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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의 추억
한동대학교학보사  |  hgupress@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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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8  0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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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중
(국제어문, 17)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지금은 오전 2시 34분. 오늘 하루도 어떻게 마무리한 나는 물병에 받아온 물과 함께 약 봉지를 툭툭 털어서 손 위에 올려진 알약을 삼켜 냈다. 이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낀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못해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이다. 내가 이 약을 먹는 이유는 우울증 때문이다. 이 병은 지난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3년 전 봄, 나는 한 대학에 입학했다. 어른들은 스무 살인 내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나는 새로 맞는 상황들이 두렵고 당황스러웠다. 집을 떠나 홀로 서야 하는 외로움, 새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인간 관계 등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즉,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였을 뿐, 세상에서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절망스러웠고, 또 우울했다. 이 상황을 피해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연락을 끊고 어디론가 숨어 방황했다. 그러다가 도착한 곳이 한 정신병원이었고, 나는 입원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얼마 안 있다가 바로 퇴원했다. 퇴원하고 나서는 신앙에 의지하려고 했다. ‘내가 기도 많이 하면 하나님께서 지금 힘든 걸 다 없애주실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교 단체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느낌이었다. 나는 하나님을 간절히 찾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게 원하는 응답을 주시지 않는 것 같았다. 좌절감이 너무 심했다. 그냥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어서 자취방에 스스로를 가둬 놓고 아무와도 만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죽어 가길 바랐다.
잠가놓은 방 문을 연 건 가족들이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시 나는 그 병원에 들어갔다. 한동안은 병원에 있는 자체가 지옥이었다. 삶의 의욕 없이 하루 종일 누워 지냈다. 그러던 와중에 병실에 한 남자애가 들어왔다. 심심한 병동에서 나는 그 친구와 놀아줬다. 때때로 이 친구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부쉈는데, 나는 그 친구를 혼내기도, 달래주기도 했다. 어느 날은 간호사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말씀해주셨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한 중학생 친구는 환청과 자살 충동을 느꼈고, 다른 환자 분은 조현병 증상이 심각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간호사 선생님께 다시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환자들이 병원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것, 조금 더 인생의 밝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에요.” 그 말이 내 뇌리에 박혔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때 깨달았다. 그 말이 나를 다시 꿈꾸게 했고, 그 이후 나는 퇴원, 재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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