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나간 자리에 녹음이 무성하다. 시간의 흐름은 풍경의 변화로 이어진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사람은 숨이 붙어있는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다른 나’로 거듭난다. 달라진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 해도 변화는 여전히 낯설다. 소중하게 지켜왔던 가치가 자신과 완전히 작별했음을 깨달았을 때, 그 상실감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때로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여름이 한참 지나 겨울이 다 왔는데도 반소매 티셔츠만 고집하는 사람은 체온을 지킬 수 없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면 겉옷을 챙겨 입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이번 5월, 한국은 중요한 변화의 갈림길에 선다. 다가오는 9일 대통령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한국은 한 번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뽑은 대통령을 스스로 끌어내렸다. 길고 두려운 싸움이 이어졌지만 결국 국민은 변화를 택했다.
탄핵으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절정을 맞이하게 됐다.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다. 투표일은 수두룩한 빨간 날 중 하나가 아니다. 원하는 나라를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날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열쇠는 각자의 손에 쥐어진 투표용지다. 이 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또 같은 세월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변하겠다는 약속이 범람한다. 한동신문은 그중 청렴과 복지에 관한 약속을 갈무리해 들고 왔다. 행복한 세상, 공부하고 일할 맛 나는 세상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공약들이다. 각자 입맛에 맞는 공약이 있을 것이다.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후보에게 귀중한 한 표를 던지면 된다. 그 과정에 한동신문이 일말의 실마리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귀중한 표를 얻고 싶다면 후보들도 변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로 나선 이상 어떻게든 당선되고 싶은 거 알겠다. 그렇지만 각종 회색선전과 비방은 제발 그만 보고 싶다. 가뜩이나 준비 기간도 짧다. 꼭 필요한 얘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쓸데없는 의혹 제기할 시간에 서로 공약의 효율성이나 한 번 더 점검해달라. 국민이 더 나은 대통령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질’ 그만하고 제대로 ‘정치’했으면 한다.
변화와 정치라는 단어 위에 슬쩍 학생정치를 얹어보겠다. 학부협력회(이하 학협)의 존재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15년, 총학생회 회칙개정 과정에서다. 이중적 지위와 연합 가능성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밀접하게 엉킨 두 문제점은 2017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화를 머뭇거리는 동안 학생정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1전공 가능 학부가 늘어나면서 기어이 학부 학생회 인원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의 절반을 넘기고 말았다. 최악의 경우, 학부 학생회가 학협으로 연합해 전학대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것들을 바꿔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변화가 두려워, 혹은 귀찮아 그때를 놓친다면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대신 바뀌어버린다. 학생사회도, 더 나아가 한국 사회도 ‘때’를 예의주시하길 바란다. 지나가고 후회하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도 없다.

한결희 편집국장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