 힘듦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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