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 위치한 모 대학교의 중앙도서관 열람실에서 20대 남성 A 씨는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A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1항’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대학가에서도 발생한 불법촬영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현행법에서는 법에 저촉되는 촬영(이하 불법촬영)에 대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의 기계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게 촬영한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해 ‘카메라 등 이용촬영범죄’가 일명 ‘몰카’로 약칭해 불리는 것을 몰카라는 표현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계획을 밝혔다. 문 정부는 몰카라는 용어가 ‘이벤트나 장난 등 유희적 의미’를 담고 있어 범죄의식 약화를 가져온다는 지적을 받아 용어 수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 스마트폰을 이용해 불법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장민용 사진기자 jangmy@hgupress.com

일상생활 속 타인을 훔쳐보다

불법촬영 피해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법촬영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생활 곳곳에서 일어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불법촬영 검거 인원은 2016년 말 기준 서울 1,726명(38.4%), 경기 1,046명(23.2%), 인천 370명(8.2%), 부산 251명(5.6%) 등이다. 같은 발표에서 범행 장소는 지하철역·대기실 784건(15.1%), 아파트·주택 569건(11.0%), 지하철 내부 503건(9.7%), 길거리 439건(8.5%) 등이다. 포항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이준상 여청수사팀장은 “불법촬영은 대체로 공원, 학교 등과 같은 공공장소의 공공화장실과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주로 일어난다”라며 “포항시 북구에서도 올해 16건의 사건이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불법촬영 피해 사례는 남녀 모두에게 발생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가 100건 안팎이다. 불법촬영 남성 피해자 발생 건수는 2015년 120건, 2016년 160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125건이다.
그러나 불법촬영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다. 지난해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발표한 ‘온라인 성폭력 실태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심포지엄’ 보고서(이하 온라인 성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4월까지 불법촬영 1,548건 중 여성 피해사례가 1,523건(98.4%)이다. 김에스더(GLS 17) 씨는 “불법촬영이 증가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촬영 피해자가 될까 봐 겁이 난다”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가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수단의 다양화, 증가하는 불법촬영 적발 건수

불법촬영은 ▲적발 건수 ▲이용되는 수단이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2016년에 발표한 ‘10년간 범죄발생 및 범죄자 특성 추이’에 따르면 2006년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로 적발된 건수는 517건이었지만, 2010년 1,153건, 2015년 적발된 건수는 7,730건에 다다른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로 적발된 불법촬영 건수는 9년 사이 약 15배 증가했다. 2015년 전체 성범죄 발생 건수에서 불법촬영 발생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4.9%다. *DSO 하예나 대표는 “DSO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소라넷에서 발견된 건수만 해도 검찰에서 발표한 건수를 초월하는 숫자다”라며 “이를 토대로 생각해 보았을 때 잠재된 불법촬영 피해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불법촬영에 이용되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카메라의 소형화로 인해 물병, 신발, 나사 등에 카메라를 부착한 변형 카메라가 개발됐다. 변형 카메라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지난 3월 모 걸그룹의 팬 미팅 현장에 한 남성이 안경 변형 카메라를 착용하고 왔다가 걸그룹 멤버에게 적발된 바 있다. 드론과 *IP 카메라 등 또한 불법촬영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지난 7월 제주의 한 해수욕장 노천샤워실에서 드론을 띄워 촬영해 적발됐다. 용의자는 경찰에 입건됐으며 3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IP 카메라를 해킹한 13명의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총 1,402대의 IP 카메라를 해킹해 영상물을 인터넷상에 유포했다. 유포한 영상물에는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등의 모습이 촬영돼 있었다.

