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한동 친구들에게~
“우와~ 벌써 졸업이네!”라고 졸업을 기다리며 사회에 진출하려는 마음 보다는 한동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조금이라도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왜 일까? 분명 인간관계에서 이리 치이고 학업에서 저리 치이며 4년을 생활했는데도 한동이 자꾸 눈에 밟히는 이유가 뭘까? 분명 한동이 내게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 일거야. 그리고 떠나는 마당에 그 동안의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떠오르네.
친구들아, 졸업을 앞둔 이 친구가 이야기 좀 꺼내 볼 건데 마음 편히 들어 줄 수 있지?
아, 그 때가 언제였더라. 맞다~ 1999년 수능 볼 때 어머니께서 각 영역 시험 보기 전에 읽어 보라고 써 주신 네 장의 편지와, 편지지에 정성껏 붙여 놓은 단풍잎을 보며 또 한번 울었거든. 근데 지금은 그러한 감격 보다는 어머니의 사랑이 간섭으로, 잔소리로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머니도 그대로이고, 나도 그대로인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
2000년 그토록 마음속으로 그리던 한동대학교에 입학하여 만난 첫 팀과 팀 사람들. 나랑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생활 패턴이 다르다며 스스로 판단해 버리고 조용히 혼자 지내던 씁쓸한 기억들이 생각나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어리석었지.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어. 다들 잘 살고 있겠지?
2006년 군대 제대 후 다시 찾은 학교. 내가 많이 놀란 건 조금씩 지어져 가는 건물들만큼이나 학생들의 실력이 전보다 월등해 졌다는 거였어. 최소한 내가 들어간 수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정말 후배들이 잘하더라고. 근데 말이야. 능력 좋은 후배들 속에서 정을 나눠줄 수 있는, 뭔가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으려고 할 때는 똑똑한 후배들 수만큼 찾기가 힘들더라고.
친구들아,
두서 없이 적긴 했지만 내가 내리는 결론은 하나야. 어머니가 변한 것도, 친구들이 어리석은 것도, 후배들이 못난 것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 변했고, 어리석었고, 못났다는 사실. 결국 내 자신이 스스로 끊임없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 잘못했다고 인정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모습, 그리고 관계가 안 좋으면 먼저 말을 꺼낼 수 있는 용기, 남을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후배들의 친한 선배이자 동역자가 되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거야.
이제 이번 학기 마칠 때까지 60여일 정도 남았을까? 사회의 발걸음을 향한 카운트 타운인 동시에, 한동에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카운트 다운이 진행될수록 두근거리고 두려운 마음이 먼저 앞서네.
친구들아, 이젠 알 것 같지 않니? 60여 일은 내가 변하기에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바꾸어야 할 것은 바꾸자! 그리고 서로 격려하면서 힘내자, 파이팅!
2006년 10월에~

이성열 (국제어문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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