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
(전산전자, 17)

우리 모두는 배가 고파서, 피곤해서와 같은 이유로 ‘죽을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이런 말을 보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말이지만 쉽게 일상에서 사용되는 역설적인 말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우리는 당장 오늘이라도 죽을 수 있는 존재이지만, 보통 죽음을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고 살아간다. 나도 마찬가지로 죽음을 나와 멀리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굳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라 하면 조금 두렵지만,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는다.
아마 누구든 살면서 진짜 ‘죽음’의 공포를 느낀 적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아파서 잠도 자기 힘든 날과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고 너무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날에 나는 ‘정말 이대로 쓰러져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을 느낄 때 지나간 날들이 후회된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상황이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해 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살면서 돈이나 명예 등을 위하여 노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다.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내가 죽고 없는데 그들을 과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을 위해 내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려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희생을 해도 어차피 그들 또한 그다음 세대를 위하여 희생해야 할 것이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희생만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나의 행복을 위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 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다. 원래 유명한 말이지만 친구에게 들으니 조금 새롭게 느껴졌다. 내 몸은 죽어 사라져도 세상의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나는 진짜 죽은 것이 아니지 않을까? 내가 죽어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그래도 나를 기억해준다면 나름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기쁘고 행복한 일들도 물론 있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모든 것을 관두고 싶을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해버린다면 내 인생은 정말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될 것이다. 조금 힘들어도 견디며 더 노력해 나가고, 이 세상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100년도 안되는 우리의 몸이 살아있는 시간을 통해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지, 그 이후에는 어떤 세계가 존재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왕 세상에 태어났으니 죽음에 대한 걱정은 조금 뒤로 미루고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내고 노력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