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사진을 찍냐.”
속삭이는 이야기가 옆에서 들린다. 지진 당시 장순흥 총장이 발언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기자를 두고 하는 얘기다. 기자인 걸 알고 한 얘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와중에’ 사진을 찍고 ‘그 와중에’ 기사를 쓰는 게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었다.
232호 신문 발행을 하루 앞두고 지진이 났다. 혹자는 처음 겪는 땅의 흔들림에, 혹자는 혹시나 모를 휴강의 설렘에 각자 다른 흥분으로 안전지대라는 평봉필드로 대피해 있었다.
속보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례적인 사건과 이례적인 풍경을 알리고, 기록하려 했다. 지진 대피 현장 속 주요한 행동이나 발언을 남겨두려고 노력했다. 담당 기자에게 속보를 쓰기 위한 기록을 해두라고 했던 게, 이렇게 두 주간의 기록지가 됐다. 이를 두고 보니 더욱 느낀다. 몇 초간의 짧은 진동은 참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일하게 했다.
어쩌면 총학생회는 해야 할 일이 가장 많았다. 몇 천 명의 학생들과 학교 리더십 간의 입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12일 지진으로 평봉필드에 모여 있던 학생들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력하기에, 여진 발생 등 안전의 우려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3시간이든 30시간이든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미흡한 공지가 줬던 ‘하염없는’ 기다림은 학생들을 지치게 했다.
자치회도 해야 할 일을 했다. 학생들의 삶의 터전인 생활관이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생활관 입주자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 너무 열심히 일한 탓일까.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생활관에 층·동장을 투입시켰다. 그것 또한 층·동장이 ‘해야 할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소방서도 일을 했다. 우리가 실제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창조관 5층이 둘러본 생활관의 전부였지만 말이다. 소방서의 생활관 전체 점검 소식에 안심했던 학생들에겐 조금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학교 리더십들도 해야 할 일을 했다. ‘육안 확인’이라는 단어가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지만, 그럼에도 1차, 2차 지진 모두 ‘육안 확인’으로 꼼꼼히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지진 관련 지식에 무지하다. 때문에 어떤 확인이 가장 안전한 확인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인 말고도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또 하나의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과연 그 일은 잘 이루어졌던가, 판단에 맡기리라.
누군가는, 장순흥 총장의 발표 이후 끈질기게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두고 이해가 안 간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 정말 안전한지, 정말 괜찮은지 묻는 것이다. 이 사회가 알려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를 실천하는 일은 계속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학생들도, ‘해야 할 일’을 했다.
19일 지진 대처는 12일 지진 대처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공지도, 안전에 대한 확인도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이 비교적 잘 수행된 것이다. 한동대는 땅 말고도 흔들리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들이 1차 지진 때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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