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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방은 없다
유설완 기자  |  yus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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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21: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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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대학생 A 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 도착한 허름한 건물 지하에 A 씨의 집이 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A 씨는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간다. A 씨가 들어선 자신의 방에는 조금의 햇볕조차 들지 않는다. A 씨는 가장 먼저 환풍기를 튼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 되기 때문이다. 비싼 월세에 A 씨의 자립은 월세 날이 올 때마다 멀어져 간다. A 씨는 오늘 하루도 좁은 방 한켠에서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길 꿈꾼다.

‘국민은 물리적, 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주거기본법 제2조는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월세에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과는 거리가 먼 반지하와 고시원에 사는 청년들에게 주거권은 허울 좋은 말뿐이다. 최소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누리고 싶은 청년들에게 오직 열악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 비싼 주거비에 신음하는 청년들

오늘날 청년들에게 주거비 지출은 부담이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회초년생으로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은 소득이 대체로 적은 편이다. 국토연구원이 16년 7월에서 9월까지 전국 20,133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층의 43%는 월 소득 100만 원 이하이다. 이들은 소득 10분위 기준 소득 2분위에 해당하며, 전체 소득자의 하위 20%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의 소득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지출은 큰 편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사회초년생 주거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6일간 만 19~34세 전·월세 세입자 사회초년생 52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 청년들은 평균 1,215만 원의 보증금과 평균 35만 원의 월세를 부담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청년층의 주거 실태는 어떠한가’라는 조사에 따르면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하 RIR)을 보면 청년 1인 가구의 RIR은 34.2%이다. 즉, 100만 원의 소득이 있다면 34만 원을 주거비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에 따르면 적정 RIR은 20% 이하이며, 선진국의 경우 RIR 30%를 초과하는 계층을 주거 빈곤층으로 간주하고 있다.
주거비 지출 부담과 더불어 청년들은 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렸다. 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들의 78.5%는 주거 서비스 질이 낮은 다가구 단독주택이나 기타주택에 거주한다. 동일 보고서에 따르면 집 구조물과 난방, 환기, 채광, 등 9개 항목에 관한 *주거서비스 질적 수준 조사 결과, 아파트는 평균 3.3점으로 양호하지만, 다가구 단독주택은 2.7점으로 불량한 수준이다. 또한,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고시원 거주 서울 1인 청년 가구는 23,939명이다. 2005년 2,981명에 비해 8배 증가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노량진, 대학가 근처 고시원은 임대료가 높다. 고시원의 1평(3.3m^2) 남짓 가장 작은방의 경우 월세 18만 원이며 가장 큰 방은 2.28평(7.53m^2)으로 월세 37만 원이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최저 주거기준으로 명시된 1인 가구 면적의 14m^2의 절반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주거의 자유를

대학생들은 비싼 월세방, 부족한 기숙사로 인해 대학가 주변에 주거지를 얻기 쉽지 않다. 대학가 주변 월세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오픈형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경우 평균 월세는 49만 원, 보증금은 1,37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52%, 19% 증가했다. 특히 서울대 주변은 보증금이 지난해 평균 627만 원에서 올해 1,227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대학생들은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숙사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국내 대학 기숙사는 학생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올해 기숙사 수용률은 21%로 지난해 20%보다 1%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대학생 5명 중 1명만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권 대학 기숙사비는 편차가 크다. 대학가 주변 월세에 비해 비싼 기숙사도 있다. 2015년 발표된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1인실 월 평균 기숙사비는 29만 5,000 원, 2인실은 20만 1,000 원, 4인실은 14만 2,000 원이다. *민자기숙사의 기숙사비는 평균을 훨씬 웃돈다. 지난해 민자 기숙사 41곳 가운데 월 기숙사비가 50만 원 이상인 기숙사는 8곳, 40만 원 이상인 곳은 16곳이다. 특히 이들 기숙사는 1~2인실 위주로 설립되면서 다인실보다 기숙사비가 비싼 편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인실의 경우 연세대 SK 국제학사가 65만 5,000 원으로 가장 비쌌고, 이어 고려대 프런티어관이 59만 5,000 원, 건국대 민자 기숙사가 58만 5,000 원, 숭실대 레지던스홀 55만 1,000 원 등이었다. 고금리의 민간자금을 활용한 민자 기숙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기숙사비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 개선의 움직임과 한계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에선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비싼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했다. 청년 임대 주택은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월평균 11~23만 원으로 저렴하게 방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일부 청년 임대주택은 청년들의 통근과 주거환경을 고려해 역세권 근처 등에 세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 임대주택은 의도와 다르게 비싼 월세로 청년들이 입주에 부담을 느낀다. 청년 임대주택은 민간사업자가 정부의 혜택을 받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때 임대료를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임대료를 결정할 수 있어 높은 임대료가 책정될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청년 임대주택 3,61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5%에 이르는 541세대의 월 임대료가 50만 원 이상이며 274세대는 80만 원을 초과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 위치한 삼각지 청년 임대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44m^2로 보증금 8,200만 원, 월 임대료 79만 원이다. 이처럼 높은 월세와 까다로운 입주 절차 때문에 청년 임대주택 당첨자 계약률은 2014년 77%에서 2015년 67%, 2016년 61%로 하락하고 있다.
청년 주거 개선을 위한 청년 임대주택 건립이 거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 9월 25일 서울시청 앞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민들이 찾아와 청년임대주택 건립반대 시위를 했다. 주민들은 청년 임대주택에 청년들이 입주할 경우 음주, 흡연뿐만 아니라 소음과 교통혼잡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기숙사 시설 건립도 대학가 근처 임대업자와 거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행복공공기숙사는 정부의 공공기금으로 세워진 기숙사로 월 20만 원 내외의 값싸고 질 좋은 기숙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행복공공기숙사를 건립함으로써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면서 사립대의 비싼 기숙사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성북구 돈암동 임대에 행복공공기숙사를 지으려 지난 2월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일부 거주민들이 집값과 임대료 하락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수도권 주요 사립 대학의 기숙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양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1.5%로 학생 10명 중 1명만 입실 가능했다. 부족한 기숙사를 확충하기 위해 한양대는 2015년 학교 부지 내에 각 540명, 1,450명 수용 가능한 외국인 학생 전용 6기숙사와 국내 학생 전용 7기숙사를 직영으로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학가 주변 원룸에 공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학교와 지자체에 민원을 넣고 기숙사 건립을 반대했다. 고려대 또한 2013년 인근 개운산 근린공원 부지에 1,1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주변 임대업자와 거주민의 반대에 차질이 생겼다.

