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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무게
문여경 기자  |  moonyg@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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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3  23: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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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지구의 1/6 수준의 중력을 가지고 있다. 같은 물건이라도 지구에서 들면 달에서 들 때 보다 6배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37기 대학보도부 기자 중 가장 먼저 기자 수첩을 쓰게 됐다. 할당된 면이 개인적인 투정으로 채워질 것에 대해 독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기사는 기자가 바라본 사실이 일련의 흐름에 따라 쓰인다. 그런 기사를 쓴 기자를 이해해 볼 수 있는 곳으로 마련된 것이 기자 수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다음 기자 수첩을 쓰는 기자님들께서는 기자 수첩 소재가 중복되는 것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자의 고충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교지편집 동아리를 들었고 동아리 부원 2명과 함께 당시 꽤 화제였던 군함도에 대한 기사를 썼다. 재미있는 소재였고 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사가 교지에 실렸을 때 편집부장이 교지 발간을 위해 고생한 것을 아는 체하기도 전에 내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뿌듯해하기만 했다. 이만하면 기사 쓰는 일은 재미있고 보람차기까지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라는 직함을 받들기 전에는 기자라고 하면 막연히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어디라도 달려가는 멋있고 바쁜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신문사에 들어왔다. ‘대학보도부 기자’로 일을 시작하자 막연한 기자의 모습이 구체적인 일들로 밀도 있게 채워졌다. 그러나 사실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까지 알리는 기자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할 때는 언제였는지 ‘힘들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하나의 사건을 붙잡고 경위와 배경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떤 실마리가 나타날까, 얻어진 실마리에서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늘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 행여 기사의 구조가 정해진다고 해도 내가 얻은 정보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면 기사가 통째로 갈아 엎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사의 아이템을 정해 작성에 집중하면서도 다음 호의 기사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바쁜 일정은 가장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다.
자치회장단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후보로 나오신 두 분도 ‘자치회’라는 자리에는 처음으로 나오신다고 생각하자 떨리지만 묘하게 진정이 됐다. ‘나음’은 임시 자치회로 일해 왔다. 그러나 정식 자치회로 출범하게 된다면 또 다른 양상이 진행되리라. 덧붙여진 ‘정식’이라는 명칭이 그 무게를 더할 것이다. 학생들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아 정식 자치회가 되면 학생들의 목소리를 생활관 곳곳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것을 생각하자 자치회가 짊어질 무게가 휙 스쳐 지나갔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짐이 있고, 발 디딘 지구가 있다.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장의 무게는 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지구에서의 무거움이다. 타인에게도 역시 발 디딘 현장이 있고 그 안에서 감당해야 할 일이 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서로가 가진 짐의 무게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비록, 우리가 서로 짊어진 짐의 무게를 온전히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자기 짐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은 안다. 저마다의 지구에서 저마다의 짐을 이고 지며 살아가는 모두 고생이 많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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