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호 <맑은 눈>에서 필자는 올바른 여론형성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신문사의 의지를 말했다. 하지만 여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일부 독자들이 한동신문사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따라서 <맑은 눈>에서는 99호와 100호, 총 2회에 걸쳐 현재 우리학교 상황에서 조성되는 여론의 문제점과 새롭게 조성되어야 할 여론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조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한동신문사의 우선적 과제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겠다.

① ‘한동학생여론’의 현실과 문제

필자는 현재 우리학교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여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여론은 ‘사회 구성원과 관련되는 일에 대해 사회적으로 제시되는 각종 의견 중에서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의견’을 뜻한다. 여러 의견들 중에서 나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통된 의견이 여론인 것이다.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다. 여기서 필자가 문제삼고자 하는 부분은 현재 우리학교에서 조성되고 있는 여론은 대다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없으며, 여론이라고 하기에는 그 의견들이 나타난 배경의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책시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로써는 우리학교 내에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는 유일한 장소는 한동인트라넷(i3)의 횡설수설 게시판이다(아쉽지만 한동신문이 아니다). 이곳에는 학생정치에 관한 내용에서부터, 학문, 생활 그리고 각종 가십에 이르기까지 하루 평균 십수개의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와 일정기간 학우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은 이와 같이 횡수에서 많은 정보와 의견들이 활발히 공유된다고 해서 이곳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종 ‘여론’으로 확대 해석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직도 횡수는 모든 학생들의 입장을 아우를 수 있는 수준의 여건과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횡수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수가 전체학생 수에 비해 현저히 낮다. 페이지뷰, 접속자 수, 게시글 조회수, 댓글 수 등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전학생 수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한편 이곳에서 행해지는 담론들의 도덕적 수준은 여론으로 발전시키기 민망할 정도로 매우 낮다. 각종 인신공격적 비방과 욕설 등이 ‘횡설수설’이라는 수준 낮은 개념에 의해 용인되고 조장되고 있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문제는 안그래도 전체학생 수에 비해 소수인 횡수 이용자들인데, 그나마 이들 중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의견을 내지 않는 현상이다. 이것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는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횡수 안에서만큼은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보여졌던 의견들이 사실은 실제 다수의 상대의견이 침묵하여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한동 공동체 안에서 소위 ‘여론’이라고 보여지던 의견들은 일부 소수 열성적인 발언자들의 의견일 수도 있고, 그 의견들이 다루는 범위 또한 지엽적이며, 담론들이 행해진 배경은 여론으로 확장될 수 있을 만큼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들이 모든 상황과 사안들에 대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에 우리가 ‘여론’이라고 여겼던 의견들에는 상당한 결함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여론으로 인정될 수 없는 ‘불완전한 여론’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 채, 총학생회와 같은 학생단체들에 의해 수렴된다. 비록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새롭게 여론수렴을 한다고 하더라도 총학생회 역시 여론이 조성됐을 당시 가졌던 기본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계속 이어가게 되며, 집계된 설문조사 결과는 그러한 입장을 수치적으로 보조해주는 증거자료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여론은 학교 당국에 전달되어 정책 수립의 기초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또는 ‘불완전한 여론’이 조성된 모공동체에 다시 돌아와 아직 그 여론을 공유하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처음 시작에서 어긋난 부분이 나중에 와서 삐그덕 거리게 되고, 결국 와르르 무너지는 결과까지 초래하는 것이다. 아직은 그런 창피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 현재와 같은 ‘결함투성이’ 여론형성 구조 속에서 앞으로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미어 온다.

<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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