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기도할게.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실거야.” 이런 종류의 위로만 가득했던 입대 직전의 여름, 가벼워보였고 지나가는 듯한 어투로 쏟아내는 그 말들이 가식적이어 보여 버거웠다.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며 단신으로 남원행 기차에 올랐다. 어떠한 종류든 하나의 대답, 아무런 걱정도 말라는 그 분의 푸근한 포옹이 그리워 떠난 여행에서 그분은 여전히 묵묵 무답이셨다. 정신없이 입대했다. 하지만 결연했다. 계속 침묵하시면 난 더 이상 견디지 않으리라. 조용하지만 확고히 다짐했다.
군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태어나 처음 듣는 욕들로 완전무장한 선임과 간부들은 타인의 맹비난과 욕설에 철저히 비무장이었던 나의 허약한 체질과 마음에 굵디 굵은 생채기를 냈다. 억울해서 울었다. 울 곳이 없어서 아무도 없는 창고의 빈 옷장에 들어가 울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울음소리가 들릴까 대변기 물을 내리며 울었다.
하지만 난 단련되고 있었다. 진급을 하고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 욕하며 얼굴을 붉히는 이들에게 미소 띈 얼굴로 너스레를 떨게 되었을 즈음 난 군종병이 되었다. 가장 극심하게 날 괴롭히던 간부 한 분이 이라크 파병 후 주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셨다. 주일예배를 나가기도 버거웠던 여건 속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섬기게 되었다. 유동병력통제가 엄격한 그곳에서 부대 밖에 있는 교회에서의 새벽기도가 허락되었다.
훌쩍 2년이 지나고 다시 한동에 돌아온다. 입대전 나를 위로하던 그 말들이 겉치레였든 아니든 돌아보건데 많은 이들의 기도를 통해 난 힘을 얻었고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셨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홀로였지만 지금은 둘이다. 아니, 그때나 지금이나 그분은 나와 함께 셨지만 연약함의 뿌리가 깊은 나는 이제야 깨닫고 느낀다.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권승현(경영경제 02)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