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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해설사가 전하는 포항의 이야기
유설완 기자  |  yus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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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23: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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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오기 전에 미리 한번 목을 가다듬는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혹여나 발음이 꼬이지 않을까 목이 타지 않을까 사람들을 맞이하기 전에 만전을 기한다. “아에이오우” 가벼운 입 운동 후 마지막으로 물 한 모금. 다가오는 객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바로 '문화유산해설사'다. 문화유산해설사는 문화 유적에 대한 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 문화, 자연 등에 대해 전문적인 해설을 하는 사람이다. 문화유산해설사는 여행 안내사 등의 전문자격을 갖추거나 특정 지자체에서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될 수 있다. 현재 포항에는 새천년기념관, 일본인 가옥 거리, 오어사 등 다양한 문화 유적에서 해설이 진행된다. 그중 포항 구룡포에 위치한 일본인 가옥 거리에서 해설하는 윤영숙 해설사를 만나 구룡포에 깃든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화유산해설사의 하루
낡은 지붕과 붉은 벽돌, 뻥 뚫린 나무 창살로 만들어진 집들이 줄지어 있는 일본인 가옥 거리는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마을이다. 2010년부터 윤 해설사는 일본인 가옥 거리에서 문화유산해설사 활동을 해왔다. 그녀는 포항시에서 일본어 통역 봉사 활동을 하다가 문화유산해설사를 지원하게 됐다. 일본어 해설사 활동을 처음 시작한 윤 해설사는 구룡포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며 자신만의 해설 방식을 만들어 갔다. “(일본인) 가옥 거리에서 처음 해설을 시작했을 때 이곳에 매뉴얼이 없어서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덕분에 윤 해설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해설 방식을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오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그리고 성향과 역사관이 다 다르니까. 저는 물어봐요. 단순히 구룡포 지명 유래가 궁금한지 아니면 일본인 이주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지 그래서 해설을 요청하신 분들이 어떤 것에 더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10분 혹은 20분 만에 해설해달라는 사람들에게는 팸플릿에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팸플릿의 내용을 뼈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서 설명해요.”

윤 해설사는 단순히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해설보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설을 지향한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는 일본의 유산을 보존한 장소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윤 해설사는 “(해설을) 5년 해보니까 비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라며 “지금은 미워도 우리가 교류하고 나아가야 하는 시대니까, (일본과 한국을) 이해시키면서 교류하는데 제 역할이 조금 일조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말했다.
한편, 윤 해설사는 활동하면서 일본인 할머니 한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본인 관광 단체와 함께 호미곶을 탐방할 때 윤 해설사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와 일제강점기에 대해 언급했었다. 해설이 끝나고 일본인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해설 덕분에 한국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원폭 때문에 미국이 너무 미우셨대요. 그런데 오늘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고 해요. 그전까지 왜 한국 사람들이 자기들을 미워하는지 잘 이해를 못 했는데 할머니가 미국을 싫어하는 것처럼 (한국에도)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알려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셨어요.”

   
근대 역사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하고 있는 윤영숙 해설사.

