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교수 (전산전자공학부)

작년 가을, 어떤 밤의 일이다. 해외여행에서 돌아 오는 중 육거리 학교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훨씬 지나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막차까지는 아직도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사 마시며 기다리자 한참 만에 낮 익은 삶은 바닷가재색 버스가 나타났다. 그러나 몇 명의 학생들만 내릴 뿐 타려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내가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버스에 오르려니 운전사가 말리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버스임으로 차고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왜 나 외엔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었나를 알게 되었다. 미리 알았더면 30분 이상을 공연히 허비하지 않았을 것을. 짜증나는 심정으로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길목으로 가 한참 만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한동까지 가는 운임을 흥정한 후 택시에 올랐다. 얼마의 침묵 후 택시기사에게 대화를 걸었다. 대화는 곧 교회와 자녀에 관한 대목으로 연결되었다. 교회에 나가느냐는 질문에 운전사는 정규 직장 외에 파트 타임으로 택시 운전을 하다 보니 자녀와 주말을 보내기 위해 교회엔 안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왜 고된 택시운전을 하느냐는 내 질문에 가족을 먹여 살리고 특히 두 아들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아들들을 그처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대답은 그렇다고 했고 자기 아들들을 한동 같은 학교에 보내고는 싶지만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고 공부에 소홀해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고 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그 사랑하는 아들들을 희망하는 대로 잘 교육시킬 자신이 있느냐는 내 질문에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아들들을 그처럼 사랑하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왜 교회엘 빨리 나가지 않느냐고 했다. 학교에서는 자녀들이 지식밖에 못 배우지만 교회에서는 인격을 배운다고 했다. 또 한번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 대학으로 가면 이미 늦었으니 지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라고 했다. 자식들이 부모슬하를 한번 떠나면 그들은 전적 자기들 혼자만으로 자신들을 세상 악들과 어려움들로부터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녀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그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이들이 교회에 가서 하나님과 대화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법을 배우게 되면 어떤 어려움도 혼자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 택시는 이미 한동에 도달해 한동 교회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열 댓 명의 학생들이 길 가운데 둥글게 앉아 어둠 속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동을 잘 모르는 택시기사는 그들을 조심스레 피해가며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내게 물었다. 인근 학교들에서도 이렇게 밤에 들리면 가끔 그런 모임들을 보는데 그때는 의례 한가운데 술병들과 안주들이 즐비하게 놓여있고 학생들이 담배를 물고있게 마련인데 이 모임에는 그런 것들이 없으니 이 깊은 밤에 무엇들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동 학생들은 이렇게 학교생활 중 어려울 때나 기쁠 때 항상 하나님을 동역자로 모시고 그와 대화함으로 그분의 지도와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와 기쁨을 찾아 흔들림 없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도움 없이 혼자서는 결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성인들까지도 이 세상에서 올바로 살기가 힘든데 왜 주님의 도움을 하루 속히 받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그 다음 주일부터 자녀들을 데리고 인근 교회에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 운전사와 손을 잡고 같이 기도했다. 그의 아들들이 주님의 손길 안에서 올바로 자라 한동대학교에 올 수 있게 되기를. 이미 택시가 내가 묶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 앞에 와 엔진이 꺼져있은 지 오래였다. 헛되이 30분을 낭비했던 일이 결국은 주님께서 이 택시기사를 만나게 하시기 위한 것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처음의 짜증도 다 없어지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주님은 정말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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