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쁘게 잘 나오나?"라고 물으며, 웃고 있는 손경분 실장.   모휘정 사진기자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우리를 위해 일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아니, 관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무관심에 개의치 않고, 오늘도 곁에서 ‘우리’를 위해 일합니다. 그들도 한동 안에서 같은 ‘우리’인데 말이죠. 이에 본지는 우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하는 그들을 만나, 사람 냄새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한동을 지키는 한동의 울타리이자, 한동 그 자체 아닐까요?

엄마의 사랑을 담아, 맘스키친 손경분

‘무한도전’ 맴버들은 <배달의 무도>를 계획해 오랜 기간 타지생활 한 교포에게 ‘어머니의 밥’을 직접 배달했다. 어머니의 밥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교포는 밥을 한 숱 뜨자 “어머니가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밥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듯 밥은 단순히 배를 불리기 위한 ‘식량’이 아니다. 밥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여기, 집을 떠나 타지생활 하는 한동대 학생을 “내 아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밥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 바로 맘스키친 손경분(51) 실장이다. 한동대에 오기 전, 손 실장은 14년간 한국의 이곳 저곳을 떠돌며 음식 장사를 했다. 한 곳에서 3년 이상 장사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손 실장이 한동대에 머문 기간은 어느덧 만 6년이다. 한 곳에서 6년이나 머무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증을 품고 지난달 18일, 맘스키친으로 찾아갔다.

워크 홀릭? 한동 홀릭!
Q  어떻게 한동에 오게 되셨어요?
니 포항 웨딩 케슬 알아? 거기 참모를 내가 알아. 당시 맘스키친 조리사가 참모한테 사람 좀 구해달라고 했나 봐. 원래 처음에 맘스키친에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어. 음식도 잘 나오고 주방에 사람도 많은데, 애들이 와도 음식을 그만큼 쳐내질 못한 거야. 재료 양을 맞추질 못한 것 같아. 그래서 아줌마한테 연락이 왔어. 아줌마가 하루에 보통 500~1,000명을 치렀거든. 아줌마가 장사를 오래 했어. 너 아파트 현장 식당 알아? 그걸 아줌마가 오래 했었어. 그러니까 내가 일하는 사람 심정 알고, 오너 심정 알고 다 알아. 그리고 이윤 타산을 뚜들기지 않아도 들어오고 나가는 거 보면 *통밥이 나와, 오래 장사하다 보니까.

Q  음식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뭐에요?
애들이 혹시나 맛없으면 어쩔까…. 화학조미료가 안 들어가니까, 애들은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들어있잖아. 나는 될 수 있으면 소금하고 간장으로만 갖고 간을 해. 닭 양념 빼고는 소스를 여기서 다 만들어. 방부제 하나도 안 들어가게. 너희도 아이들을 낳을 거 아냐. 전부 다 화학조미료로 입맛 길들여진 애들이 어떤 애들을 낳겠노.

Q  그러면 금액도, 시간도 더 들지 않아요?
발로 뛰고, 직접 돌아서 단가 약한 업체를 찾아야 돼. 업체 세 네 군데를 찾아보면 가격이 다 달라. 각 업체한테 견적서를 넣어달라고 해. 견적서를 넣어주면, 최저가격 온 거에서 또 깎아. 그래서 물건 들어오면 너들 충분히 먹고 어머니들 인건비 나가고 그래. 시간도 정말 오래 걸려. 그래서 아줌마가 보통 학기 중에 집에서 4시 50분에 나와. 학교 도착하면 5시 10분 그래 돼. 저녁에 마치고 정산하고 하면 8시 반에서 9시야. 그래서 집 도착하면 보통 10시 반이지.

Q  안 피곤 하세요?
힘들지. 근데 니 엄마들이 힘들다고 자식 해줄 거 포기하는 거 봤나? 아니지? 똑같다. 안 그래도 사무실에서 조금 일을 줄여서 하라고 하거든? 근데 내가 못해. 아침에 와서 점심 준비까지 아줌마가 세팅을 다 하거든? 아줌마가 조금 더 뛰고, 더 하면, 한 사람 두 사람 몫을 더 해주면, 너희들한테 좋은 거 가고, 학교도 이윤이 남지. 아줌마가 두 세 사람 몫을 해야지. 아줌마도 아파서 어떤 때는 팔이 안 올라가. 지금도 힘줄이 접혀서 어깨가 아파. 학교에서 인건비를 더 지출하더라도 쉬라고 하거든? 근데 그러면 너희들 실컷 먹게 못 해줘. 한창 클 나이에 많이 먹어야지.

Q  일하시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에요?
맛있게 먹었다고 고맙다고 하고, 어머니 감사하다고 인사도 오고, 커피도 사가지고 오는 애들이 꽤 많아. 졸업한다고 하고 그 동안 감사하다고 하고, 졸업하고 나서도 이모 아직 계셔서 고맙다고 하는 애들도 많아. 그러면 너무 기쁨을 느껴.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정말 내가 잘했구나, 너무너무 행복해. 그땐 아픈 것도 하나 없어. 애들이 나를 잊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하면 그게 제일 기뻐.

