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도박장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거리마다 바다이야기, 황금성이 즐비하더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를 하고, 바다이야기 오락기기는 모두 폐기처리 된다고 한다. 바다이야기 열풍은 이렇게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지만 우리사회의 숨겨진 도박장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스크린 경마와 같이 실제 도박과 다름없는 오락기기도 버젓이 용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공인된 도박장이다. 재정조달이란 미명아래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경마, 경륜 그리고 카지노 등 사행성 사업들이 그것이다.
정부가 허용하는 사행성 사업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카지노다. 국내 유일 내국인 허용의 정선카지노는 도박중독의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정선경찰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7명의 자살이나 쇼크사망 등이 일어났다고 한다. 카지노에 중독되어 거액을 잃고 일가를 망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원랜드가 설치?운영하는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 접수되는 도박중독 상담건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개장할 당시 2001년에는 106건에 불과했던 상담 건수가 2006년에 들어서는 2,098건으로 늘었다. 특히 이 상담자 중 대부분이 경마, 경륜 등 합법도박을 했거나 합법, 불법도박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로 조사됐다.

정부가 공인하는 합법도박도 도박
도박중독센터에 올해만 2,098건 상담
대부분이 합법도박 경험해

지난 10일 도박중독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MBC스페셜에서는 도박중독자와 일반인의 뇌 사진을 비교했다. 도박중독자의 뇌에서는 만족감을 주는 도파민의 양이 늘어나고, 쾌락의 기억을 담아내는 전두엽 부분이 밝게 빛났다고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이 자기충동조절 기능을 상실한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신병이다. 이 정신병에 한번 걸리면 가정파괴 등으로 한 개인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쉬운 문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예방만이 최선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도박을 국민들의 레저사업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 사업의 목적이 국민들의 풍요로운 여가생활 증진이란다. 이번 바다이야기 소동은 분명 우리에게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건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합법도박도 여기에서 예외일 리 없다. 그러나 담당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업계자체 내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도박중독에 대하여 강력히 예방하고 권고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서민들에게 정신병을 강요하고 있는 꼴인 것이다.

남성일 사회문화부장 nsild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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