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적응을 위한 대학언론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 제도언론을 대신하여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용감한 시대정신의 선봉장은 대학언론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중심가치가 변한 21세기의 대학언론은 더 이상 사회변혁의 선두에 서지 않는다. 아직도 사회 비판적 기능을 맡는 대학언론은 오히려 시대 착오적인 대우를 받는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대안언론들이 기존의 대학언론이 담당하던 역할을 대신 맡고 있는데다, 대학언론의 주독자인 학생들은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전락한 사회 비판적 컨텐츠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독재와 탄압’ 같은 표면적인 투쟁의 대상들이 사라진 지금, 대학언론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독자들과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거나,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에는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 청년들이 요즘 독자들이다. 대학언론은 이러한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읽혀지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아이디어를 짜낸다.
최근 서울지역 학보사들이 위와 같은 시대적 인식을 바탕으로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경희대 학보사 [대학주보]의 경우, 지면 색션화를 통해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으며, 연세대 [연세춘추]는 시각적 효과를 높이고, 디자인 측면을 강화한 ‘베를리너 판형’으로 교체했다. 한편 중앙대, 건국대 학보사는 오프라인 신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학내 뉴스포털사이트’로 활성화시켜 많은 독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좀더 많은 독자들이 구독해 주기를 원하는 바람에서 이모저모 노력하기는 한동신문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의 자체적인 정비 기간 속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실험들을 했다. 실패도 많이 했지만, 가능성을 본 희망적인 순간들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을 바탕으로 미래의 언젠가 많은 학생들이 한동신문을 읽어주게 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인가? ‘하나님의 대학 언론’은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최근 대학언론이 변화하는 데 있어 주된 목표가 다양화된 컨텐츠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독자를 끌어 모으는 것이라면, 한동신문과 우리학교 내 언론매체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독자들이 우리들의 컨텐츠를 수용해주는 대가로, 우리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여론형성’일 것이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담당해야 할 기능이지만, 현재 우리학교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신속 보도, 심층 탐구 등 여타 기능들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학교가 지향하는 ‘지-인-영’ 교육 방향과 학내 여론의 성숙도를 볼 때, 가장 시급한 언론의 역할은 학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올바른 여론의 형성이다.
한동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정말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들은 비바람직한 모습으로부터 변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이고 실리적인 가치들과 가까워진 일부 학생들은 자기와 연관이 없으면 쉽게 옳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옳은 말은 하더라도 옳은 행동과 참여로 이어가지 못한다. 온라인 게시판 상에서의 원론적인 비판들은 극단을 만들어 중간을 두지 않고, 실제적 참여로의 전환을 눈감는다.
한동의 언론이 앞으로 담당해야 할 일은 바로 가치중립적이고, 실천적이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여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학교를 위해서, 학생들을 위해서. 이것은 대학언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독자들을 모으는 방법인 동시에, ‘한동대학언론’이 한동 공동체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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