피해자를 울리는 불법 촬영물 유포

불법 촬영물 유포는 불법촬영에 따른 피해를 가중한다. 가해자들은 성인 사이트나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에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서울지방청 사이버수사과는 성인 사이트 ‘밤바다’에서 2008년부터 불법촬영 사진 5,592장 유포한 혐의로 운영자 2명을 구속했다.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등은 이용자에 의해 다른 사이트로 공유됐다. 밤바다 사이트의 이용자였던 C 씨는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276장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옮겨 2만 명의 회원들과 공유한 혐의로 입건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는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다. DSO 하 대표는 “가해자들은 인터넷에 ‘○○동네 ○○녀’, ‘○○대 ○○녀’라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다”라며 “이는 좀 더 자극적이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집어넣어 영상물 구매자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피해자는 주로 성인사이트 누리꾼들에 의해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피해를 본다. 이렇게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은 피해자가 직접 찾아서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 지난 5월, 여성 A 씨는 인터넷에 유포된 자신의 알몸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성에게 피해자의 성기가 나온 장면을 찾아와야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이후 A 씨는 자신의 성기가 나온 장면을 찾아 경찰관에게 제출했다. 직접 동영상을 찾기에 어려움을 느낀 피해자는 ‘*디지털 장의사’를 통해 사진 삭제를 의뢰하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를 이용하려면 한 달에 200~300만 원 정도의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 DSO 하 대표는 “가해자가 올린 글을 피해자가 돈을 내고 삭제하는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조금 이상한 개념이다”라며 “피해자가 모든 영역을 부담하고, 빠른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삭제되지 않는 불법 촬영물은 피해자에게 2, 3차의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 DSO 하 대표는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 중 영상이 크게 알려진 경우 사회의 지위를 잃거나 사회권을 박탈당하는 등의 일을 겪는다”라며 “신분과 여지까지 쌓아온 모든 경력을 잃는 경력단절. 즉 사회적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불법촬영 피해를 봐 올 초부터 9월까지 112명의 사람이 상담요청을 했다. 상담 요청한 3분의 1에 이르는 37명이 상담 중 ‘자살’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끊을 수 있는 고리이지만 끝이 없는 불안감 속에서 상담을 받는 분 중 자살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 학생식당 퇴식구에서 불법촬영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남학생은 파란색, 여학생은 빨간색 스티커를 붙이도록 안내했다. 윤예준 사진기자 yunyj1@hgupress.com

미비한 처벌, 명확하지 않은 법률

불법촬영에 관한 처벌과 해당 법령에 대한 논란이 있다. 불법촬영에 대한 법적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촬영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온라인 성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1심 형벌 중 벌금형이 1,109건(72.0%), 벌금 300만 원 이하가 887건(80.0%)이다.
불법촬영 가해자 재범률 또한 높다. 온라인 성폭력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재범률이 53.8%로 높게 나타났다. 범행횟수가 5회 이상이 총 1,540건 중에서 481건으로 31.2%를 차지했다. DSO 하 대표는 “불법촬영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는 처벌이 매우 가볍기 때문이다”라며 “의전생이 185건이 넘는 불법촬영을 저질렀음에도 기소유예 판결이 났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정의한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불법촬영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찍어야 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영철 교수의 논문『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부위 해당여부』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성도착증이 있는 가해자가 여성의 손에서 성적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며 성적 욕망의 개념이 모호한 한계를 언급했다. 지난 2008년 대법원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등을 고려해 불법촬영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법원의 판결은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하면 유죄이지만, 전신을 촬영하면 무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가 있다. 2015년 한 남성이 여성을 58회 촬영했지만 그중 16회가 전신사진이라는 이유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불법촬영에 대한 강화된 법적 처벌을 요구

불법촬영 법적 처벌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불법촬영을 근절하고자 지난 4월부터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서 제안된 ‘몰카 판매 금지법안’에 1만 8,412명(10월 18일 기준)이 참여했다. 제안된 법안은 허가받은 인물만이 변형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선미 의원을 대표로 총 5명의 국회의원이 4월부터 함께 입법활동을 시작했다. 불법촬영을 근절하고자 경찰과 정부도 함께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가수 시아준수를 홍보대사로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 주위에 경고·금지·주위 등을 의미가 있는 빨간색 원형 스티커를 붙이는 ‘빨간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론을 반영해 9월 26일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문 정부는 변형 카메라의 판매규제부터 피해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불법촬영 전 과정에 걸쳐 총 22개의 개선과제를 마련했다. DSO 하 대표는 “물리적으로 폭력을 입지 않았다고 피해자의 트라우마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력 단절에 대한 피해지원, 증거의 채집과 관련된 보완책이 존재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과다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 1항: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
*DSO: 2015년 ‘소라넷아웃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피해자 지원, 법률 인권지원, 공론화 활동, 대학 강연, 탄원 활동 등 디지털 성폭력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한다.
*IP 카메라: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카메라로 외부에서도 집 안 상황을 휴대폰으로 점검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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