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최근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혹은 최신작 코너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글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으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 어마어마한 미래에 관해 저마다 신나게 떠드는 책들 사이에, 저만치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시대로 넘어와 이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니, 정말 이게 가능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그 책을 무작정 뽑아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였다. 생각해보니, 이 책을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내 노트북에서 읽을 수 있는데도 나는 굳이 서점을 찾았다. 이 뿐만 아니라, 다시 커지고 있는 LP시장들, 특별한 날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필름카메라, 어렸을 적 많이 하던 보드게임들이 언제부터인가 다시 매장에 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드게임 카페를 찾을 수 있지 않은가. 클릭 한번이면 물건이 우리 집 앞까지 오는데도 여전히 미국인들은 하루의 반을 오프라인 쇼핑을 즐기는데 소비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장에 꽂힌 책을 직접 뽑아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며 읽을 때의 그 촉감과 소리를 찾는다. 신기하게도 최근 주변에서 새로 문을 열은 동네 서점들이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느껴지는 동네 책방 특유의 분위기가 그곳을 찾는 발걸음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손님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손님의 관심과 취향을 바탕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휴먼 큐레이션’ 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 서울의 한 책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책의 역자인 박상현 씨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해도 과연 이 ‘휴먼 큐레이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유명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오래된 미래’는 과학기술의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을 비집고 우리 곁에 새롭게 다가온다. 평범한 인터넷 서점이었던 아마존이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고, 그것을 넘어 불과 몇 년 사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한 숨겨진 비결은 다름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어쩌면 둘의 공존은 꽤나 흥미로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제는 기술로는 승부가 어려운, ‘감성 마케팅’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 않은가. 디지털과 자동화의 물결에 휩쓸려 앞만 보고 가다 보면 때로는 무언가를 빠뜨리고 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것들을 놓치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벌써 5주차가 되었다. 잠시만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라는 말이 아직은 유효하기를 바라며.

전채리 (CD,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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