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는 경상북도 포항시에 소재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자리를 잡은 대학교이며 한동의 정체성에는 ‘지방에 있는 대학’ 또는 ‘지방 대학’이라는 특성도 한 몫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다 우리는 하필 이 나라의 한 구석 포항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에 있어 4년 이상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며 이 기간 동안의 경험이 그 이후의 삶에 깊은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일생의 가장 찬란하고 뜻깊을 대학 시절을 보내는 곳이 ‘포항’이라면, 이곳에 무엇이라도 흔적과 의미를 남기는 여러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동대학교는 ‘지역협력’을 그 주요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한동은 지역에서 무엇을 함께 하고 있으며, 이 지역을 얼마나 돌아보고 있는가. 듣기 좋은 슬로건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지역협력’은 어떻게 이루어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 지역협력을 생각하기 전에 우리는 포항에 대하여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볼 일 아닌가. 함께 어울릴 만한 준비라도 우리에게 있는 것인지 살펴야 할 일이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또, 배워서 남 주자는 구호는 무엇이었는지. 포항에서 대학을 다니는 4년여 동안, 강의실에서 배우고 밤을 새워가며 익힌 일들을 부족하나마 지역을 섬기는 일에 써 보면 어떨까. 알지 못하는 미래에 세상을 바꾸리라 꿈꾸기 전에, 오늘 바로 이곳에서 세상을 바꾸는 연습이라도 해 보면 어떨까. 배워서 남 주는 일에도 익숙해지려면, 배우는 동안 남을 위한 생각을 가다듬고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훈련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주민등록법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지역에 이주한 자는 이주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주민등록을 이전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이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포항시의회에는 흥해 지역으로부터 세 사람의 시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당선자의 득표수가 3,000여 표였던 걸 생각한다면, 한동대학교 생활관과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재학생들이 ‘포항시민’이 될 때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상상하고도 남는다.
정치적으로도 그럴 양이면, 다양한 전공 분야에 따라 우리가 이 지역에서 기여할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물론, 포항에서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이 보다 용이하게 지역의 시민이 되고 또한 그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도 필요한 일이다. 지역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에 머물러 기여하려면, 지방 정부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 그마저도 우리 대학생들이 의지와 다짐을 모아 노력한다면 충분히 전향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한동대가 지역과 한 호흡으로 손발을 맞춘다면, 대학이 살아나고 지역이 풍성해지는 결과를 낳을 터이다. 내가 머무는 이곳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어 내는 일에 우리가 마음을 쓴다면, 지역은 한동을 또 얼마나 신뢰하고 반길 것인가.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이방인’처럼 머무를 일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모습으로 움직여 가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훈련을 하고 배워서 남 주는 실천을 하는 진정한 한동의 정신이 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포항이 살아날 것인가는 한동이 하기에 달렸다. 한동이 계속 발전할 것인가도 지역과의 협력이 답해 줄 것이다. ‘나는 포항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묻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장규열 언론정보문화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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