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 교수는 한동을 다시 찾았다. 학생이었던 1998년과 달리 2016년의 그는 새내기 교수였다. 김 교수는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느끼는 문제의식에 따라 질문을 거듭하며 학문의 길을 스스로 열어왔다. 그래서일까, 그가 가르치는 사회학 개론과 현대사회와 여성 수업은 학생들 스스로 사회의 문제를 찾아 답을 내리거나 자신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해 답을 구하는 토론으로 뜨겁다.

김 교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주섬주섬 책과 수업자료를 챙기며 강의실로 유유히 걸어 들어온 김 교수. 그는 이내 활짝 웃으며 재빨리 수업을 시작한다. 사회학 수업시간,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건네준 종이에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늘 질문을 던지는 김 교수,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았다.

다시 만난 한동

Q 한동대 98학번 출신이신데, 학생이었다가 교수로서 한동대에 다시 오게 된 감회가 어떠신가요?

한동대가 지금 20년이 됐는데. 학교가 많이 발전하고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해 주신 총장님, 교수님, 교직원, 거쳐 간 많은 학생, 무엇보다도 지켜주신 하나님 앞에 감사드려요 일단. 우리 때 만해도 학교가 위태위태해서. 졸업하고 나서 어떻게 될지 잘 몰랐는데. 이렇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교수로 부임 받았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을 때가 있고. 감사한 일이죠. 버거운 짐이기도 하죠.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Q 학생일 때의 한동대와 지금의 한동대,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사실 차이점보다 비슷한 점을 더 많이 느껴요. 제가 잘 몰랐던 것 중 하나가 변했다, 변했다 하는데. 서울대에도 있었고,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도 다니고, 영국에서도 있었고, 다양한 곳에 있다 와본 저는 여전히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너코드부터 팀모임까지. 형태가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어떻게 안 변하고 이대로 유지될 수 있나. 오히려 놀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다닐 때보다 변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저는 좀…. 반대로 생각하면, 초창기 때 계신 분들이 지켜오신 거겠죠. 초창기 교수님들께서 은퇴하시면서 학교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들이 잘 넘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찾아라, 질문이 생길 것이니

Q 학창시절 때 교수님이 궁금해요. 어떤 학생이었나요?

군대 가기 전에 전공 선택 결정을 못 해서 굉장히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저는 원래 고등학교 때 이과여서 생식(생명과학 및 식품과학)을 가려고 했어요. 의학전문대학원 가서 의료선교사가 되려고 했어요. 막상 들어와서 공부를 해보니까. 그 학문이 저랑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사실 97학번 때 (한동대) 합격을 하고, 등록하지 않고 98학번 때 다시 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왜 여기 보내셨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거예요. 갑자기 듣는 수업이 다 재미없어지고. 그래서 그 학기에 취득한 학점이 8학점인가 이거밖에 안 돼요. 전공을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 내리지 못하고 군대를 갖다 왔고. 군대에 있을 때 철학책을 많이 읽었어요. 인문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탐색을 해볼 수 있는 전공이 언론정보문화학부에서 기독교문화 트랙하고 매스컴 이쪽이었죠. 이쪽에 공부를 하면서 이 공부를 하는 게 맞겠다 생각하고 나서는 학교를 굉장히 열심히 다녔어요. 제 경험상으로 방황하는 것 자체는 좋은데,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발견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Q 사회학을 전공하셨는데, 언제부터 사회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신 거예요?

저는 원래 문화 자체에 학생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우리 세대가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세대였어요. 대부분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형태라는 게 점점 문화산업의 일 형태로 비슷해지거든요. 예를 들면, 문화산업 노동의 특징은 산업의 창조성과 그 일에 대한 열정 같은 것이죠. 지식산업시대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점점 노동이 변화해나가고 있어요. 문화산업이 노동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노동이에요. 그런 부분에 관심이 있어서 연구를 했고. 질문에 따라 공부를 했어요, 학문에 대한 관심보다. 대학원에 가서는 방송독립제작사 노동자들에 관한 논문을 썼고, 미국 유학을 가서는 창조노동(Creative Labor)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창조도시산업(Creative Street Industry)정책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창조도시가 산업하고 도시하고 연결되는 지점이 생겨나는 것을 알고, 계속 넓어진 것이죠. 도시, 산업, 정책, 사회학까지. 제 연구 주제 자체를 따라가면서 공부한 편이에요.

Q 교수님에게 공부란 무엇이고,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으셨다면?

공부를 계속하려면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해요.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알고 싶어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단순하게 어떤 분야에 관심 있다고 해서 오래가기는 힘들죠. 그 안에서 내가 알고 싶고, 내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 같은 거. 그런 구체적인 것이 있어야지 계속 갈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사회학은 굉장히 큰 학문이잖아요. 그 안에서 뭔가 하나 더. 그중에서도 어떤 문제. 관심이 있으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다양한 학문을 동원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공부하기가 쉬워져요. 필요를 위해서 학문들을 끌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어요. 교수가 해답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다기보다는 학생들 본인이 관심 있는 문제를 발견해 줄 수 있는 교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여러분들이 해결하셔야죠. 개인적으로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면서 공부가 힘든 적은 별로 없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고, 제가 가지는 문제의식에 따라 공부했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게, 늦게, 천천히 찾아도 되는데,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고 계속할 수 있는 분야를 학교 다닐 때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 학문에서의 문제의식을 강조하는 김창욱 교수.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여성학을 품은 사회학자

Q 사회학뿐 아니라 여성학도 가르치세요. 두 학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나요?

사회학 안에 굉장히 큰 분야가 불평등을 다루는 게 있어요. 우리가 지금 (사회학) 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죠. 단순히 경제적인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육 불평등도 있고, 다양한 불평등이 있어요. 그중 성적 불평등이 있어요. 여성학이라는 학문은 ‘성 불평등(Gender Inequality)’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거예요. 사회학 분야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은 그런 거죠. 사회학 관점에서는 불평등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고, 거기에 성 불평등(Gender Inequality)이 있는 것이죠.

Q 기독교 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와 한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기독교 내부에서 성경에서 어떤 식으로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있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여성 신학자들이나 신학 내부에서 여성에 대한 주제들에 대해 논쟁을 해온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능력이 안 되지만, 여성 운동,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한계점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남학생들이 적어요. 그래서 남학생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여성학이라는 학문이 여성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성적 불평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어서 남성, 여성 모두 관심을 가지고 다뤄야 하는 학문이라 생각해요.

Q 현재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고민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 사회도 고민하는 20대들을 따듯하게 바라봤으면 좋겠고. 고민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사회학이라는 게 개인으로 인간을 평가하지 않고 누군가와의 관계, 관계 속에서 사회를 바라보니까. 너무 개인적인 고민을 하기보다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사회 안에서 내 고민이 왜 여기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인가. 이런 식으로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본인이 가지는 문제를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동대에 있다 보면 밖에 나갈 때 두려움이 있어요. 한동대 출신으로 사회 나갔을 때 계속 겪게 되는 문제들이 있다 보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하고 다른. 그런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평생 같이할 사람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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