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인문학은 어떤 것인가요?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거라고 봐요.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이 뭘 원하고, 어떨 때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또 인간이 어떻게 나아가야 되는지. 인문학이라는 것은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런 면이 있죠. 그러나 인문학 자체가 리미트도 많아요. 예를 들면, 철학의 한계가 너무 많잖아요. 인간이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데서 오는 한계도 많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인문학은 중요하지만, 인문학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다른 학문과 융합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Q 인문학도 융합이 필요하다는 견해이신가요?  
 
그러니까 인문학 그 자체만 가지고는… 저는 융합이 돼야지만, 깊이가 있다고 봐요. 인문학의 근원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이해죠. 자, 인간이라는 것이, 육체는 완전히 생물학적인 거와 연결이 안될 수가 없어요. 그러면, 뇌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심리학만 가지고도 안 된다는 거죠. 지금은 생물학적인 차원, IT 차원, 그 다음에 뇌 내부 구조를 찍으려면 공학하고도 연결이 많이 되는 거에요. MRI라던지 이런 거요. 이 종합과학으로 해서 뇌를 겨우 이해할까 하는 거지요. 인문학으로만 뇌를 이해한다라는 거는 거의 불가능한 거라 보죠. 인문학이 사람의 마인드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예를 들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이랬을 때 좋을까? 사람이 왜 우울할까? 이런 것들이 상당히 어떤 인문학적으로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에요. 
 
Q 융합을 하려면, 두 분야 전부 기초적으로 발전된 상태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그건 아니죠. 꼭 그렇게 보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 A만 연구하는 것보다 A, B, C, D를 다양하게 연구하는 게 더 한꺼번에 이해를 하게 되죠. 인문학도 옛날의 인문학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기계랑 살게 돼 있죠. 지금 여기 컴퓨터가 있고, 이미 스마트폰으로 세계와 네트워크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도 좀 변해야 되는 거죠. 옛날의 모든 것을 다 때려치우고 도를 닦는, 그런 시대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제는 기계와 같이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과 기계를 합쳐서 이해해야 돼요. 자기의 능력, 자기와 다른 인간관계의 능력, 그다음에 기계를 다루는 능력. 이게 다 취합돼서 하는 거거든요. 결국, 상호작용해야, 인문학을 깊이 다룰 수 있다는 겁니다. 
 
Q 한동대는 기초 인문학이 좀 부족하지 않나요.
 
이제 공부라는 건 선생이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공부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문학은 우리 학교에 있는 교수님 것만 들을 필요가 없는 거죠. 얼마든지 더 좋은 자료가 많죠. 특히 학교에서 다 갖출 수는 없어요. 영어를 해야 하나 일어를 해야 하나,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규모 때문에 중국어를 해야 하느냐, 이런 것도 참 어려운 면이 있고요. 동양을 해야 하나, 서양을 해야 하나, 어려운 것도 있죠. 그리고 얼마 전에 역사학자 한 분이 계셨는데, 어떤 분은 우파다, 또 어떤 분은 좌파다, 그러다 보면 데리고 올 사람이 없는 거죠. 저는 대개 좀, 좋은 사람을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문사철 중에서 문학이나 역사는 우익이냐 좌익이냐 가지고도 쉽지 않죠. 그래서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스스로 공부를 하고, 공부하는 것을 배우라는 겁니다. 세계로 나가면 강의가 쌓여 있죠. 
 
Q ‘자유학기제’와 연결되는 지점인가요?
 
마찬가지죠. 자유학기제도는 학생들이 원하는 걸 하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학생 스스로 해봐라. 그래서 빨리 학생들이 ‘티칭’에서 ‘러닝’으로 바뀌어야 되요. 선생이 가르쳐주고 고기를 얻어먹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고기를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배우는 거야말로 가장 똑똑한 사람이죠. 예를 들면,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배워야 해서 그걸 더 연마해야 하지만, 학교에 그 과목이 없어요. 그런데 축구 과목은 있어서 축구 과목만 학점을 인정해 준다면, 피겨스케이팅 과목은 없으니 혼자 연습하고 학점도 못 받게 되죠. 그러지 말라 이겁니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랑 같이 연습하면 학점을 인정해 주겠다는 겁니다. 
 
