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을 지나다가 남녀 한 쌍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난 학기에는 참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못 참겠다.” “엉 나도 지난 학기에는 그냥 별 말 안하고 지나갔는데 와 이건 정말 아니지 않냐?”
현 총학생회 집행부 ‘더하기’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학기에는 부당한 선거, 이번 학기에는 부당한 돈에 관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 필자는 올해 집행부의 문제를 ‘정당성’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하였다. 2014년, 현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각각 경영경제학부 대표, 전산전자공학부 대표의 자리에 있을 때, 선거 문제가 불거졌다. 선거인 명부에 투표권이 없는 사람의 이름이 올라있는가 하면, 정작 있어야 할 사람들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그 선거는 유효했다. 그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횡으로 주말 저녁 늦게 개표가 시작되었고 결국 참관인이 무려 2분을 늦고 말았다. 역시 동일한 인물들에 의해 선거 무효가 되었다. 이 때에도 그저 일관성만 없으리라 생각했다. 몇 달 뒤, 본인들이 선거에 출마하여 노출된 문제에 대해 별 일 아닌 것으로, 악의적인 공격으로 치부해 버렸다. 이쯤 되니 정당성에 대한 생각 역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학생들이 인정해주니 열심히 하겠거니’ 하며 필자는 복학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행사를 열고 추모하였던 집행부는 세월호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셔틀버스 사고에 대해서 아쉬운 대응을 보였고 이내 잠잠해졌다. 문제 있는 선거를 치렀으나 자신들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았으니 당당하고 떳떳한 대표라고 하던 이들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신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섬김’장학금을 주변 사람의 이름을 빌려 ‘돈’만 받았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문제의 형태가 선거와 장학금으로 달라 보일 뿐 정당성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학내의 반응은 꽤나 달라 보인다. ‘사소한 실수’ 또는 ‘업무를 잘 수행함으로 만회할 기회를 주자’ 등의 동정론이 많았던 지난 학기와는 달리 이번 장학금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누군가를 고소 또는 고발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정의와 평등의 기본 원리인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문구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분노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가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학금을 부당하게 받아서, 장학금 명단을 조작해서가 아니라, 조작해서 얻은 이득이 돈이기 때문은 아닌가? 선거의 문제에 있어 부당함이 있고 부정이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나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장학’金’은 모두가 쉽게 알 수 있는, 숫자로 표현되고 계산이 편리한, 자신이 욕망하는 ‘돈’의 문제여서 더욱 분노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선거파행과 선거부정에는 침묵하던 명예제도위원회가 부당한 ‘돈’에 대해서만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일이 크고 심각한 일이라면 작년과 지난 학기도 마찬가지다. 현 총학이든 전 총학이든, 그들이 다른 일을 잘했든 못했든, ‘얼마나 해먹었는가?’ 와는 별개로 명단을 조작한 사실이 있고 받지 않아야 할 자가 받았다면 같다. 같은 것을 다르게 대하면서 정직이나 명예를 찾는 아이러니에도 웃을 수가 없다.

어쩌면 이미 작년에 사라졌을지도 모를 명예나 정직에 대하여 애도하며...
지금이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 제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니라 사두(蛇頭)라도…

권여항(국제어문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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