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홍
(생명과학 17)

다가오는 16일은 세월호 4주기다.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과 함께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위해 모이고 다시는 그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다짐을 하는 날이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리라 생각된다. 최근 홍역을 앓은 것처럼, 많은 과제를 짊어지게 된 우리나라에서 큰일 한가지가 더 마무리됐다. 많은 사실이 밝혀진 지금이기에 세월호 사건은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세월호가 가져다준 메시지 또한 이전과는 조금은 다를 것이다. 얼마 전 노란 리본과 단원고 추모 손목 밴드가 더러워져 새로 샀다. 그리고 지금은 추모를 위한 준비로 지난날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세월호 사태가 벌어진 그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연일 선생님들이 관련 뉴스와 영상들을 보여주셨는가 하면, 학생이 할 일을 하라며 쉬쉬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지금은 실형을 살고 있는 전 대통령을 옹호하던 선생님도 계셨다. 반 친구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모금에도 함께했다. 그 외에도 세월호 사건은 내 주변으로 하여금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백일장에서 받은 상으로 생기부에 한 줄을 적었고 뒤이어 수학여행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로도 남들이 그러하듯이 추모에 동참했고 참사가 낳은 아픔에 슬퍼했다. 하지만 여러 번 맞이해온 많은 행사와 기도들 속에서, 언젠가부터 나는 마음 한쪽에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 추모하며 슬퍼하는 내가 있기 이전에 언제나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쁘다. 나는 부모님의 자식이고, 한동대 학생이며, 선후배와 동기의 지인이다. 강의, 과제, 시험 준비는 기본이고 주변 사람들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하며, 때때로 가족들에게 안부 인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과로 가득 찼던 한 주를 끝낸 뒤에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원한다. 실은 모든 문제가 나의 게으름 때문이더라도,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머리 아픈 일보다는 그냥 웃으면서 흘려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채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세월호는 내 삶의 목록에 있어서 ‘머리 아픈 일’로 분류되어왔다. 추모는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는 것이지만 정작 참사가 만든 아픔은 내 삶에는 녹아 있지 않았다. 일 년에 하루를 제외하면, 나는 세월호 사건에 애도하고 슬픔을 자아내야 할 이유보다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았다.
인터넷 기사와 SNS를 구경하다 보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세월호를 잊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의견이 뒤죽박죽 섞였고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도 식어버렸다. 매정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마치 내게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았다. 그렇게 나와 유가족들은 타인이 됐고 내게 남은 것은 붙였다 뗄 수 있는 노란 리본뿐이었다. 노란 리본으로 하여금 내가 여전히 도덕적인 인간으로서의 상징으로 삼았다. 결국, 나는 내가 더 편하고 즐겁길 바랐다. 더 정확히는 나만 더 편하고 즐겁기를 바랐다.
지금의 나를 만든 내 태도가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내가 하는 반성이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못난 고백이고 제대로 된 해답조차 없는 반성이지만 그 날의 참사가 처음 가져온 아픔만큼 더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싶다. 4월 16일은 시험이 한참 꽃필 8주 차 월요일이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아픔만큼, 지금의 고단함을 찾고 만들고 싶은 세상을 소망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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