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경주를 진앙으로 각각 5.1, 5.8 규모 지진이 발생해 한동대에 이례적인 대피 상황이 벌어졌다. 일주일만인 9월 19일, 4.5 규모 지진이 일어나 또 한 번 대피가 이뤄졌다. 두 차례에 걸친 대피 과정에서 한동대는 학생들을 평봉필드로 대피시키고 진행 상황을 전달하는 등 조처했으나 ▲늦은 공지 및 대피 ▲생활관 점검에 일반학생 투입 ▲지진 대처 매뉴얼 미비 등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 지진으로 인해 평봉필드로 대피한 학생들이 장순흥 총장의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김운영 사진기자.

갑작스런 지진, 뒤늦은 대처

9월 12일 지진 발생 이후 한동대의 대처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19시 44분 5.1 규모의 1차 지진(전진) 발생 이후 20시 32분 5.8 규모의 2차 지진(본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한동대나 총학생회, 자치회 등에서 대피 관련 공지는 없었다. 지진 관련 공지가 올라온 것은 전진 발생 후 약 1시간 뒤인 20시 40분 이후로,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올라온 자치회 공지가 처음이었으며 이어 총학생회의 공지가 올라왔다. 총학 백이삭 회장은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안일했던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피도 본진 발생 후에야 이뤄졌다. 전진 이후에도 현동홀과 뉴턴홀을 비롯한 *강의동에서 일부 수업·실습 등이 그대로 진행됐으며, 본진 이후 한동대 안전지킴이가 투입돼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있기 전까지 상당수의 교수, 학생이 건물 안에 남아있었다. 생활관운영팀이 생활관 내 학생들을 대피시킨 것 역시 본진 이후로, 전진이 발생했을 때는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총무인사팀 최규학 팀장은 “첫 번째 지진은 사실 그렇게 심각하게 못 느꼈고, 두 번째 지진 오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라며 “학교가 와서 신속하게 하기엔 시간이 걸린다. 생활관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가스 및 전력 차단은 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추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전기 등을 차단해야 한다. 시설관리팀 이종만 팀장은 “전력 부분은 정부에서 불을 꺼라, 전기를 차단시켜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반대로 하고 있다. 합선으로 인한 화재나 감전 같은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끄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전원 차단은 메인을 차단하면 복도나 비상계단 등 통행 자체를 못하게 되므로 대피 시 자기 침실의 전기를 끄고 나와야 된다. 가스 같은 경우는 생활관에서 사용하는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주일 뒤인 19일 지진에 대한 공지 및 대피는 첫 대피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20시 33분 4.5 규모 지진 발생 후 약 10분 만에 자치회 공지와 총학 공지가 히즈넷에 올라왔다. 대피도 곧바로 이뤄져 전 생활관에 대피 방송이 나갔으며, 대피해 있는 학생들에게 담요가 제공되기도 했다.


생활관 복귀 전 이뤄진 안전 점검

12일과 19일 대피 종료 전 생활관 점검은 모두 육안으로 이뤄졌다. 12일 한동대는 대피 해제를 알리면서 ▲한동대 장순흥 총장 ▲조원철 학생처장 ▲각 생활관 간사 및 층·동장 등이 육안으로 생활관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 학생이 ‘건물 내부는 정확하게 모르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장 총장은 “대개 보면은 눈에 보인다. 오래 보면은 이게 깊이가 어느 정도라는 게 다 보인다”라며 “육안으로 보면 이미 대략 판단이 다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학생인 층·동장들이 안전장비 없이 투입되기도 했다. 이에 자치회 이유준 회장은 “학교 측과 논의 과정 중에서 층·동장 및 자치회 임원이 우선 확인을 한 후에 위험하다고 판단된 방들은 시설팀에서 확인한 이후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대피 종료 전에도 장 총장과 조 학생처장, 교직원 등에 의해 육안으로 생활관 점검이 이뤄졌다. 장 총장은 “육안으로 벽의 상태라든지 기둥의 상태를 볼 때 이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당시 소방서를 불러 생활관 점검을 했다고 공지된 것과 달리, 실제 소방서가 직접 확인한 곳은 창조관 5층으로 그 외 건물에 대해 소방서 점검은 없었다. 당시 출동했던 포항북부소방서 임상문 팀장은 “저희가 직접 건물 안전점검을 한다거나 건물 자체가 지진에 안전하다 이렇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거기(한동대) 관계자분한테 건물 내진설계에 대해 얼마 되어 있는지 설명을 듣고 안전지도하고 끝났다”라며 “(창조관 5층의 경우) 저번 5.8 지진 때 보수해 놓은 부분이 안전 이상 없는 것만 확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사후 대처, ‘건물 구조에는 문제없다’