Q 혹시 학교에서 틀 같은 건 제공해주시는 건가요? 사실 자유라는 이름의 방목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요. 
 
그건 아니죠. 제 말은 그게 없으면 학교에 있는 과목을 들으면 되는 거죠. 단지 나머지 과목이 있는데 학생이 이런 걸 좀… 그런 학생이 안타까워서 그렇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인턴을 6개월을 요구하는 데가 굉장히 많아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인턴 같은 걸 하면서 학점을 못 받고, 휴학을 합니다. 그래서 자유학기제를 하면 인턴을 할 수도 있고, 또 자기가 창업을 할 수도 있죠. 학생들한테 좀 자유롭게 자기가 좋은 걸 만끽해봐라, 그리고 학점을 주겠다 이거죠. 예를 들어, 창작활동을 한다 이러면, 영어 시간에 영어 수업을 듣는 것보다 자기가 영어 시를 한 편 쓰거나, 영어 소설을 쓴다든지, 국어 소설도 상관없죠. 뭐 하나 창작을 하면, 수업에서 시험을 보고 A학점을 받는 것보다 훨씬 낫죠. 저는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창작활동을 하건, 창업하건, 인턴을 하건, 또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해서 만들어 보건 한 번 학생들한테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해봐라. 뭐 그게 싫으면 학교에 있는 과목을 들을 수 있죠.   

Q 한동대가 ‘취업’만을 강조하는 학교로 가속화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동대가 취업만을 강조한다? 그건 아니죠. 복음과 신앙을 강조하고, 인성교육을 강조하죠. 그런데 취업을 막으려 하는 건 잘못된 거죠. 취업을 강조하는 건 뭐냐면, 우리 학교가 이번에도 취업 순위로 하면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2010년, 11년, 12, 13년… 그렇죠? 취업이 중요한 건 틀림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학생들이 정말 복음을 듣고 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거, 복음과 인성을 제일 강조하지만, 졸업했는데 일자리가 없으면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부모님도 얼마나 싫어하겠어요. 사람이 제일 필요한 게 뭐죠? 일자리죠. 일자리 없이 살 수 있나요? 일자리야말로 개인의 존엄성이고, 어떻게 보면 일자리를 만드는 거야말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거죠. 경제성장 측면에서도 그렇고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죠. 그러니까 저는 일자리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복음과 인성은 정말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 다음에 일자리가 중요하다, 일자리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이지 취업만을 강조하는 건 아니죠.  
 
Q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진리를 탐구하고, 사람을 공부하는 영역은 도외시 되는 게 아닌지.
 
그건 밑에 깔려 있는 거죠. 학부는 두 가지 기능을 다 해야만 해요. 정말 자기가 인문학을 깊이 공부하고 싶으면, 대학원 가서 깊이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는 취업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강조하지, 취업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죠. 인문학도 중요하고, 취업도 중요하고 그런 것이죠. 저는 한동대가 인문학을 공부해도, 취직이 잘 되고 인문학에 깊이도 있다고 하고 싶어요. 재밌는 건 MIT라는 대학이 참 재밌죠. 그 학교는 공과대학 교수들이 대부분이어서, 공과대학 교수들이 돈을 벌어 학교를 부유하게 하는 그런 학굔데. 오히려 노엄 촘스키 같이 인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수가 나오고, 폴 새뮤얼슨 같은 경제학자도 나오죠. 의외로 우리가 융합을 할 때,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것은 내가 경험한 것이죠. 
 
정리 류태광 기자 ryutg@hgupress.com
     한결희 기자 hang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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