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더하기는 높은 공약 이행에도 불구하고, 2008년 만족도 평가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하점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장학금 지급 명단 조작을 그리 쉽게 받아들일 학생은 없을 것이다. ‘업무수행은 9점이라고 생각하나 신뢰가 무너져서’라는 말은 이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믿었던 상대가 신뢰를 저버린 행동을 보일 때, 믿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으로 다가온다. 이번 총학 더하기가 그러했다.
그러나 총학 더하기가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입후보 당시 본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신재호 회장은 “학생정치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 자체가 욕먹을 각오하고, 열심히 하려고 나온 신분들이거든요. 저는 이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는 당시 무산된 총학 선거 속 길 잃은 학생정치에 뛰어든 이들의 고민과 결단이 녹아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며, 관망하고 비평하는 건 쉽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예상하고 그 안으로 직접 몸을 던져, 행위를 보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단지 그 결단의 결과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만 집착한 괴물이 돼 버린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달 26일 한동은 또 다른 새 리더를 맞았다. 26일 당선이 확정된 제21대 총학생회장단 후보 ‘하늘’이 그들이다. 첫발을 디딘 ‘하늘’은 이제 학생에게 자 자신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 학생은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따라 웃고, 울고, 화내고, 동요하며, 심지어 분노할 것이다. 학생은 계속해서 이들에게 증명을 요구할 것이고, ‘하늘’은 이에 상응하는 증명을 보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 내년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든 학생은 제 일이 아닌 듯, 아무 상관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슬플 일이다. 그러나 그간 보인 모습은 그러했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나아서 그런지, 매번 투표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간신히 50%를 넘는 투표율을 보장시켰다. 전학대회는 일부만의 토론의 장이 돼 버린 지 오래고, 이번 후보 공청회도 학생정치의 직분을 맡은 자들의 의례적 행사가 됐다.
참여 없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역설적 의미를 가진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이다. 국민의 참여가 없다면 이것을 민주주의라 불러도 옳을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불만이 있다면 말하라. 학생은 그들이 뽑은 리더에게 증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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