12일 지진 대피가 종료된 다음 날인 13일 한동대 내 건물·시설 점검이 있었다. 지진 이후 ▲창조관 ▲은혜관 ▲현동홀 ▲느헤미야홀 등 생활관과 강의동 대부분에서 벽과 바닥 균열 및 훼손이 발견됐다. 이에 13일 오전 시설관리팀과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정상모 교수가 일차적으로 생활관·강의동 등을 점검했다. 정 교수는 “창조관, 비전관 두 개 직접 봤고, 현동홀, 느헤미야홀 같은 데는 도면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구조계산서가 있는 데는 구조계산서를 훑어봤다”라며 “우리 대학에 있는 건물들은 대개 층수가 낮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나 철골 구조라 뼈대는 괜찮을 것으로 평가된다. 내진설계를 하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로 상당히 내진성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사실 이 지진에 대한 구조물의 안전을 분석하려면 포항 우리 근처에서 어떤 지진이 왔는지, 가속도 크기, 주파수, 지속 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되는데, 지금 그게 없으니까 분석을 못 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원자력안전기술원 이선규 전 본부장과 원자력 안전기술원 구조안전전문가 1인이 섭외돼 ▲장 총장 ▲조 학생처장 ▲진상호 사무처장 ▲시설관리팀 이 팀장 ▲총학 백 회장 등과 함께 생활관 상태를 점검했다. 점검은 육안과 도면을 토대로 이뤄졌다. 조 학생처장은 “전문가분들과 육안으로 보고 뜯어서 속도 들여다보고 했을 때 골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심지어 외벽에 약간 실금이 간 것도 이번 지진 여파 같은데, 그런 것도 평소에 지반이 약간 내려앉아도 더 큰 크랙(금)이 생길 수 있는 것들이라 붕괴 위험이나 이런 건 없다”라고 말했다.
12일 지진 발생 이후 보수는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시설관리팀 이 팀장은 “지진 직후에는 명절 연휴가 있다 보니 전문인력을 수급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전 직원들이 주말에 출근하여 수업에 영향이 없도록 조치했다”라며 “크랙 부분은 지금 점검 중이며 안전상 문제가 없어 준비하여 방학 중 수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19일 지진 대피 이후에 시설관리팀 차원의 점검 외 추가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치회 이 회장은 “(19일) 지진 이후에는 1차 때와 같은 정밀 검사는 없었고, 방화문, 경보기, 차단기 등에 대한 점검만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설관리팀 이 팀장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18일에) 창조관 501호, 537호의 벽면을 임시보수해 놓은 부분도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지진 대처 매뉴얼은 현재진행형

지진 대처에 관한 세부 매뉴얼은 12일과 19일 대피 당시 마련돼있지 않았다. 이에 13일 한동대는 지진 위기 대처에 관한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 매뉴얼 초안이 나와 검토 중에 있다(9월 26일 기준). 총무인사팀 안전업무 담당자는 “재난 관련 매뉴얼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며, 여러 자연재난을 비롯한 각종 재난에 대처하는 큰 매뉴얼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이번 지진과 같은 재난이 현실로 닥치다 보니 좀 더 세부적인 매뉴얼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관련 부서 직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매뉴얼 업데이트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생활관 차원의 지진 대피 매뉴얼은 현재 만들어진 상태다.

 

*강의동: 여러 개의 강의실이 모여 있는 건물. ▲현동홀 ▲느헤미야홀 ▲뉴턴홀 ▲오석관 ▲올네이션스홀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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