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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키는 세 소녀, 어른들의 지난날을 비추다
최은솔 기자  |  choie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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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15: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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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가족의 경제적 위기, 부모의 불화 등 가족 문제에 있어 수동적 위치에 놓인다. 아이들이 부모의 갈등을 감당하기엔 보이지 않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집>의 ‘하나’는 부모님의 불화를 본인이 직접 풀어내려 한다. 도배 일을 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유미’, ‘유진’ 자매는 집이 팔리지 않도록 나름의 사투를 벌인다. 영화 <우리집>은 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보편적 감정을 끌어낸다. 가족에 대한 고민을 아이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포착한 <우리집>은 어른들 또한 공감할 지점이 많다.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더 나아가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어른들에게 <우리집>을 소개한다.

 

   
사진제공 네이버 영화

 

소녀들의 집 지키기 대작전

세 소녀네 집에는 이혼의 위기, 이사의 위기가 있다. 하나는 가족이 화목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12살 ‘어른 아이’다. 엄마 아빠의 오랜 다툼으로 하나네 집은 밤마다 고성이 오간다. 유미의 부모님은 도배 일을 하느라 어린 자매를 집에 둔 채 지방에서 일한다. 잦은 이사가 일상인 유미네 가족은 지금 사는 옥탑방을 또 다른 세입자에게 넘겨야 할 위기에 놓인다.

세 아이는 각자의 집을 지킬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나는 가족 여행 사진 속 행복한 엄마, 아빠의 표정을 보고, 가족 여행으로 부모님의 갈등을 풀고자 한다. 하나는 부모님께 가족여행을 가자고 줄기차게 요청한다. 아빠의 외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빠 핸드폰을 숨기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세 아이는 유미네 집을 보러 온 세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집의 결점을 폭로함으로써 집이 팔리는 것을 막는다.

소녀들의 노력은 성과를 맺지 못한다. 하나는 기다리던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 부모님의 이혼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집을 나온다. 가출한 하나는 유미와 유진을 데리고 연락이 되지 않는 부모님을 찾아 일터가 있는 지방 해변으로 떠난다. 호기롭게 떠난 여정 끝, 세 아이는 결국 부모님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 끝 부분에 하나네 가족이 처음으로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장면은 온전히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결말을 보여준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가족문제, 영화 같은 결말은 없다

평론가들은 <우리집> 윤가은 감독 영화의 결말을 ‘윤가은 유니버스의 기이함’이라고 언급했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문제가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이 현실감이 새로운 위로를 낳는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갈등이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확실한 결말을 짓고 끝내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청량감 또는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현실을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거리감을 주곤 한다. 이 거리감은 때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우리는 저 정도로 파탄이 나진 않았어’라는 안정감을 주기도, ‘결국 행복해지네’라는 낭만적인 대리 만족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나와 유미네 집의 문제는 꿈 같은 결말 없이 마무리된다. 하나네 부모님은 합의 이혼 도장을 찍었고, 유미네 집에는 곧 다른 세입자가 입주하지만, 유미나 하나가 가정 해체나 돈 문제로 큰 우울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한다는 식의 막장 결말도 없다. 하나의 간절함은 가족여행을 이뤄냈지만, 그 여행은 부모님의 이혼 합의를 막지 못한다. 유미네 가족의 경제적 위기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가족 내 환자 돌봄의 문제, 장기 미취업 자녀의 문제 등도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가족의 문제는 그 책임의 지속성이 장기적이라는 점에서 더 특수하다.

 

가족 문제에 직면한 아이들, 자신에게 시선 두기

윤 감독은 “하나와 유미가 가족문제에서 자신의 시선을 자기 내부에 집중시키길 바랐다”라고 했다. 윤 감독 영화의 ‘시선’은 아이들에게 향하고 그 끝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온 어른의 마음에 닿는다. <우리집>에서 하나는 가족의 해체라는 대의를 자신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다. 가족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유미∙유나 자매를 도와주는 하나의 선행은 집에서 얻지 못한 애정을 남을 챙기는 만족감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다. 이 과정에서 시선은 항상 남에게 향해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 셈이다.

 

 

 

아이들의 분투가 선사하는 작은 위로  - <우리집> 윤가은 감독 인터뷰

<우리집>은 동네 삼총사 세 소녀가 각자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과 그 안의 용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9월 15일 기준 누적 관객 5만 7,924명을 기록하며, 독립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혜은 기자 yhe@hgupress.com

 

Q 전작 <우리들>에서는 친구 관계에 집중했다면, <우리집>에서는 가족 안의 문제에 집중하신 것 같습니다. 가족 내 문제를 작품으로 만드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윤가은 감독(이하 윤 감독): 가족 이야기 자체를 하려고 했다기보다 친구들끼리 힘을 합치고, 아픔을 나누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가족 이야기를 늘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마침 같이 힘을 합쳐 일해보고 싶은 배우들과 동료들이 있어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부분은 제 개인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Q <우리집>주인공 삼총사가 부모님을 찾는 여정 중 해변에서 포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하나와 유미가 함께 마분지 집을 부숴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을 넣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 감독: 아이들이 영화 속에서 서로 가족에 대한 고민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데요. 그런데 아이들은 꼭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 말고도, 이런 상황을 내가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 걱정, 아픔이 분명히 있는데, 그걸 영화 내내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거 같아요. 바닷가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집을 부숴버릴 때 일종의 부정적인 감정을 터뜨리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면은 이제까지의 아이들의 노력에 대한 ‘부정’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노력해도 다 소용이 없을 수 있구나’를 깨닫는 순간이에요. 이걸 깨닫는 순간이 굉장히 아프게 느껴집니다. 이 아픔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면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우리집>의 결말은 실패한 듯 보이는 여행에서 돌아온 소녀들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데서 영화가 끝납니다. 갈등의 마술 같은 화해 또는 세계의 파탄 등 확실한 결말로 작품을 끝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윤 감독: 저 말고도 통쾌한 결말을 많이 내주시는 감독님들이 이미 많잖아요. 저도 통쾌한 결말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제가 작품을 만들 때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해요. 그런데 우리 인생에서 사이다처럼 모든 갈등이 해결되거나, 어떤 문제들이 순식간에 해결되지 않죠. 그런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그리고 싶어서 영화 결말이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특히 제가 다루는 주제들은 단번에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 문제들을 지나올 때 그리고 지나간 후에 느껴지는 감동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리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아이의 내면에서는 정리되는 결말의 이야기를 자꾸 쓰게 되는 거 같아요.

 

Q 아이들의 시선을 중점으로 시나리오를 쓰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윤 감독: 일단 제 취향인 거 같아요. 어떤 감독님들은 남녀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계속 만드시거나, 액션을 한다는 식으로 감독님들 별로 취향이 있잖아요. 저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시선이 제 취향인 거 같아요. 저는 제 영화가 성장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린이가 한 시절을 통과할 때 마음은 사실 어른들도 같은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해요. 이런 시선의 영화가 수적으로 많이 없어서, 더 이쪽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되네요.

 

Q 아이들이 바라본 ‘우리집’의 문제는 아이들한테만 국한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우리집>이 ‘대학생’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윤 감독: 딱히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기보다는 다른 차원의 목표가 있었어요. 그냥 누군가 내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을 때, 내 얘기라고 느껴지는 영화를 볼 때, 우리는 그 영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요. 저는 많이 그랬던 거 같아요. 저랑 비슷한 사람의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또는 그 인물이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게 될 때, 느껴지는 용기와 좋음이 있어요. 혹시 저처럼 이런 경험을 했던 혹은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위로를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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