시민단체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청년 주거 환경

정부와 대학의 미흡한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기업이 직접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 대학생 및 청년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민달팽이유니온’과 ‘*민중연합당’을 비롯해 다양한 단체들이 제도 개선과 혁신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 상담사’, ‘대학생 주거 복지 지원 센터’ 등을 운영하며 청년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 상담사 활동을 통해 대학생 세입자를 대상으로 ‘주거 임대차 보호법’ 등을 가르쳐 세입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대학교 총학생회와 협력해 청년들이 세입자로서 겪는 불안을 나누고 고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학생 주거복지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들이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 및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3년 민달팽이유니온은 전월세 상한제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했다. 그리고 2014년 청년유니온과 함께 ‘서울시 청년 기본 조례’를 발의해 단순히 일자리뿐만 아니라 청년의 주거 생활 문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서울시에서 지원을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민중연합당은 지난 9월 청년 월세 10만 원 운동본부를 발족시키는 등 청년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청년 월세 지원조례는 20~39세 무주택 1인 가구 청년이 50m^2 이하 주택에 살 때 최장 3년간 매월 임대료의 80%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극심해지는 전세난 속에 청년들의 부담을 덜고자 *스타트업(Start-up)은 직접 셰어하우스(Share house)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방, 화장실 등 독립적인 공간과 거실, 주방 등 공유하는 공간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이다. 셰어하우스는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같이 사는 사람과 월세를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어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입자들은 일반적인 전·월세에 비해 보증금이 낮아 목돈 없이도 입주가 가능하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의 경우 임대 기간은 기본 1년으로 보증금은 200만 원, 월 임대료는 15~17만 원이다. 무엇보다 세입자는 셰어하우스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며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외 29인은 ‘청년주거안정지원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청년들에게 청년지원주택을 공급하고 유지보수비를 제공하는 등 주거권 보장과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생을 위해 기숙사 수용인원 5만 명 확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에 속한 일부 청년들의 삶은 개인의 힘만으로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 힘들다. 그런 청년들 곁에 많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는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 등 구성원의 노력으로 더 나은 청년 주거 환경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상호 정책조정 및 협력을 통해 세계 경제의 공동 발전 및 성장과 인류의 복지증진을 도모하는 정부 간 정책연구 협력기구.
*주거서비스 질적 수준 조사:집 구조물, 방수, 난방, 환기, 채광, 방음, 안전, 방범 등 9개 항목에 관해 1: 불량, 2: 조금 불량, 3:조금 양호, 4:양호로 평가한다.
*민자기숙사: 민간투자자가 건설한 뒤 대학에서 임대료 형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BTL, 민간투자자가 건설하고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BTO 방식이 있다.
*스타트업(Start-up):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
*민달팽이유니온: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새롭게 주거 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을 대상으로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단체.
*민중연합당: 민중연합당은 2016년 2월 27일 창당한 대한민국의 노동 운동, 농민 운동, 청년 계열의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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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12:4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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