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개선, 서로에 대한 이해 필요

지난 6월 16일, 대광고등학교 학생회장 강의석 군은 교내 방송을 통해 "특정종교의 예배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종의 종교자유선언을 했다. 이 사건은 기독교계는 물론 언론을 통해 일반 사회로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이 후 강 군은 6월 23일까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며, 7월 8일 학교로부터 제적 처분을 당했다. 그리고 7월 1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지난 1일, 강 군은 법원이 그의 지위보전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57일 만에 학교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학교로 복귀한 뒤에도 ‘학내 종교 의식 참여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권’을 얻기 위한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단식 37일째가 되던 지난 16일에는 부모가 강제로 단식을 중단시키려 한데 불만을 품고 한때 가출 소동을 벌였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강의석 군 사건을 계기로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이하 학자연)이 공식 출범했다. 학자연은 강 군의 입장을 지지해주고 그에 대한 제적처분에 반대하다가 학교로부터 교목직위를 해제 당한 류상태 목사(현 대광중 교사)의 주도로 결성되었다.

강 군은 왜 채플을 거부하는가. 그리고 기독교인 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류상태 목사는 “학교 측이 많은 무리를 했다. 강 군 입장은 ‘기독교적 가치가 좋은 것은 인정하나 이 것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문제는 (채플에 대해) 상대방이 기꺼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데서 발생했다. 이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광고 내 기독교인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대광고에서 기독교인 학생들도 많은 수가 강 군의 입장을 지지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작년 학생회장도 강 군을 위한 집회에 참석해 그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주기도 했다”며 “이는 요즘 세대에게는 더 이상 제도적 강요가 통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서 ‘예배선택권’은 학교의 정체성과 관련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배려하는 점진적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비기독교인 학생들은 채플과 종교 교육에 대해 잘 모르고 기독교 학교에 입학한다. 고등학교는 평준화 정책이 적용되므로 책임의 문제가 없고, 대학교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므로 책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만, 많은 기독교 대학들이 채플이나 종교 교육에 대한 적극적 홍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이 것이 필수과목인지 모르고 입학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므로 대학 측의 수험생들에 대한 채플과 종교 교육의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채플은 어디까지나 종교예식이다. 채플에 대해 비기독교인들이 많은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비기독교인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채플로 다가가기 위하여 연세대의 ‘실험채플’처럼 한 학기에 2~3회 정도 문학, 음악, 무용, 뮤지컬, 연극, 비디오,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형식을 통하여 기독교와의 창조적인 만남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류 목사는 대학 채플에 대해서도 예배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 채플 역시 변화되어야 한다”며 “대학교도 채플 자체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해야 한다. 채플은 종교예식이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신 기독교 교양강좌를 더욱 늘리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채플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든, 예배선택권을 주든 기독교인 학생과 비기독교인 학생 모두가 변하지 않으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대광고의 기독교인 학생들이 강 군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한동인들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기 류 목사의 당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일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내용은 경천애인, 바로 이웃사랑입니다. 이것을 담는 그릇은 교리인데, 오히려 교리가 내용을 변질시키고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경우, 한동대학생들은 과감히 이 그릇을 바꾸거나 깨뜨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조내연 기자 yiem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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