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학교 당국은 생활관 전체 호관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휴에 머물 곳이 없어 난처한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조처였다. 학교 당국의 큰 결심으로 추석에 학교를 떠날 수 없었던 학생들은 해결책을 찾게 됐다. 동시에 그 선언은 교내 일부 근로자에게 근무 통보로 돌아왔다. 극명하게 희비가 갈린 순간이었다. 같은 결정으로, 한쪽은 편의를 누리게 됐으며 다른 한쪽은 예정되지 않았던 근로를 해야 했다.
추석 기간 출근 요청은 불과 연휴를 하루 앞두고서 교내 일부 근로자에게 전달됐다. 이는 추석 연휴 생활관 전체 호관을 개방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결정이 급작스레 이뤄진 영향이 컸다. 학교 당국의 결정은 연휴가 시작되기 사흘 전, 9월 27일 이뤄졌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교내 근로자는 출근할 것은 ‘통보’받았다. 선택지는 다양하지 않았으며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에 시간은 짧았다.
학교 당국이 베푸는 배려의 테두리에 대게 교내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추석 직전의 한동대 풍경과 지난해 5월은 놀랍도록 닮았다. 지난해 5월, 교내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쟁의가 시작됐다. 일 소정근로시간 연장과 더불어 청소 외 업무 금지 등을 요구하는 쟁의였다. 쟁의가 진행되는 동안 거리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등의 구절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교 당국은 당시 쟁의가 진행되는 내내 재정적 여건상 용역비 예산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의 말이 진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시설, 취재 때 들었던 실무자의 단골 멘트는 ‘재정만 받쳐주면 당장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였다. 한동대는 재정적 여건상 힘든 일 투성이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결정은 불가피했던 것이 아니었다. 교내 청소노동자의 용역비는 재정적 힘듦을 무릅쓰면서까지 예산을 늘려야 하는 항목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려의 테두리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의 물음에 학교 당국은 일관된 답을 선택해왔다. 지난해 5월도, 이번 추석 연휴도 학교 당국의 결정은 같은 방향으로 귀결됐다. 교내 근로자는 배려의 테두리 속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동대 안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어떤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등 계약 관계로 얽히기도 한다. 권력이 작용하는 관계에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기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사회 한 켠에 버젓이 있는 희생과 아픔에 대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다. 다만, 이 작은 대학 사회가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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