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건축학회 HIA  공간시스템16 최윤찬

 

무수한 건축의 논쟁에 정해진 답은 없으나, 가설과 결론 도출을 통한 명답은 항상 존재해왔다. 각시대마다 존재했던 대표적인 양식들이 이러한 명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대가 요구하는 명답에서 건축은 이데올로기와 인류 문명의 발전 그리고 문화의 총체가 아닐까 싶다.

흔히 미술사 시간에 배우는 -니즘이 붙는 단어들 그리고 양식이 붙는 단어 또한 건축에서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우리는 고딕 양식에 대해서 배운다. 고딕 양식의 요구는 신이신 하나님의 존재를 건물에서도 느끼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서양의 구조 기술은 벽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 벽구조는 기둥 구조이기에 300mm정도인 현재의 벽과는 달리 벽 자체가 구조적인 기능을 했기에 1미터에 육박했다. 창문을 뚫기도, 빛이 들어오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사람들은 빛이 최대한 많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이전 시대보다 훨씬 높였고, 이를 지지 하는 flying buttress라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결국 빛을 자유롭게 건물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모더니즘은 이전 시대에서 느낀 큰 좌절의 벽이 되었던 빛을 건물에, 그리고 벽을 구조적 용도가 아닌 장식 혹은 공간의 구획을 위한 용도로 쓰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였다. 돔-이노 시스템이라 불리우는 콘크리트 기둥으로 이전의 두텁다 못해 장벽이었던 건물의 문제점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도달하지 못했던, 건설자재의 표준화, 공산화를 이룩해 건설 기간을 단축하였고 신 공업소재인 콘크리트,철,유리를 이용해 현대 건축의 대가들은 건축의 새로운 지평에 도달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보다 많은 이이게 보다 저렴한 값에 공급하고자 노력했던 건축가들의 노력은 이전 귀족들의 문화 향유의 하나였던 건물의 장식을 최소한으로 절제하여 만들어냈다. 이는 모더니즘의 입장을 대표하는 기존의 전통과 권위에 반대, 자유 평등을 추구하던 시대 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더니즘의 건축 또한 공산화, 획일화로 모든 건물이 비슷해지는 결과로 인한 몰개성으로 인한 반발로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담아내는 지역주의, 그리고 모든 것이 따분해지는 것만으로 느껴졌던 이 모든 것을 매너리즘적으로 여겨 해체하고자 했던 이들로 인해 포스트 모더니즘, 해체주의 건축이 생겨났다. 이러한 건물들은 때론 모더니즘에서 보여주던 효용성과 기능 경제성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기반을 모두 뒤 흔들고 비정형적이고 이전 건물들에서 보이던 절약성이 아닌 천문학적 비용의 설계비와 건설비,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전 시대가 보여주는 건축물의 효용성에 비해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여러 양식의 건축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요구이다. 건축가는 건축을 의뢰한 사람에게 혹은 집단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들을 생산해낸다. 때로는 건축가는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건물을 만들어 낸다. 현재의 지구에 인류는 수 많은 벌목과 같은 환경 훼손과 같은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 특히 건설 분야는 선봉장으로 가장 많은 파괴를 일삼았다. 이제 시대는 친환경적인 건축을 요구한다. 이에 건축가들은 친환경적으로 에너지 배출을 줄 일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옥상 농화를 포함해 건물 전체가 식물로 뒤덮인 건물들을 도심부에 만드는 계획 등을 한다. 시대는 이제 앞만 보고 달려온 까닭에 주변을 살펴볼 겨를도 없었던 인류에게 경고를 주는 동시에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이 시대의 건축은 파괴를 위한 도구가 아닌,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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