해설을 넘어서 마음으로
윤 해설사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민에게도 친절과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관광지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섞여 있는 곳이다. 일본인 가옥 거리 곳곳에 주민들이 집 앞에 의자를 두고 햇볕을 쬐고 있었다. “가옥 거리가 조성되기 전에 사람 한 명 방문하지 않던 곳이었는데 이후에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주민들이 사람 구경하는 게 즐거워 의자를 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윤 해설사는 지나다니면서 주민 한 명 한 명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할머니 오늘은 여기에 자리 잡고 있었네요. 햇볕 때문에 그늘로 옮긴 거죠?” 윤 해설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처럼 할머니에 자연스럽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했다. “주민들과 가까워지면 이 고장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어르신들이 계시면 조용할 때 믹스커피 타다가 가져다드려요. 그러면 냄새 좋다 하고 고맙다 하고 하시고(웃음)”
윤 해설사는 갈 곳이 있다며 구룡포에 오랫동안 살았던 서상호 씨의 집으로 향했다. 서 씨는 구룡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주민으로 100세의 나이로 사흘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윤 해설사는 서 씨의 딸을 위로하고 서 씨를 기리기 위해 서 씨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좋은 날에 편안하게 돌아가셔서 다행이에요” 윤 해설사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를 다해서 조심스럽게 조의를 표했다. 윤 해설사는 구룡포에서의 서 씨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예전에 어르신이 고래 잡을 때 찍은 사진 있잖아요. 아! 그리고 저번에 어르신이 병원 가겠다고 혼자 차 몰고 운전해서 나간 적도…” 서 씨의 딸과 윤 해설사는 서 씨를 추모하며 서로의 기억을 공유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구룡포 주민인 서 씨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윤 해설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해설과 사람과의 교류다. 처음에는 외운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는 윤 해설사는 지식을 넘어 감동을 전하는 해설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길게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눈빛, 표정 등 읽어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해설이 감동을 줘요” 그렇게 감동을 주는 해설을 하다 보면 2천 명 중 한두 명은 해설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온 손님처럼 그 멀리서 왔는데 굉장히 나를 만나서 설명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일본어 실력이 녹슬지 않기 위해 시작한 문화유산해설사 활동은 윤 해설사에게 어느새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됐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에 위치한 근대역사관. 이 건물은 1920년대 일본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운반하여 건립된 2층 일본식 목조 가옥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은 관심에 비례한다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 위치한 포항 문화원, 이곳에서 문화유산해설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다. 포항문화원에서 이뤄지는 ‘2018 포항문화유산해설사 양성과정’은 포항의 선사 문화와 암각화, 불교 문화, 내연사와 보경사 그리고 포항의 현대사까지 담고 있다. 4월 20일에는 울산대학교 반구대 연구소 이하우 교수가 ‘포항의 선사 문화와 암각화’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포항문화는 암각화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보면 돼요. 한반도 남부지역 문화의 모태가 바로 영일만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라고 수강생들을 향해 조용하지만, 힘있게 말했다. 이 교수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안경 쓴 할아버지,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강의를 듣는 아주머니들 등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연령층은 높은 편이다. “벌써부터 주무시는 거 아니죠?” 이 교수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수강생이 보였다. 고등학교 때 역사수업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낯익은 풍경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문화유산해설사 강의를 듣고 있는 백금숙(포항시 남구 59) 씨, 이민경(포항시 북구 53) 씨, 공성학(포항시 북구 67) 씨가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주셨다.

   
 
   
 
   
포항문화유산해설사 교육과정을 듣고 있는 백금숙 씨, 이민경 씨, 공성학 씨(위에서부터).


“저는 원래 역사를 너무 좋아했고요.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공부를 해보니까 새로운 것도 알게 되고 하물며 역사 같은 것은 나이를 먹으면 안 하게 되잖아요(웃음). 그런데 공부해서 새로 알고 나니까 더 알고 싶고 궁금해지고 해서 공부하게 됐어요.”-백금숙

이제는 모두 일선에서 은퇴한 수강생들은 정말 배우고 싶은 수업을 듣기 위해 이 과정을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수업을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서 큰일이라며 웃음 짓곤 했다.

“우리가 살고 있음에도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있다는 게 신기해요. 암각화 같은 것도 울산 암각화만 생각했지 (포항 암각화가) 있다는 말만 듣고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새롭게 알게 되니 포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이민경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출발했다는 수강생들은 어느새 포항에 대한 애정이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화유산해설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사는 곳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포항에 대해 이야기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전 포항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나오고 그리고 결혼을 했어요. 서울에 일하러 10년 정도 떠나있었는데 다시 돌아와서 그 이후로 쭉 살게 된 거예요. 강의를 들으면서 예전 생각도 나고. 이 기회를 통해서 우리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문화재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공성학

공 씨는 포항의 옛 사진을 들고 와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곳을 보여줬다. 과거 포항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공 씨는 “우리가 지역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줄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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