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의 일곱 가지를 모두 포기한 2030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연애, 결혼, 출산의 세 가지를 포기하는 ‘삼포세대’라는 말은 어느새 ‘사포세대’, ‘오포세대’가 되었고, 곧이어 ‘칠포세대’까지 확장된 것이다. 위의 단어의 변천사에서 보듯이 우리는 점점 포기와 실패가 당연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 ‘실패’라는 단어만 검색해 보아도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실패’가 만연해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일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멘토들은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자기계발의 논리가 사실은 평생 극복만 주문받는 개인을 만들어 버린다. 이십 대는 불안하므로 자기계발 담론을 받아들여 위기를 넘어서려 하지만, 불행히도 그 불안한 상태는 계속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뫼비우스 띠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수천, 수만의 사례는 노력 부족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된다.
 기업들은 분기별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며 기자단, 체험단 같은 각종 참여 프로그램을 쏟아놓는다. 지원자 수는 어마어마하고, 거기에 뽑힌 청년들은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어쩌면 해당 기업에 입사할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력서 대외 활동란을 채워줄 이야깃거리가 생겼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대부분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 투입되거나, 기업에서 부과하는 과제들로 활동하게 된다. 팀원들과 밤새워 아이디어를 모아 제출한 과제물은 대학생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자료가 되거나, 실제 기업의 아이디어 창고로 사용된다. 기업이 참여하고 배울 기회를 준 것이니, 거기에 쏟아야 하는 물질적, 정신적 에너지는 오롯이 내가 감당할 몫이 된다. 인턴에 지원해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은 정당한 급료 대신 ‘열정 페이’를 받는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돈이 적어도 섭섭해 말라. 아니, 아예 무급이어도 감사히 여겨라. 다 경험이고 공부이지 않냐”라는 기성세대들의 뻔뻔한 핑계다.
 나 또한 자기계발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나에게 자기계발은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활동일 뿐이다. 매주 등산을 하거나, 꾸준히 악기를 배우는 것은 자기계발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학기 진행된 ‘청춘, 내 나이가 어때서’의 인터뷰이들은 신선하다. 홍보 컨설턴트이면서 캘리그라퍼로 활동하고 있는 한글장수 추윤호 씨, 그는 장교 시절 일주일에 40시간이 넘게 캘리그라피를 공부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 쌓기’는 아니지만, 스스로가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교수님들께 들었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대학 시절 실패에서 가장 자유롭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여러분은 실패하면 그만큼 무언가를 잃게 됩니다. 대학 시절 많이 도전하고 실패해보세요.” 이번 학기 ‘청춘, 내 나이가 어때서’의 주인공들은 실패로 고배를 마셨었고 포기할까 고민했었던 우리와 같은 청년이었다. 실패로 자신을 옭아매는 청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실패할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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