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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데도 두려움에 떨어야 하나요?
유설완 기자  |  yus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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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8  02: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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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이 명예훼손죄로 인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 나아가 명예훼손죄는 정부 및 공직자의 비판을 막는 법으로 악용됐다. 국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실상은 국민 표현의 자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명예훼손죄, 형법이 최선인가

국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명예훼손죄가 형사범죄로 다뤄져 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위험이 있다. 명예훼손죄는 형법 307조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해 검찰에 기소되면 경검에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갖게 된다. 참여연대는『박근혜 정부 국민 입막음 소송 사례보고서』를 통해 ‘소송 등을 당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위축, 발언 자제, 심적 부담, 재정적 부담 등을 경험하게 돼’ 형법으로 처벌하는 명예훼손죄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억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시민운동가 윤철원 씨는 “수사를 받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다니면서 재판을 받게 돼 직장도 다니기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한편,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은 민법 764조 ‘특칙’으로도 청구할 수 있다.
가해자의 언행 혹은 추행이 사실이라도 피해자가 사실을 공개하면 명예훼손죄에 의해 고소당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해 비판적 표현을 하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돼 명예훼손죄 고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 접수 건은 2005년 7,023건에서 2013년 1만 2,189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기소되는 비율은 같은 기간 27%에서 22%로 떨어졌다. 한편, 명예훼손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 자를 고소할 수 있다. 일례로 대통령과 정권에 대해 비판한 국민이 기관 및 공직자 개인에 의해 고소당하는 경우가 있다.
형사상 명예훼손죄는 다른 국가의 경우 폐지되거나 민사사건으로만 다루고 있는 추세다. 영국은 2010년 선동적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영국의회에 따르면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형벌이 남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 가나, 스리랑카, 멕시코 등의 나라들이 명예훼손죄를 폐지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부교수가 쓴 『명예의 보호와 형사처벌제도의 폐지론과 유지론』에 따르면 ‘각국 정부들이 형사상 명예훼손제도를 체제유지를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명예훼손죄

2016년 5월 디자인 회사 입사 3개월 차인 여성 A 씨는 같이 일하는 남성 선배 두 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선배들은 노래방에서 소주 2병가량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A 씨의 허벅지를 강제로 주무르며, “왜 이렇게 야한 속옷을 입었냐” 등 모욕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한, A 씨를 강제로 밀치는 등 신체 접촉을 하거나 동의 없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A 씨를 촬영하기까지 했다. 집에 돌아온 A 씨는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충격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A 씨는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 직장생활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차마 SNS에 글을 올리진 못했다. 회사에 출근한 A 씨는 선배들에게 성추행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선배들은 “오해가 있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잘못을 부인했다. 이에 A 씨는 자신이 겪은 성추행 피해를 회사에 알렸다. 하지만 오히려 회사 임원은 A 씨에게 “사람들 일을 못 하게 하면 어떡하냐면서”라며 “일주일이나 한 달 내로 일을 정리해라”라고 말했다. 가해자들에게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A 씨는 결국 SNS에 자신의 당한 부당한 처사를 알렸다. 그러자 회사는 A 씨에게 SNS 글을 삭제하도록 강요하고, 모니터 압수와 대기발령 처분을 내리는 등 A 씨를 압박했다. 회사의 압박에 A 씨는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A 씨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2016년 8월 18일 명예훼손죄 관련 벌금 3백만 원 약식 기소를 통보받은 A 씨는 혹시나 처벌받지 않을까 하루하루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게다가 A 씨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입증책임 증거를 모아야 했으며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한 경제적인 부담까지 짊어져야 했다. A 씨는 처음에 자신이 실제로 겪은 경험을 알려도 처벌받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성추행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던 A 씨에게 돌아온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뿐이었다. A 씨는 2017년 2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8개월간 병원과 검찰, 법원을 오가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위 사례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직장 내 성폭력 피해당사자 해고 및 명예훼손 고소 사건 타임라인’ 등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각색했습니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공개 내용이 진실하고 공익을 위해야 한다. 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폭로할 때 형법 제310조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따라 피해자를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피고인은 폭로 사실이 진실한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입증해야 할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하지만 명예훼손죄에서 피고인에게 부과한 진실성과 공익성의 입증책임은 피고인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위축시킨다. 명예훼손죄로 기소당한 피고인이 재판절차에서 검사를 상대로 진실성과 공익성을 입증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권순민 부교수가 쓴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에 대한 논의와 그 대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입증책임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향후 재판에서의 입증 곤란에 대한 우려로 인해 상당 부분 약화되거나 포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옥녹현 일러스트 기자 oknh@hgupress.com

국민에게 재갈 물리는 이명박근혜 정부

시민운동가 B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015년 B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전단을 제작 배포했다. B 씨는 ‘전단지 뿌리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며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함께 정권 비판 전단지를 공개적으로 뿌렸다. 이후 같이 전단지를 뿌린 동료 시민과 B 씨는 통장, 우편물, 핸드폰, 노트북 등이 압수되는 등 검찰의 과잉 단속에 시달렸다. B 씨는 검찰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이후 B 씨는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어 B 씨에게 구속 영장까지 청구됐고, B 씨는 8개월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해야 했다. B 씨가 구속되자 이에 반발한 대구지역 변호사협회 변호사들은 B 씨에게 무료 변론을 제공했다. 명예훼손죄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B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전단지를 배포한 다른 시민 5명도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이후 3년의 재판 끝에 2018년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에서 B 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를 대상으로 비판 및 의혹을 제기한 국민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08년 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국가기관 및 공직자 개인에 의해 명예훼손죄로 30명의 국민이 고소당했다. 참여연대의 『이명박 정부 국민 입막음 소송사례보고서』에 따르면 30건 중 형사사건은 24건, 민사소송은 6건이다. 형사사건 중 유죄로 인정된 2건을 제외한 나머지 10건은 불기소처분, 무죄 3건, 고소인 취하 7건, 2건은 아직 재판 중이다. 6건의 민사소송 중 시민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내린 판결은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3년 2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국가기관 및 공직자 개인에 의해 제기된 주요 명예훼손 소송은 총 22건이다. 참여연대의 『박근혜 정부 국민 입막음 소송 사례보고서』에 따르면 22건 중 형사사건은 18건 민사소송은 4건이다. 형사사건 중 불기소처분이 5건, 유죄 1건, 무죄 1건, 나머지 11건은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이다. 4건의 민사소송 중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판결은 없다. 참여연대는 앞선 보고서를 통해 ‘주로 소송된 사례들은 국정원이나 청와대, 대통령 등 핵심 권력의 정당성 및 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로 이어졌던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법원은 *2007년 판결문에서 ‘국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점과 *2011년 판결에서 ‘국가기관의 업무처리,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명예훼손죄가 인권옹호자들이 활동하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는 등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 마거릿 세카자(Margaret Sekagyya) 유엔 인권 보고관, 2013년 1차 한국 인권실태 조사 기자회견

   
 ▲옥녹현 일러스트 기자 oknh@hgupress.com

*손해배상 책임: 위법한 행위에 의해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전보해 손해가 없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로 복귀시킬 책임을 말한다.
*2007년 판결: 2007. 12. 27.선고, 2007다29379.
*2011년 판결: 2011. 9. 2.선고, 2010도1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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