Q  음식만 20년 이상 해오신 실장님에게 ‘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아줌마는 사랑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사랑을 담지 않고 대강 해서 주면 아이들도 맛없다고 던질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음식에 사랑을 담아서 주면, 자연히 사랑은 전해져.


자식이 돼 버린 아이들
Q  한동대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더도 않고 딱 내 아이들이라 생각해. 글쎄…. 아줌마 아들딸에 대한 뭐랄까…. 장사를 하다 보니까 애들을 돌봐주지 못했어. 오직 금전적으로만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었어. 어느 날 우리 큰 애가 “엄마는 내 운동회 때고, 내가 엄마 손이 진짜 필요할 때 장사한다고 와 보셨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너희들이 자식이 대신 돼 버린 거야. 아줌마 자식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줌마가 여기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많이 들어왔었어 초창기에. 근데 아줌마가 다 ‘NO’를 했어. 아줌마가 ‘NO’를 한 이유가 그거야. ‘내가 가면 애들이 또 화학조미료로 시작할 텐데 그러면 나중에 또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뒤돌아서면 ‘아유 참 부질없다’. 근데 또 뒤돌아 서면 ‘그래, 이거다. 내 아이다’ 했다. 그래서 아줌마 혼낼 때는 혼낸다. 만약 애들이 아줌마 보는 데서 밥을 많이 남겨서 그런다 하면 딱 혼낸다. 왜? 못 먹는 애들이 있으니까. 진짜 못 먹는 애들 우리 학교 자체에도 많은데. 애들은 내가 혼내면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나는 내 자식이라 생각해서 혼을 내.

Q  밥 못 먹는 학생이 많아요?
밥 못 먹는 애들이 많아. 우리 학교 애들이. 돈이 없어서. 일단 아줌마한테 연락이 들어와. 아줌마랑 친한 애들이 ‘이모 그 애가 밥을 못 먹어요’ 그런 애들이 있어. 그러면 아줌마가 식권 30장 정도를 사서 줘. 어떤 식으로든 아줌마가 도와주고 싶은 게 아줌마 솔직한 심정이야. 혹시나 식권 끊어서 아이들 상처받을 까봐 친구 통해서 전해주고, 아니면 우리 집으로 불러서 잠깐 뭐 도와달라고 해서 잘했다고 이거 준다고 하고. 왜냐면 애들은 사소한 것에 상처를 입어. 학교 측에서 교직원이 왜 밥값 안 올리냐고 하거든? 근데 아직은 밥 못 먹는 애들이…. 내 아이가 나가서 밥 못 먹는다고 생각해봐. 내 몸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애들이 밥 못 먹는다고 할 때, 그게 진짜 가슴 아파.

Q  혹시 기독교 인이세요?
아줌마 종교는 없어.(웃음) 그래도 종교를 떠나서 정말 모든 것에 감사해. 아침에 눈 떠서 아침을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그러거든? 누구든 내가 살아있다는 것, 하다못해 풀한테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돼. 아줌마 종교는 안 믿지만, 주위에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해. 특히,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감사하다고 생각해. 왠질 아나? 다른 학교에 비해서 너무너무 애들이 착해. 우리 학교 애들 그나마 살아 볼 만한, 아직 가지고 있을 만한 아이들이다 하는 생각이 많아.
근데 작년까지만 해도 잃어버린 물건 꼭 돌려줬어. 근데 올해부터 이상하게 많이 없어졌어. 얼마 전에 아이가 카드를 잃어버렸는데, 요 앞에서 누가 그 카드로 식권을 10장 끊어 간 거야. 마음이 너무 찡하고 아프더라. 내 자식이 왜 이렇게 변해갈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파. 또 안 그랬는데, 비슷한 색종이를 잘라서 사용하는 애들이 있어. 식권인척 하는 거야. 근데 알아도 뒤에 아이들이 있으면 받아. 뒤에 사람 있으면 그 아이는 뭐가 되겠어.

Q  한동에게 하고 싶은 말?
배식하면 금방금방 빠지는데, 자율배식이라 빨리 못 빠져. 그래서 줄이 길 수 밖에 없거든? 그걸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웃음) 자율 배식 안 하면 애들 먹고 싶은 만큼 배불리 못 먹잖아. 그 다음에 밥을 먹을 양 만큼만 갖고 가고. 또, 우리 학교 아이들이 옛날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남 물건 다시 돌려주거나…. 지금은 너무 변하니까 가슴이 아파. 그리고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 숙이잖아. 너희들은 지식인이잖아. 배웠으니까 벼처럼 좀 더 고개 숙였으면 좋겠고.



*통밥: 어떤 문제에 있어 어떠한 과정이나 방법을 거치지 않고 임의대로 찍어 넘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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