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100만이다. 지난 12일 광화문 일원에서 열린 제3차 민중총궐기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자 수다. 신문 편집을 핑계로 주말 내내 포항에 있었지만, 생중계 TV를 통해서나마 그곳 현장에 함께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계속된 ‘박근혜 하야 촉구 콘서트’ 장면도 중계되고, 경복궁역 사거리 시민과 경찰의 대치 장면도 보인다. 영상 속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시위대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된 차벽이다. 그 앞에 실제 선 것도 아닌데, 그 차벽이 너무 높고 딱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앞에서는 무슨 얘기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다.
한동대에서도 차벽 앞에 가로막힌 듯, 소통의 부재가 있을 때가 많다. 이번 편의점•매점과 관련된 논란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의문이 제기된 지역 언론 보도에 대해 일주일 만에 해명을 내놓는 총학생회의 모습이나, ‘그래서 매점이 없어지는건지’ 확실한 답이 없던 학교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다. 5개월이나 진행된 편의점 입점 논의를 학사정보시스템 히즈넷(HISNet) 공지를 통해 알게 된 복지회 직원이나, 조만간 거래가 끊길 수도 있다는 소식을 소문을 통해서 듣고 탄원서를 작성하던 납품업체 직원이 느꼈을 답답함도, 마치 차벽 앞에 서 있는듯한 이런 답답함이었을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참석 의원들 사이에도 ‘어떠한’ 차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계방학에 완성된 총학생회 회칙개정TFT 회칙개정안(이하 회칙개정TFT안)은 운영위원회와 전학대회를 거치며 우려점이 계속 제기됐고, 결국 많은 부분을 새로 논의해야 했다. 학생 대표들이 총학생회 회칙개정(이하 회칙개정)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논의를 쏟겠다는데 뭘 나무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문제가 이번 학기 갑자기 논의된 사항이 아니고, 총학 ‘하늘’의 공약이었다. 논의 주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각 단체 대표들이 참여해 7일씩이나 방학 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준비부터 꼬여서’ 결국 백지화된 15년도 회칙개정(본지 220호 3면 참고)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 그들 사이에 어떤 차벽이 의사소통을 가로막았던 걸까.
총학 백이삭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평의회 2차 정기회의에 참석해 총학생회의 역할을 물었다. 편의점과 관련된 질문을 한 평의원에게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 설명을 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역할에 대한 부분을 질문했다. 회칙개정과 관련해서는 “(회칙개정TFT의) 모든 학생단체가 참가하는 구조에 특별히 신경 쓴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이었고 이에 (회칙개정TFT안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총학생회는 어떤 역할을 했어야 하는걸까. 그리고 회칙개정TFT안은 그 바람대로 존중받지 못한 걸까.
답은 ‘소통’이 아닐까.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한 종교계 인사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밖은 영하 10도인데 청와대는 영상 10도인 것 같다.’

‘이미 결정해놓고 왜 진행하는 건지’라는 오해를 일으킬만한 설문조사 말고, 좀 더 효과적으로 지금 학생사회 온도는 몇 도일지를 파악할 장치가 필요한 듯하다. 물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중에 불만이 터져 나오지는 않게, 전학대회 참석 의원 간에도 서로의 온도를 파악할 효율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집회 현장 속 차벽을 없앨 방법은 잘 모르겠다. 한동대 내 소통의 차벽을 없앨 방법을 고민해보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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